片思い

늦어도.. 너무 늦었나 봐..

'나 너네 집 밑 놀이터야. 잠깐만, 나와 줄래..?'

그 메시지를 남기고 1시간이 지나도록 너는 오지 않았다.

혹시 자는 건지 너에게 전화라도 해볼까 하다가 깨우기는 싫어서 포기하고 가려던 참이었다.

“김재환...?”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여주 네가 왜 이 늦은 시간에 김재환 등에 업혀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강의건? 네가 왜 여기...”

“넌.”

“보면 모르냐? 여주. 잠들었거든..”

“어떻게 된 건데?”

“나랑 같이 있었는데 잠들었어.”

좋지 않은 느낌으로 심장이 뛰었다.

항상 나와 함께이던 네가 지금은 김재환 등에 업혀있는 것부터 마음이 너무 아려왔다.

네가 왜 그런 모습으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난 정말 못났게도 그것보다

“니 아직도 김여주 좋아하나”

이게 먼저였다. 그렇기에 난 정말 별로인 사람이었다.

“그게 네가 왜 궁금한데?”

몇 분의 기싸움이 오갔다.

그 사이 우리가 나눈 말들은 하나같이 유치한 질투들이었다.

그리고 난 봤다.

김재환 등에 업힌 여주가 깬 것을.

“여주는 이제 내가 데려다줄게.”

“됐거든? 너무 늦었어. 늦은 주제에 주제넘는 거 아닌가?”

“여주 집엔 어떻게 들어갈 건데. 주제넘는 건 너야 김재환.”

김재환에게 하는 말을 여주 눈을 본 채 말했다.

너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다가가 순간,

툭-

너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내 마음도 툭 하고 무언가에 의해 떨어지는 듯했고, 너로 향하던 나의 걸음도 멈춰버렸다.

너를 보는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데 나룰 너는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고. 내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네가 나에게서 돌아섰다. 더 이상 나를 봐주지 않았다.

내가 너를 울게 했다.

그날은 결국 밤길을 혼자 걸어갔다.

그 사이에도 머릿속에선 나를 향해 등을 돌리던 내 모습이 계속해서 소용돌이쳤다.

내가 너무 늦은 걸까. 너에게 상처를 준 걸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너의 소식

너와 싸운 후, 내가 본 너의 모습은 전혀 익숙지 않았다.

낯선 너의 모습. 그 모습 때문에 내 마음이 더 힘들었다.

내가 쓰러졌던 날, 재환이와 학교를 하다가 어떤 여자애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근데 너네 사귀는 거야?"

"응."

"와.. 대박.. 강의건 진짜 철벽이더니.. 손민지~ 능력자~"

나의 인사가 비참히 씹히던 날, 아무래도 넌 여자친구를 사귄 듯했다.

이제야 너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됐다.

너는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래서 나를 외면했다.

처음에는 너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 뭐, 좋은 여자친구 만났으면 그 친구가 나랑 어울리는 걸 싫어한다면, 그럴 수 있지.

그렇게 합리화했다.

그런데 강의건.. 그럼 나한테 한 말은 뭐야?

친구 아니라는 말..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도 나와 마음이 같은 건 아닐까, 착각할 뻔했잖아..

네가 미웠다.

나를 먼저 흔든 건 너였어. 나는 네 말에 너도 나와 같은지 모른다 내심 좋아했단 말이야.

그런데 오늘 들은 너의 소식은,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일주일은 뜬 눈으로 지새우면 울다가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잠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재환이와 하교를 하다가, 너의 소식을 듣고, 경로를 틀어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이 있었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나면, 머릿속이 뻥 뚫려 바람이 통하듯 시원해지는 느낌을 좋아했다.

그런 나에, 재환이는 순순히 따라와 주었다.

노래방에서조차 주구장창 슬픈 이별 노래만 불러대는 나에도, 너는 표정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그런 너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노래방 다음엔 떡볶이였다.

매운 걸 잘 먹지도 못하는 내가 너를 잊어보겠다고 제일 매운맛을 주문했다.

한 개 먹을 때마다 헉헉대며 물을 찾았지만.

나를 향해 물을 건네던 재환이.

'아이고 이 가스나야.. 그러게 왜 매운 걸 먹는다 해가지도...'

결국에 또 너를 떠올려 버렸지만 말이다.

한심해.. 너 뭐 하니 김여주..

"이제 가자 재환아.."

그리고는 집으로 향했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많이 늦어버린 시간이었다.

버스에 올라타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하..."

자꾸만 내 눈치를 보던 재환이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너무 벅찬 내 마음에 재환이에게 하는 사과는 좀 미루기로 했다.

늦은 시간. 집에 가면 제가 나에게 이때까지 뭘 하고 돌아다녔냐도, 너만의 사투리 섞인 말투로 잔소리를 해댈 것만 같았다.

그럴 리가. 이젠 그럴 리가 없었다.

집 앞까지는 기억이 없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든 것 같았다.

날이 선 말다툼 소리에 뻐근한 눈을 떠보았을 땐, 내 눈앞에 강의건, 네가 있었다.

너를 모자마자 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왜 네가 여기 있어, 이 시간에..

네가 너무 미웠는데, 또 막상 너를 보니 마음이 말랑하게 쿡쿡 쑤셔왔다.

아픈 심장을 움켜쥐고 싶어지만, 힘이 없어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서 눈을 돌려 버렸다.

너와 재환이가 하는 실랑이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그냥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 줘 의건아...

그 말을 마음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