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꿈

pt.4 피아노, 그리고 밤이 아름다워서.



선생님은 예상대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애들에게 썩 관심이 없었다.
그 선생님은 돈 많은 애들만을 좋아했으니까. 아무리 애들이 성적이 좋거나, 성격이 좋아도 다 무시하던 사람이었다.
쉬는시간을 틈타 몰래 들어간 교실은 수다스러웠다.

'시끄러워..'
내 자리는 교실 창문 근처 뒷자리였다.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다시 그 좁았던 창고로 돌아가고 싶었다. 7명이 모여있어도 썩 좁지많은 않은 곳.
곰팡이 냄새도, 약간의 나무냄새도 나는 그 곳이 난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아..또 수업 빠지고 싶다.'
수업 빠져도 쌤들은 모를텐데.

시간이 함참 지나고 6교시 쉬는시간이 끝나고 종이 울렸다. 7교시 수업의 시작이었다.
수업은 반쯤 멍때리기 일쑤였고, 이상하게도 계속 그 갈색 피아노가 생각났다. 그 음악에 이어지는 음은 뭘까.
계속 그 생각만 하며 수업이 끝나갔고 난 쉬는시간에 다시 아무도 없을 그 빈 창고로 갔다.
삐걱거리는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피아노가 울리고 있었다.

"어, 누나?"
정국이었다.

"어..정국이?"

"네네, 놀러왔어여?"

'아, 응. 정국이도 피아노 치는거야?"

"잘은 못치는데 윤기형 어깨너머로 배웠죠"
활짝 웃는 애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서 뭐 치고 있었어?"

"윤기형이 치던 곡이여"

"아. 아까 전에 쳤었던?"

"맞아여"

"그 곡은 중간에 끊긴거 아니야? 아직 다 못쓴것 같던데."

"어? 중간에 끊긴거 어떻게 알았어여? 윤기형이 다 쓰긴 했는데 항상 그 뒤로는 안치거든요"

그렇게 수다를 떨다가 정국이가 물었다.

"한번 이어서 쳐 줄까여?"

'"어, 궁금해서"
내가 말하자 피아노는 어느 중간부분부터 시작했다. 아, 그 끊기기 전의 단락이구나.
민윤기가 쳤을때 이어지지 못한 피아노의 음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그 음은 끊기지 않았다.

몇분이 지났을까 민윤기가 한쪽에 앉아있었다. 언제 들어온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윤기는 무표정으로 정국이를 바라보았다.
무표정, 아니 무표정이라기보다 짜증난 얼굴, 그리운 얼굴. 어이없어하는 듯한 약간의 웃음이 그 감정을 내포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 치고나서 정국이는 핸드폰을 쳐다보더니 빨리 가봐야 할 일이 생겼다며 먼저 나갔다. 이 안에는 나와 민윤기밖에 없었다.
"어때?"
민윤기가 갑작스레 물었다.

"...뭐가?"

"피아노."

"좋은 곡이네, 더 매끄러워지면 좋을 것 같고."

"어디가?"
민윤기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정국이가 어이친 부분."
민운기가 잠시 침묵하며 고민하는 듯 하더니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치지 않는 부분을 치기 시작했다.
잘 들으라는 듯이 치는 그 피아노는 햇빛을 받아 연한 갈색빛을 띄었다.

"여기서 어디가 이상해?"

나는 한참동안 고민했다.
피아노를 치며 말해주고 싶었지만 손이 피아노를 거부했다. 손이 덜떨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반대쪽 손으로 떨리는 팔을 잡고 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세게 잡고 있었다.
그때 한 손이 팔을 잡았다.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내 손을 감싸고 있었다.

"너..."

"미안, 미안해."

"너가 뭘 미안해, 너 잘못한거 없어. "

"......................"

잠시 지나자 떨림이 멈췄다. 
"신기하네..평소엔 잘 안 멈추는데."

"원래 이래?"

"피아노 만지려고만 하면 그러더라고...아, 말로만 설명하자면 중간부분에 끊기는 부분 있잖아, 거기에다가 화음 넣으면 어떨까 싶어서 그리고 반키 내려서 쳐도 될 것 같던데. 중간에 마이너는 메이저로 바꿔도 될 것 같고. 뭐 나도 잘은 모르지만.."

"한번 시도해 볼게 이제 슬 집 가자."
나는 고개를 끄적이며 주변을 정리했다. 이곳 나중에 한번 청소해야겠다...먼지가 날아다니네 아주
버스를 타고 집을 도착했다.
4층짜리 주택, 문을 열려고 손을 내밀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
아. 또 회색빛 집안으로 들어가야하는건가.

"안들어가?"
민윤기가 옆에 있었다.
그마저도 큰 변화였다. 옆에 편하게 있을 사람이 있다는게.

"어, 아니 들어가야지."

"지금까지 궁금한게 있었는데, 너 혼자 여기 사는거야? 가족은..."

"그냥, 멀리 산다 해야하나."

"음.."
민윤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향했다.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방에서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
"뭐하려고 이제?"

"가사 쓰려고"

"대단하네"

"별거 아냐. 그냥 조금씩 하는거라."

"그래도"
민윤기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고양이의 눈처럼 생긴 그 눈이 휘늘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밤 8시였다.
"민윤기, 밥 먹어"

민윤기는 비척비척 걸어오더니 수저랑 젓가락을 챙겼다

"땡큐"

"어."

남이 본다면 우리는 아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것이다.
단지, 보호자라는 존재만 없을 뿐.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었냐."

"글쎄. 나도 썩 그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거든"

"그 집?"

"내가 원래 지내던 곳."

"아.."

"그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잘못걸렸지 뭐."

"그래서 그때 상처가 많았구나."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걸로 만족했다

"방황이지, 방황. 그게 청춘이라던데"

"어른들의 헛소리야. 잘 알잖아"

"잘 알지,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그러니까...."

"그래서 그날 그곳에 있었던거야. 한번 죽어보려고."
민윤기는 내 말을 끊고 이어 말했다. 당연하지 않은 일을 당연하게 여기듯이

"뭐 사람은 죽기 마련이니까. 내가 말릴 능력은 없지."

"근데, 이상하게 그때 죽고싶지 않더라."

"아마 그날 밤이 예뻤기 때문일거야. 달이 시렸거든."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우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잘 알고있다는 생각으로.


나는 이어 물어봤다.
"너 정국이가 피아노 치는거 별로 안좋아하지?"

"어떻게 알았대"

"그야 너가 치지 않는 부분을 그 애가 치니까."

"걔는 모를거야 내가 왜 안치는지."

"나 있을때는 너도 쳤잖아."

"그땐 단순히 궁금해서 물었던 거야. 내가 그 부분을 앞으로도 칠 수 있을지 장담도 못하겠고."

"안 쳐도 돼. 나도 피아노 못치거든."

"그래도 음악이 좋아."

"맞지, 음악은 좋지. 애증이야."
갑작스레 어렸을 적의 피아노가 생각났다. 집안에 울려퍼지던 그 흑갈색 빛의 피아노가.
나는 창문밖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젠 다시 치기 어려운.
내 기억의 구석 한켠에 자리잡은 그 피아노.






























ps. 네, 4화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세부사항을 정하다 보니까 글이 들쭉날쭉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감사해요:)
곧 시험인데 시험 끝나고 글 이어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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