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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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篇


반가움의 인사, 안녕.


고깃 씀.




 볼을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에 눈을 뜨자 나의 시야로 흩날리는 꽃잎들이 보였다. 서로 뒤엉켜서 흩날리는 모습이 제법 아름다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누가 관리하고 있는 정원인 것 같았다. 가지들도 꼬여 있지 않고 정갈했으며 모든 꽃들에 이슬이 맺혀 영롱한 빛을 냈다. 그야말로 황홀한 광경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평소에 꽃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꽃을 가꾸는 일에 관심도 없었지만 오늘따라 왠지 꽃에 관심이 갔다. 마치 꽃에 홀리기라도 한 듯.


 “안녕?”


 누군가 내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는 이슬이 맺힌 듯 영롱한 분위기를 냈다. 그리고 그의 한 손에는 해오라기 난초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혹시 이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냐고 물어보려고 했으나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리에 도깨비 뿔 같은 게 두 개나 달려 있었기에 나는 너무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쿡쿡 웃었다. 마치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한 눈치였다.


 “난 도깨비야. 이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정원사지.”


 “도깨비…?”


 “그리고 내 이름은 김석진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이단향.”


 “단향아, 혹시 꽃 좋아해?”


 평소 같았으면 그 질문에 당당하게 아니,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을 정원사라고 소개하는, 한 손에 해오라기 난초 꽃다발을 소중히 들고 있는 그를 보니 그런 말이 당당하게 나오질 않았다. 나는 잠시 우물쭈물대며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자 그가 다정하게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굳이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의 말에 나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이 먼지만큼 자리잡고 있었다.


 “좋아하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아.”


 “그럼 이 꽃다발, 받아 줄래?”


 나는 대답 대신 그가 건네는 해오라기 난초 꽃다발을 받았다. 해오라기 난초는 인터넷에서만 봤지 이렇게 눈앞에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꽤 마음에 들었던 꽃이었다. 생긴 게 백조가 날개를 활짝 펴고 표류하는 것만 같았기에.


 내가 제법 마음에 들어하자 그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내게 따라오라며, 정원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모든 꽃의 종류, 꽃말 등을 전부 알고 있었다. 혹여 이 꽃에 대한 것도 알까 싶어 급작스럽게 어느 꽃을 콕 집어 물어보면 그는 당황한 기색 없이 설명을 해 주었다. 그는 힘들어 보이기 보다는 오히려 기쁘고 신나 보였다.


 자신의 관심사에 누군가 관심을 가져 주는데, 그 누가 기뻐하지 아니할 수가 있겠는가.


 몇 시간 동안이나 그의 꽃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가끔 지루하다가도 애처롭고 꽤 몽환적인 꽃말이나 꽃을 소개시켜 줄 때면 지루함 따위 싹 날아갔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가설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해서 듣곤 했다. 이게 꽃이 가진 매력인 것일까. 마냥 예쁘기만 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많아서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