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クックビングイング]作頭

1話。夢から見た兄

정국은 며칠째 같은 꿈을 꿨다. 어두운 방 한가운데 붉은 천이 늘어져 있고, 바닥에는 촛농이 굳어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천은 천천히 흔들렸고,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렸다.

 

 

딸랑.

그 소리가 울리면, 정국은 늘 같은 곳을 보게 됐다. 방 한가운데 놓인 작두. 그리고 그 위에 맨발로 서 있는 남자.

위험해 보였다.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발끝이 베일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정국은 매번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려와요.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뛰어가고 싶은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정국 쪽을 보지 않았다. 그저 작두 위에 선 채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정국은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숨을 삼켰다. 왜인지 몰라도, 저 사람을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순간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흐릿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을 알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얼굴일 텐데,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둔 사람처럼.

 

 

“형…”

그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순간, 정국은 눈을 떴다.

 

 

 

 

방 안은 어두웠다.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정국은 한참 동안 천장만 바라보다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또야…”

 

 

꿈이라기엔 너무 선명했다. 작두의 차가운 빛도, 방울 소리도, 그 남자의 뒷모습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건, 꿈에서 깬 뒤에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아팠다는 거였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다가 깬 사람처럼.

 

 

-

 

 

정국은 결국 다시 잠들지 못했다. 아침이 되어 연습실에 도착했을 때도 머릿속엔 계속 그 꿈이 남아 있었다.

음악이 틀리고, 멤버들이 장난을 치고,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려도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정국아, 너 오늘 왜 이렇게 멍해?” 지민이 물었다.

정국은 물병을 잡은 채 대충 웃었다. “잠을 좀 못 잤어요.”

 

 

“꿈꿨어?” 그 말에 정국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냥… 이상한 꿈이요.”

“무서운 꿈?”

 

 

정국은 대답하지 못했다. 무섭다고 하기엔 이상했다.

분명 기괴하고 위험한 꿈인데, 정국이 느낀 건 공포가 아니었다.

 

 

걱정.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그리움.

 

 

“새로 오는 사람 있다던데, 컨디션 괜찮겠어?”

“새로 오는 사람이요?”

“응. 퍼포먼스 쪽으로 같이할 사람이래.”

 

 

정국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연습실 문이 열렸다. 대표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검은 코트, 느린 걸음, 무심한 듯한 눈.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정국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심장이 먼저 알아본 것처럼 세게 뛰었다.

 

 

“인사해. 김태형 씨야. 이번 프로젝트 같이할 거야.”

 

 

태형은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정국은 이상하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꿈속의 그 사람이었다. 작두 위에 서 있던 남자. 얼굴은 흐릿했지만, 정국은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이다.

 

 

태형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정국에게 닿았다. 그 순간 태형의 입가가 아주 작게 올라갔다.

처음 보는 사람을 향한 웃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익숙한 표정이었다.

 

 

 

 

태형이 정국 앞에 섰다.

“전정국 씨죠?”

정국은 대답이 늦었다.

“…네.”

 

 

태형이 손을 내밀었다. 정국은 망설이다가 그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닿는 순간, 머릿속에 짧은 장면이 스쳤다.

 

 

붉은 천.

방울 소리.

작두 위에 선 태형.

 

 

정국은 놀라 손을 놓았다. 태형은 그런 정국을 가만히 바라봤다. 당황한 기색도, 놀란 기색도 없었다.

마치 정국이 이렇게 반응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봤구나.”

정국의 표정이 굳었다.

“…뭘요?”

 

 

태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정국을 조금 더 오래 바라봤다.

그 눈빛이 이상했다.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오래 기다린 사람 같기도 했다.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갈 뻔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 이상하게 붙잡고 싶었다.

 

 

 

 

태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늦지 마.”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정국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분명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 그 순간 정국은 알 것 같았다.

 

 

자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