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ビンギング]ライズウォンビンは私が好きだと思います

4話。

"그게 궁금하니까."

 

집에 오는 내내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여주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천장을 봤다.

 

'무슨 뜻이야 진짜로.'

 

궁금하다는 게 뭐가 궁금하다는 건지.

내가 번호를 줄 거냐는 말이 왜 나온 건지.

왜 그 사람 말투는 맨날 딱 그 선에서 끊기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다.

원빈이 여주를 좋아한다?

 

말도 안 됐다.

 

아이돌이 현장 스태프를.

그것도 사고 치고 도망 다니는 스태프를.

 

그냥 챙겨주는 거다.

원래 그런 사람인 거다.

 

다짐은 이미 열 번도 더 했다.

문제는 아무리 다짐해도 심장이 말을 안 듣는다는 거였다.

 

-

 

다음 날 현장은 어제보다 조금 더 규모가 컸다.

사람도 많았고, 움직여야 할 것도 많았다.

 

오히려 잘됐다.

바쁘면 딴생각 못 하니까.

 

 

여주는 진짜 열심히 움직였다.

 

부르기도 전에 필요한 걸 챙겼고,

정리도 깔끔하게 했고,

어제보다 훨씬 익숙하게 돌아갔다.

 

'이 정도면 오늘은 괜찮은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던 오전쯤이었다.

 

"여주 씨."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

 

여주는 돌아보기도 전에 이미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원빈이었다.

 

 

손에 음료 두 개를 들고 있었다.

 

"이거."

"…저요?"

"네."

"저 음료 안 시켰는데요."

"알아요."

 

 

여주는 멍하니 음료를 받아 들었다.

원빈은 하나를 여주 손에 쥐여주고, 나머지 하나를 자기가 들었다.

 

"아침부터 쉬지도 않고 움직이던데."

"그래도 됐는데요…"

"안 됐는데요."

 

짧고 단호했다.

여주는 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원빈은 여주 옆에 아주 잠깐 서 있다가 말했다.

 

"맛없으면 버려요."

 

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아, 이 사람은 진짜.'

 

여주는 손에 들린 음료를 내려다봤다.

차갑고 달달한 거.

 

좋아하는 거랑 비슷했다.

그게 더 이상했다.

 

 

점심 이후였다.

현장이 잠깐 느슨해지는 시간에 여주는 한쪽 구석에서 메모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원빈이 지나가다 걸음을 멈췄다.

 

"뭐 해요?"

"아, 정리 중이에요."

"다음 동선이요?"

"네."

 

원빈은 여주 메모지를 한번 보더니 아주 짧게 말했다.

 

"여기 순서 바꾸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어디요?"

 

원빈이 손가락으로 두 항목을 짚었다.

여주는 받아 적으려고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그 바람에 어깨가 닿을 것 같은 거리가 됐다.

여주는 그대로 굳었다.

 

"여기랑 여기."

"아… 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적었지만,

손이 약간 떨렸다.

 

원빈이 한번 더 확인하듯 메모지를 봤다.

 

"이렇게 하면 한 번 덜 움직여도 되거든요."

"감사해요…"

"별거 아니에요."

 

그리고 원빈이 자리를 뜨려 하자 여주는 모르게 말이 나왔다.

 

"원빈 씨."

 

원빈이 멈췄다.

 

"왜요."

 

여주는 한 박자 망설였다.

묻고 싶었다.

 

아까 음료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그제도 그렇고.

 

다른 사람한테는 안 하면서 왜 자꾸 나한테만.

 

"아니에요."

 

결국 또 삼켰다.

원빈은 잠깐 여주를 보다가 그냥 갔다.

여주는 메모지만 내려다봤다.

 

'왜 못 물어봐.'

 

오후 들어서 현장이 다시 바빠졌다.

여주도 다시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엔 자꾸 시선이 느껴졌다.

등 뒤가 따끔한 느낌.

 

고개를 들면 원빈이 보고 있고,

눈이 마주치면 원빈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두 번도 그럴 수 있다.

근데 세 번이 넘어가면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아니야. 내가 예민한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

오후 늦게였다.

 

다른 스태프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에 여주 혼자 소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원빈이 지나가다 또 멈췄다.

 

이번엔 아무 말도 없이 여주가 들고 있던 박스를 한쪽에서 같이 들었다.

 

"아, 괜찮은데—"

"어디 놔요?"

 

여주는 그대로 포기했다.

 

"저기요."

"가요."

 

박스를 내려놓은 뒤였다.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생겼다.

여주는 그 침묵이 불편한데 동시에 자꾸 아쉬웠다.

 

'이상해. 나 진짜 이상해.'

 

그때였다.

원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뭐 물어보려고 했어요?"

"…네?"

"이름 부르고 아니에요, 했잖아요."

 

여주는 굳었다.

기억하고 있었다.

 

"아, 그냥…"

"그냥이요?"

"별거 아니에요."

"물어봐요."

 

 

 

원빈 목소리가 낮고 조용했다.

피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기다리는 것처럼.

 

여주는 잠깐 고민했다.

어차피 계속 이러다간 더 커진다.

물어보고 시원하게 끝내는 게 낫다.

 

어떤 대답이 나오든 간에.

 

"…왜 저한테만 이러는 거예요?"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음료도 그렇고, 메모도 그렇고, 아까 박스도요. 다른 사람한텐 안 하면서."

 

말하고 나서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혼자 너무 의미부여 한 것처럼 들릴 것 같아서.

 

원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여주는 발끝을 봤다.

 

'아 왜 말했지. 그냥 있을 걸.'

 

창피해서 수습하려는데—

 

"왜 그것 같아요?"

 

고개를 들었다.

 

원빈이 여주를 보고 있었다.

표정은 평소랑 똑같았다.

무심한 듯 조용한 얼굴.

 

그런데 눈빛이 달랐다.

뭔가를 재고 있는 것 같은 눈.

여주가 어떻게 대답하는지 보려는 것 같은.

여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르겠어요."

 

겨우 그렇게 말했다.

원빈은 잠깐 여주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리고 돌아섰다.

그게 전부였다.

 

대답이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그냥 여주 대답을 듣고 간 것처럼.

여주는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게 무슨 대화야.'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

이상하게 아까보다 심장이 더 시끄럽게 뛰고 있었다.

 

왜 그것 같아요.

 

그 말이 계속 귓속에서 맴돌았다.

퇴근길 내내 여주는 멍했다.

 

오늘도 결국 아무것도 몰라.

원빈이 왜 이러는지.

그게 뭘 의미하는지.

 

근데 한 가지는 알았다.

이제 모른 척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거.

 

여주는 버스 창문에 이마를 기댔다.

 

'망했다, 진짜.'

 

어제도 이 말 했던 것 같은데.내일도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