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南仏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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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삠도령








태형은 여주의 말을 어느정도 짐작 했었지만 본인 귀로 직접 들으니 요동치는 자신의 동공은 숨기기 어려웠었다.

지나가던 윤기는 통유리로 그들이 같이 있는 모습을 봤고, 
불륜이라는 것을 비로소 확신하게 되었다. 
전까진 아니라고 자신을 합리화 시켰지만 
이젠 그 짓도 못하게 되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그 상황을 보지 못했으면 덜 아팠을까. 
무뎌졌다고만 생각들었던 내 심장은 점점 외부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뛰었고, 그녀가 아닌 자신을 원망하기만 했다. 
사랑은 역시 사람을 바보로만 만든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동기인 것 같다. 

한편, 태형은 여주의 고백아닌 고백을 빌미로 
여주에게 연애를 요청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연애가 아닌, 
추악한 불륜일 뿐이지만 나름 포장해서 말한 것이다.

여주는 볼을 붉히며 태형의 요청을 수락했고, 
여주는 윤기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미소를 지으며 태형을 지긋이 바라봤다. 
태형도 특유의 네모 웃음을 지으며 여주의 손을 잡으려 하는 그 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그 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금 남의 남편 데리고 뭐하는 수작이세요!”

“그쪽은 누구시죠?”

“연우야...”

“시끄러워. 내 이름 부르지 마.”

여주는 당황한 듯이 눈을 데구르르 굴리다가 통유리 너머로 자신들을 바라보던 윤기와 눈이 마주치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며 여주는 윤기에게 다가갔다.

윤기는 애써 웃으며 여주에게 물었다.

“누구야? 동창? 재밌게 놀다 와. 나 신경은 쓰지 말고.”

“윤기야.”

“난 먼저 집에 가서 준우 씻기고 있을게.”

“민윤기.”

“천천히 들어와. 아, 그래도 새벽 되기 전까지는 들어오고.”

“민윤기, 너 알잖아. 나 바람피는거. 모르는 척 하지마.”

“...”

“그냥 제발 실컷 나 원망하라고. 제발 나한테 욕 하라고. 
그래야 내가 너한테 정 뗄 거 아니야! 왜 끝까지 이기적인데? 
제발 나 좀 그만 힘들게 해.”

“... 미안해. 그냥 미안해. 근데 나 너한테 차마 못 그러겠어. 
나 이기적인거 알아. 그런데도 너 못 놔주겠어.”

“... 나 간다.”

“여주야!”

여주는 윤기로부터 등을 돌렸다. 
아니, 예전부터 마음은 그를 등진지 한참이나 지났다. 
윤기는 마른 세수를 하며 주저앉았다. 
주위에서는 수군거리며 윤기에게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윤기는 그런 같잖은 소리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 시각 태형과 연우네 부부 _

“태형아, 내가 생각하는거 맞아? 응? 아니지?”

“...”

“아니라고 말 좀 해봐. 아니라고 하라고. 아니잖아. 아니라고 해 빨리!”

“... 미안.”

“왜 부정을 안하는데! 사람 초라해지게 왜!”

“미안...”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고 제발. 듣기 싫어...”

“... 미안해 연우야.”

작은 체구는 금세 부들부들 떨렸고 그 서러움을 주체하지 못해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 아이처럼 크게 울어버린다. 
태형은 다가가 지금이라도 달래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잘못은 알기에 이도저도 못하고 
가만히 손톱을 물어뜯으며 서있기만 했다.

“... 연우야,”

“건들지 말라고!!!”

“... 연우야...”

“우리, 제발 그냥 이혼하자. 응? 나 이제 놔줘. 나 그만할래. 
나 더 이상 비참해지기 싫어. 나 너 장난감 놀이의 대상이 되기도 싫고, 이젠 너가 그렇게 지겹도록 말하는 연우야, 연우야 소리도 듣기 싫어. 우리 그만하자.”

“...”

“... 오늘 내로 아버지께 말씀드릴게. 간다.”

태형은 용기를 내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차마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그녀를 잡을 수 없었고, 그녀는 뒤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카페를 떠났다.

태형은 의자를 당겨 의자에 앉아 얼음이 다 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따뜻한 온기마저 사라져간 여주의 카라멜마키아토만을 쳐다봤다.

태형의 눈빛에는 더 이상 감정이란 찾아볼 수 없었고,

윤기는 모든걸 다 포기한 듯 한 눈빛으로 여주를 쳐다봤다.

여주는 윤기를 무시한 채로 다시 카페로 돌아왔고, 
태형을 바라만봤다.

태형은 여주가 다시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여주는 태형의 앞자리에 조심스레 앉아 태형의 손을 꼭 잡았다.

태형은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껴 여주를 쳐다봤고,

여주는 태형의 손을 더욱 꽉 잡으며 말했다.

“태형씨,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조심스럽게 말한 여주는 덤덤한 척을 했지만 
꽉 잡은 손은 축축하게만 젖어들어갔다.

태형은 푸스스 웃으며 여주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들의 불순한 관계는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