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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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사원이 그렇듯 나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 찌들어 있었다. 가끔은 내 일상에 변화가 있기를 원했지만 정작 변화를 겪고 나니 다시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오랜만에 야근을 했던 날. 곧 중요한 거래처를 만날 일이 있어 프로젝트를 꼼꼼히 준비해야 했다. 그렇기에 밤까지 회사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늦은 밤에 퇴근을 하게 되었다.

항상 그리 어둡지 않을 때 퇴근을 하다가 칠흑같이 어두울 때 퇴근을 하려니 괜스레 몸이 움츠러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회사에는 나 혼자였고, 정리를 한 뒤 회사를 나섰다.

회사와 집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도보를 이용해 가기로 결정했고, 이 늦은 밤 혼자 걷고 있자니 왠지 모를 두려움에 신나는 노래를 들었다. 하지만 진정되지 않는 심장에 최대한 걸음을 빨리했다.

평소라면 큰 길로 갔을 테지만 오늘은 빨리 가고픈 마음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향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잘못됐던 것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걷고 있자니 귓속에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나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는 눈알만 굴렸고, 서서히 뒤를 돌아보니 내 눈에 보이는 건 사람은 없는데 그림자만 있는 광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바로 집을 향해 달렸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오로지 그림자만 보였으니 분명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두려움에 떨었다고 해도 사람을 못 볼 리는 없었다.

그 그림자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하다 보니 내가 잊고 있던 게 있었다. 내가 그림자를 보게 된 이유인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 낮은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

“뒤돌아봐.”

목소리까지 똑똑히 기억하지만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단지 그림자만 있었기 때문에. 기억을 되짚어보니 내가 달려갈 때도 나에게 말했던 것 같다.

“이따가 보자.”

이따가 보자는 말이 이리도 소름 끼치는 말인지 처음 알았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일까. 나중에 보자는 말도, 다시는 보지 말자는 말도 아닌 이따가 보자. 오늘 안에 본다는 말이었다. 나는 결국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잠에 들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 말의 뜻을. 나는 모르는 남자와 함께 있었고, 그 남자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하자면 귀접, 나는 그날 귀접 현상을 경험했다. 귀접을 하면 그 귀신이 기를 빨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좋았다. 그 남자가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따가 보자고 했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말을 듣고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더니 잘생겼던 얼굴이 순식간에 그림자로 변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자 나를 맞이해준 건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식은땀이 미친 듯 흘렀으며 시간을 보니 아직 새벽이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말을 듣고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더니 잘생겼던 얼굴이 순식간에 그림자로 변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자 나를 맞이해준 건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식은땀이 미친 듯 흘렀으며 시간을 보니 아직 새벽이었다.

이후로 나는 잠을 제대로 자는 날이 없었다. 일부러 야근은 피했지만 잠을 잘 때마다 나오는 그 귀신과 잠에서 깨면 새벽인 탓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악몽을 꾼 뒤에는 또 그 꿈을 꿀까 다시 잠에 들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승진을 앞두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했다. 그날 또한 나 혼자 회사에 남아 있었고, 택시를 타 집으로 향할 계획이었지만 회사를 나오고 나서 알았다. 지갑을 내 자리에 놓고 왔다는걸.

이미 불을 전부 꺼 캄캄해진 회사에 다시 들어갈 자신이 없어 결국 걸어가기로 했다. 회사에 다시 들어갈 용기는 없으면서 걸어갈 용기는 어디서 생겼는지. 하필 공사 때문에 저번에 갔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귀신의 장난인 건지.

이번에는 그 길을 가기 전부터 달렸다. 하지만 길의 중간에서 누군가에게 발목이 잡힌 듯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 꼼짝없이 갇혀 두려움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왜 이제야 왔어, 기다렸잖아.”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꽤 설레는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나에게는 극악의 공포심으로만 다가왔다. 고요해진 공기에 꼭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뜨니 내 눈앞에는 잘생긴 남자가 서있었다.

“뭘 그리 떨어, 내가 무서워?”

꿈에서 봤던 그 남자. 귀접으로 인해 내 기를 빨아갔던 그 귀신이었다. 왜 내 눈에 귀신이 보이는 건지, 내 기가 그만큼 허약해진 건지 의문이 들었다. 매일 꿈에서 보던 귀신이지만 현실에서 보니 더욱 무서웠으며 잘생긴 얼굴이 극대화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얼굴이 그림자로 변하는 모습을 본 나는 한 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나 안 보고 싶었어? 나는 보고 싶었는데.”

“… 왜 내 눈에 보여요? 귀신… 아니에요?”

“응, 맞아.”

“너랑 있고 싶어서 왔어.”

“다, 다가오지 마요.”

“나… 싫어?”

싫었다. 아무리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이렇게 다가오는 건 싫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귀신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여기서 싫다고 했다가는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당할 것 같았다.

“왜 대답이 없어, 나 싫냐고.”

“좋…아요.”

“그렇지? 그럼 나랑 같이 가자.”

“… 어디를요?”

“가보면 알아, 나랑 같이 가자.”

저항하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에 초점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가 그 남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어딘지도 모르는 어둠을 걷고 있었으며, 그 남자는 무표정으로 내 손목을 꼭 잡고 걷기만 했다.

“어디, 어디 가는 거예요?”

“…”

“싫어, 싫어요… 안 갈래요.”

“이거 놔, 놓으라고… 안 갈 거라고!!”

나는 억지로라도 그 남자 손에서 내 손목을 빼려고 노력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힘을 있는 힘껏 줘도 소용이 없었고, 나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다 순간 내 가방 안에 들어있는 부적이 생각났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주고 간 부적인데, 아무 말 없이 쥐어주셔 가방에 넣고 다니던 거였다.

나는 얼른 한 손으로 가방을 뒤져 부적을 꺼내었더니 내 눈앞에서 그 부적이 까맣게 탔다. 부적이 전부 타고나니 그 남자는 꽉 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놓았다. 내가 벙쪄 있으니 그 남자가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나중에 또… 데리러 올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정신을 차렸고, 눈을 떠보니 내가 있는 곳은 차가운 길바닥. 나는 순간 내가 쓰러졌나 생각했지만 오른쪽 손목에 선명한 손자국과 왼손에 쥐어져 있는 부적에 환상이나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 다음날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 나와 말씀하셨다. 귀접으로 인해 내 기가 많이 허약해진 틈을 타 잡귀가 나를 죽이려 했던 것 같다고, 그림자 귀신이라고 불리는 귀신이며 보통 그렇게 접근한다고 했다. 내가 그날 그리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라며 칭찬을 해주신 뒤 꿈에서 깨어났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무런 일이 없이 평탄한 하루가 이어졌다. 그러다 회사에 출근해 새로운 팀장 님이 발령받으셨다는 말만 들은 채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새로운 팀장 님 얼굴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보자마자 떠올랐다, 그 남자가 내 손목을 놔준 후 마지막으로 한 말. 나중에 또 데리러 온다는 말이 이런 말이었나, 왜 저 남자가 여기에 있는 것인가. 이번에는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또 데리러 온다고 했잖아.”

순간 장면이 바뀌며 나는 또다시 그 남자의 손에 손목이 잡혀 끌려가고 있었다. 입술을 꾹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이곳은 꿈 속인 것 같았다. 꿈이라 괜찮은 줄만 알았다, 고작 꿈이니까. 그렇게 무작정 어둠 속을 걷다 한 줄기의 빛이 보이고 그 남자가 그림자로 변하더니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즉사했다, 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