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は前庭のホームごとに。


[2]

오늘은 정국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고이 모셔뒀던 팩도 하고 아침 일찍부터 샵에 들려 꾸미기에 열을 올렸다.

"오늘 뭐 좋은 일 있어?"

"네?"

"평소보다 들떠보여서. 좋은 일 있나하고."

정국이를 만날 생각만 해도 얼굴이 달라지는 구나. 거울 속으로 들여다 본 내 모습은 평소의 피곤한 얼굴이 아니었다. 피곤한 스케줄의 연속이었지만 오늘은 생기가 넘쳐 보인다.

"별로 없어요. 그냥 오늘 무대 기대 돼서요."

"무대는 매일 하잖아. 혹시 햄이 연애해?"

연애는 계속하고 있었죠. 오늘 남자친구를 만나러가요. 그러니까 더 신경 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원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말 한마디가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연애라니요. 이제 신인인데."

"그래. 한창 중요할 때지? 그래도 다른 애들 보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연애하고 그러던데. 마음에 드는 사람 없어?"

"마음에 드는 사람이요?"

"그래. 이상형이라던가."

이상형 정도는 괜찮겠지? 진짜 사귄다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상형이라면 있어요."

"오, 누군데?"

"방탄소년단에 전정국이라고 있는데. 귀엽고 멋있고 제 스타일이에요."

"아. 전정국군. 알지. 가끔 우리 샵에 오거든. 그러고 보니까 같은 소속사 아니야?"

"맞아요. 존경하는 선배님이죠."

와. 이 와중에 소속 가수 홍보하는 거야? 역시 철저해. 햄이. 다행이다.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아서.

"그럼 햄이 기분도 좋은데 오늘은 더 예쁘게 해볼까?"

"그래 주실 수 있나요?"

"그럼. 나한테 맡겨. 청순의 절정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원장님은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이 것 저 것 꺼내오셨다. 거울 속의 내가 청순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했을 때 샵에 손님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와. 완전 피곤해."

"김태형. 얼굴 부었다."

"아. 진짜!"

남준의 놀림에 태형은 남준을 노려보며 숨을 거칠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태형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태형이가 왔다는 건 그곳에 정국이도 있다는 말이니까.

"안녕하세요. 원장님."

"어? 햄이다."

"오. 오늘 콘서트 라인업에 있다더니 샵 같은 곳이구나."

지민이와 태형이가 나를 먼저 발견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탄소년단에게 인사를 했다. 어쨌든 소속사 선배 가수이니까 말이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아이. 딱딱하게 왜 그래요. 우리 말 놓고 지내기로 했잖아요."

지민이는 살갑게 나에게 말을 붙였다. 지민이에게 웃어 보이면서도 눈은 정국이를 찾고 있었다.

"아. 피곤해."

"나도."

정국이와 윤기는 뒤늦게 샵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둘 다 잠에서 덜 깬 얼굴이었다. 귀여워. 부스스한 정국이.

"어? 햄이? 햄이가 왜 여기에 있지? 이거 꿈인가."

"야. 전정국. 호들갑 떨지 마. 여기 샵이거든?"

정국이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며 실실 거리자 윤기가 정국을 가라앉혔다. 역시 얼굴을 보면 이렇게나 좋은데.

"아, 나 머리 뻗쳤는데."

정국이는 다급하게 뻗친 머리를 손으로 눌렀다. 내 눈에는 귀엽기만 한데.

"오. 잘 됐네. 안 그래도 햄이가 방탄소년단에 이상형이 있다고 했는데."

"이상형이요? 누군데요. 그게?"

원장님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정국이의 입가는 벌써 웃고 있다.

"정국씨라고 하던데. 원래 친한 사이었나보네?"

"원장님. 그걸 말하시면 어떡해요."

"아, 좀 그랬나?"

정국이는 금세 내 바로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거울을 통해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국씨는 어때? 이상형 있어?"

"저는 귀엽고 청순하고 섹시하고 혼자 다 하는 여자 좋아하는데."

"어려운 이상형이네. 그런 여자가 있어?"

"저도 있을 줄 몰랐는데."

정국이 거울을 통해 은근히 나에게 눈길을 보냈다.

"있더라고요."

"뭐야. 정국씨 연애해? 햄이 슬프겠네."

"어쩔 수 없죠."

이렇게나 아슬아슬하게 닿아있는데. 정말 미친 듯이 심장이 뛰고 있다. 당장 손을 잡고 싶은데. 당장 안기고 싶은데. 우리는 정작 눈길 한 번 스치는 것조차 어렵다.

"윤기씨는 이상형이 누구야?"

정국이한테 너무 신경이 곤두 서 있는 나머지 윤기이가 반대편에 자리를 잡은 줄도 모르고 있었다. 윤기는 졸린 눈을 부비며 흘깃 내 쪽을 돌아봤다.

"햄이요."

"응? 햄이라고?"

"네. 저 귀엽고 청순한 여자 좋아하거든요."

원장님은 나와 윤기 사이에서 은근한 눈길을 보냈다. 이렇게나 당당하게 말할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전개에 당황하고 있는데 정국이는 잔뜩 약이 올라 있다.

"어머. 잘 해봐. 윤기씨 괜찮잖아. 능력도 있고 귀엽고."

"하하. 윤기선배 멋있죠. 참 좋은 선배에요."

"은근히 선 긋네. 햄이."

원장님은 나를 놀리기 바쁘셨다. 원장님이 자꾸만 윤기와 나를 엮으려고 할수록 정국이의 표정은 굳어져 갔다.

"원장님. 오늘 머리 스타일 영 마음에 안 드는데요."

"왜. 정국씨 그 스타일 좋아하잖아."

"마음에 안 들어요. 바꿔주세요."

정국이의 변덕에 원장님은 진땀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