La fine di una relazione

22

서현아, 라는 말을 듣자마자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온 세상의 불행이라는 게 내 몸을 감싸 돈 기분이었다.

김여주

......

문득 태형이의 말이 떠올랐다.

'원래 감정이라는 게, 기대가 없다가도 막 생겨.'

'그게 생기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너무 힘들어져. 네가 상상할 수 없는만큼.'

내가 정말 기대가 없었더라면, 정국 오빠가 서현아라는 말을 하든 말든 이런 감정이 들면 안 되는데.

내가 정말 기대가 없긴 한걸까.

사실 여기에 온 이유도 조금의 기대 때문이 아니었을까.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오빠가 미워졌다.

지금 이 순간 마저도 오빠 옆에 있는 건 난데,

도대체 왜 오빠는 나보다 그 여자를 먼저 찾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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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아파하는 정국 오빠 앞에서 내 자존심이라는 건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날 끌어안고 다른 여자 이름을 불렀다.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가 와주기를 기다렸다.

미친듯이 힘들었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화장실로 가 수건에 차가운 물을 묻힌 후 물기를 쫙 빼 오빠의 이마 위에 올려주었다.

사온 약들을 일일이 녹여 오빠 입으로 떠먹여주었다.

이런 타 들어가는 내 마음을 모르는지,

오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근새근 잠에 들었다.

김여주

.....진짜...

김여주

너무 짜증나...

평온하게 잠 든 오빠를 보면서도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까지 미워 죽겠다고 생각한 오빠였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날 바보로 만들었다.

김여주

오빠도 여자친구를 보면서 이정도로 좋아하겠지.

김여주

......정작 그 여잔 지금 오빠 옆에 없는데.

낑낑거리다 겨우 잠든 아픈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여친 있는 사람한테 마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난데.

그 마음 안받아줬다고 아픈 사람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여주

일어나면 또 안먹겠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스스로 요리 잘해먹는다니, 정말 냉장고가 꽉 채워져 있었다.

조금의 야채들과 계란을 꺼내 죽을 끓였다.

옆에 자그마한 쪽지도 남겨두었다.

그래, 이정도면 된거야.

친한 동생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야.

선넘지 말자 김여주, 라며 반복해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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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우...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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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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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맞다...! 서현이.

09: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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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저녁 9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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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어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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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순간적인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럼 아까 왔던 사람이 서현이가 아니였구나.

그때야 서현이 말고 다른 것들이 보였다.

물 수건, 따뜻하게 덮여있는 이불.

그리고 부엌에 나가니 보이는 죽과 쪽지.

'먹었는데 차가우면 전자렌지에 살짝 데워서 먹어.'

'밥 먹자마자 약 꼭 챙겨먹고. 귀찮다고 안먹을까봐 내가 사오기까지 했어. 그러니까 꼭 챙겨 먹어.'

글씨체 만으로 충분히 누군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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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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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런 애 끌어안고 서현이 거린거냐.

내가 걱정되어 달려와준 사람한테 다른 사람 이름을 불렀다니. 게다가 오늘은 여주의 생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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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어떡해...

몸이 조금 괜찮아지니 생각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곧, 씁쓸해졌다.

서현이는 왜 내가 약속시간에 장소에 못 나갔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서현이는 왜 이런 순간들에 내 곁에 있지 않은걸까.

서현이는,

날 사랑하긴 하는 걸까.

평소 같았다면 서현이에게 전화를 걸어 싹싹 빌었을텐데, 오늘만큼은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서현이 말 중에 틀린 건 없었다.

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했고, 내가 먼저 아무런 연락 없이 약속을 파토냈다.

그 때문에 서현이는 기차표를 다시 예매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저질러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잘못했다.

서현이가 내게 화를 내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지금 서현이에게 서운한걸까.

그리고 나는 왜 지금,

여주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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