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回の生はあなたにします

8話。今回の生はあなたにします

빛이 윤서를 삼켰다.

균열이 완전히 열리며 그녀의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빗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시간 회수자의 존재가 바로 앞에 있었다.

 

윤서는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다행이다.

정국은 살아서.

그 생각이 끝이었다.

 

그 순간.

손목이 강하게 잡혔다.

 

윤서의 몸이 멈췄다.

놀라서 눈을 떴다.

정국이었다.

 

피에 젖은 채, 겨우 몸을 일으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안 돼.”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했다.

 

윤서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왜 일어나요.”

 

정국이 힘없이 웃었다.

“이건… 처음이라서.”

그의 손목 문양이.

완전히 검게 물들어 있었다.

 

더 이상 빛나지도 않았다.

마치 끝에 다다른 것처럼.

“놓으세요.”

 

 

윤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거… 나 선택한 거예요.”

 

정국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왜요.”

윤서는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이게 제일 맞잖아요.”

 

손목이 더 강하게 빛났다.

균열이 윤서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당신 살고.”

“나는—”

정국이 갑자기 손에 힘을 줬다.

 

윤서의 말이 멈췄다.

그가 말했다.

“이번에는.”

숨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였다.

“…제가 선택합니다.”

 

윤서의 눈이 흔들렸다.

“이미 했어요.”

정국이 말했다.

“너무 많이.”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놓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가 윤서를 바라봤다.

“…당신이 선택하게 둘 수 없습니다.”

 

윤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간 회수자가 말했다.

“충돌 발생.”

공간이 흔들렸다.

“결정 필요.”

 

정국의 손목 문양이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균열처럼.

 

윤서는 숨을 삼켰다.

“…그거.”

정국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문양이 부서지고 있었다.

 

존재가 흩어지고 있었다.

“정국 씨.”

윤서는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또렷하게 불렀다.

 

그가 멈췄다.

“왜 그렇게까지 해요.”

목소리가 떨렸다.

“나한테 왜 이래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정국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윤서는 숨을 멈췄다.

“그냥.”

그가 덧붙였다.

“…당신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서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서.”

정국이 말했다.

“이번에도.”

잠시 멈춘 뒤.

“…선택했습니다.”

 

윤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만해요.”

 

손목이 타오르듯 아팠다.

“이제 그만해요.”

 

정국이 웃었다.

“마지막입니다.”

 

윤서는 울음을 터뜨렸다.

“싫어.”

 

그 순간.

시간 회수자가 말했다.

“대안 제시.”

 

공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해졌다.

“조건을 변경하겠다”

 

윤서와 정국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으로 향했다.

“시간 고정점 유지.”

잠시 침묵.

 

“계약자 소멸 대신.”

균열이 천천히 흔들렸다.

“기억 회수.”

 

윤서의 눈이 흔들렸다.

“…뭐요.”

정국의 표정이 굳었다.

시간 회수자가 말했다.

“모든 반복의 기억.”

잠시 멈춘 뒤.

“삭제.”

 

윤서는 숨을 멈췄다.

정국이 조용히 물었다.

“…그럼.”

“계약자는 인간으로 잔존.”

공기가 조용해졌다.

 

“단.”

마지막 문장이 떨어졌다.

“정국과의 단절.”

 

윤서의 손이 떨렸다.

그 의미를.

알아버렸다.

정국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도.

알아보지 못한다.

 

윤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했다.

 

정국이 말했다.

“…그걸로 하죠.”

윤서가 고개를 들었다.

 

“안 돼.”

“됩니다.”

 

정국이 말했다.

“그게 제일 낫습니다.”

윤서는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싫어.”

 

정국이 천천히 웃었다.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윤서의 목소리가 무너졌다.

“나는 괜찮은데.”

 

손목이 더 강하게 빛났다.

“나는 진짜 괜찮은데.”

 

정국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 눈이 처음으로.

아주 부드럽게 풀렸다.

 

“저는.”

그가 말했다.

“…괜찮지 않습니다.”

 

윤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이 사라지는 건.”

정국이 덧붙였다.

“…싫습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윤서가 눈을 감았다.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천천히 말했다.

“…그걸로 해요.”

정국의 손이 멈췄다.

 

윤서는 웃었다.

눈물이 흐르면서도.

“살아요.”

 

목소리가 떨렸다.

“살아서… 잘 지내요.”

 

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간 회수자가 말했다.

“계약 완료.”

빛이 터졌다.

 

정국의 손목 문양이 완전히 부서졌다.

 

검은 조각들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윤서의 손목도.

조용히 사라졌다.

 

균열이 천천히 닫혔다.

비가 멈췄다.

 


 

며칠 뒤.

윤서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회사도, 거리도, 사람들도 그대로였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그를 기억하는 건.

윤서뿐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윤서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정국이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 있었다.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있었다.

 

윤서의 심장이 조용히 흔들렸다.

정국이 그녀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쳤다.

아무 감정도 없는.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윤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모든 게 시작이라는 것도.

 

윤서는 작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짧은 순간.

 

정국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

이유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아주 짧게.

정말 짧게.

가슴이 묘하게 아픈 것처럼.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윤서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괜찮아.”

 

잠시 숨을 고른 뒤.

“…이번 생은.”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

“너로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