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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
2026.06.22閲覧数 5
누가 사랑이 식었다는 걸 더 빠르게 알아챌까?
나는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다 당한 사람이 더 기억하고 느끼거든
처음부터 이랬던 건 당연히 아니었음
.
.
오히려 못 봐서 죽을 것 같다고 한건 여주가 아니라 최범규였었는데... 분명 그랬는데
조금씩 조금씩 달라졌음
처음에는 연락, 두 번째는 데이트, 마지막은
관심
관심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음
처음에 최범규는 이미 다 알아서 굳이 물어보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음
지금 자는지 안 자는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이미 대강 알고 있었으니깐
근데 최범규가 눈치채지 못한 게 한 가지 있는데, 그건 여주에 대한
세세한 거
뭘 먹었는지, 자기 전에 뭘 했는지
오늘 어땠는지 같은
그 시절 최범규는 하루하루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만큼 소중하고 반짝이는 시간이 또 없었으니깐 설령 자는 시간이 똑같더라도, 자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면서 무슨 꿈을 꿨는지 같은 거
그게 다 같을 순 없으니깐
그리고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단 걸 깨닫고 나선
조금 자책을 하기도 했겠지
여주한테 그럴 때마다 미안함 마음은 당연히 들었지만 인간은 본디 이기적인 사람이라,
그 이기적인 마음을 누르던 사랑이란 게 사라지니
내 감정이 더 앞서게 되었고, 상대방의 서운함을
오래오래 생각해 보지 않았으면 쉽게 까먹었음
근데 여주는 아직 범규를 너무 좋아했음
아니, 아직이 아니라 더 커지고 있었음
권태기라면 다른 한쪽은 좋아하는 게 당연함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헤어졌겠지
여주는 하루 종일 갈팡질팡하고 있었음
연락을 해 말아 그거 하나로
사실 여주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름
연락 하나에도 이렇게 힘들어하는 게 연애가 맞는 건지 당연히 아니라는 결론을 냈지만
고민을 멈추지는 않았으면 멈춰지지도 않았고
아직 너무 좋아하는데 어떡해...
이렇게라도 해야 미련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것
같은데 어떡해... 을이라는 거 아는데도, 내일 당장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는 사이라는 거 알아도
아직 최범규가 너무 좋은데...
결국 여주는 연락하는 것을 선택했음
안 하면 최범규가 자기를 잊을 것 같았거든
그건 진짜 싫어서...
그저 전 여자친구라는 이름으로 최범규 인생의 페이지 하나에 남은 채로 잊히는 게 너무 두려워서
.
.
처음 여주가 범규의 권태기를 깨달았을 때 느낌은
자신의 어린 시절 탈덕 과정을 보는 것 같았음
분명 완전히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냐, 아직도 그 웃음이 좋았고 웃는 모습을 보면 얘는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근데 딱 거기까지야
이제는 얘와의 미래가 상상이 가지 않았음
한마디로 얘를 좋아하는 내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 거임
그냥 행복했었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가 아닌 나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으니깐
다들 탈덕 하면 아예 안 사랑하는 것처럼 생각을 하지만, 그건 아님 sns에 한 번씩 뜨면 반갑고, 아직도 그 애가 좋아하는 음식, 생일, 지나가면서 말했던 내용들이 기억이 나지만 거기에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음 관심이 사라져서 수정을 못 하거든 그건 권태기인 최범규에게도 당연했음
이제는 더 이상 마시지 않는 아이스티를 아직도 여주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세세한
정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고 여전히 그 시절 속 여주에게 멈추어져 있었음
자신의 그 시절 속 최범규는 남아있지 않다는 건
신경 쓰지 않은 채로
한 번씩 여주의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티 인지 커피인지 모를 음료를 보고도 더 이상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았음
아 여주가 이제 아메리카노 좋아하는구나~!
가 되지 않았음
그게 아메리카노 인지 아이스티인지 구별이 될 때까지 쳐다본 적도 없었고
그게 뭐 인지 구별해 볼 생각도,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여주가 마시던 빨대로 그대로 음료를 마셔볼 생각도, 집에 와서는 오늘 여주가 음료를 마셨는지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로
관심이 날이 갈수록 적어졌음
처음 사귀던 날의 결혼까지 가자던 패기는 사라졌음
사랑의 종착지는 결혼이라는 착각에 빠진 소년의
최후였음
아니, 그걸 믿은 소녀의 최후였을 수도 있겠음
.
.
여주는 범규에 대한 정보가 점점 더 쌓이고 있었음
얘가 이제는 이런 부분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구나... 옛날에는 어땠지... 요즘은 이걸 싫어하는구나 등등 범규와 여주의 관심은 반비례 해졌음
결국 이 이상하고 점점 반비례해지는 관계를
범규가 끊어 버리려고 준비하고 있었음
근데 그걸 과연 여주가 몰랐을까...
다른 곳에서는 눈치 없다고 소리 듣는 여주의 눈치들이 어디에 몰빵이 되어있어서 그런 건데...
최범규 너잖아...
여주는 눈치를 챈 후로 연락을 계속했음
물론 그전과는 턱도 없을 정도의 연락 횟수였다지만 그게 여주한테는 너무 소중했음
아직 여자친구로 봐주는구나...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리 관계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너랑 내가 싸운 게 아니잖아
세상에 영원한 건 없듯이 너의 권태기도 영원하진
않을 거 아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오랜만에 꾸미고 나온 여주였음
"범규야 어때?"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