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31화. 우연적 필연



대표의 제안을 받고 난 후, 

고민을 거듭하다 배우들의 수업을 맡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 소설 같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번역 일은 하기 힘들겠지만,

무엇보다 훈지씨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책도 한 권 끝냈고,

다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쉽표를 찍고 싶은 마음에

며칠 일본 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날로 바로, 호텔과 비행기 티케팅을 마쳤다.




여행을 가기 전, 

대표의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해놔서인지 

 그래도 많이 잊어버리지 않고, 잘 기억하고 있네.

 참,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 뭐 했었어?"





나는 수업 때마다 김대표의 성실함과 영민함에 

적잖이 놀랐다.







"나는 일본어 했었는데...너는?"







"일본어? 그랬구나...

 일본어 많이 기억하고 있어?

 나는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 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거 하나도 없어..

 요새 일본어 공부하고 있는데 

 은근히 재미있더라고!!"







"일본어 공부는 왜? 영어 잘 하면 됐지.

 너는 참 욕심도 많다.."







"아니, 여행갈 때 써 먹으려고 그러지. 

 파파고 돌리는 것보다 직접 이야기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더 재미있잖아."







"일본 여행 가려고?"







"아, 맞다. 그래서 나 다음 주에는 수업을 못 해.

 오늘 이야기해야지 해 놓고, 

 하마터면 잊어 버리고 그냥 갈 뻔 했다."







"누구랑 가는지 물어봐도 돼?"







"나? 혼자 가는데?"







"너 혼자 간다고? 해외를?

 여자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아?"







"걱정하지마~ 나 혼자서도 잘 다녀.

 일본은 워낙 익숙하기도 하고..."







"일본이라고 다 안전한 건 아니잖아. 

 혼자 다니다가 우연히 위험한 일을 

 겪을 수도 있는 거고."







"물론 그렇기도 한데...

 아, 맞다!!

 지난 번 여행 때, 좀 껄렁한 남자들 몇 명이 자꾸 말을

 시켜서 피한 적이 있었어..

 근데 생각해 보니까 무서웠다기 보다는 

 짜증이 났었던 거 같은데..ㅎㅎ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마."







"너는 참...과하게 용감한 게 탈이야.

 일정이랑 장소도 벌써 다 정한 거야?"





"응. 3박 4일로 시즈오카.. 

 다음주 월요일에 떠날꺼야.

 갔다 와서 네 수업에 지장 없게 보충해 줄께. 

 미안해."







"그건 상관 없는데...

 난 그래도 너 혼자 가는 거 좀 걱정되는데...

 훈지도 네가 혼자 일본 가는 거 알고 있어?"







"알고는 있는데, 다음 주에 가는 건 몰라.

 너처럼 미리 걱정할까와 얘기 안 했어.

 굳이 말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그 때 하고, 

 아니면 다녀 와서 얘기하려고..

 너도 아는 척 하지마, 알았지?"







나는 그렇게 걱정 많은 두 남자를 뒤로 하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즈오카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유심칩을 사기 위해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익숙한 어깨선, 익숙한 걸음걸이.






"혹시...김대표인가?"



그 순간, 남자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



정말로 김대표였다.



"태형씨!!"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잠깐 짐 찾는 사이에 놓쳐서 깜짝 놀랐네."





"여기서 지금 뭐하는 거야?

 아니, 왜 여기 있어?"







 김대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날 알아봐서 천만 다행이다."







"설마...."



나는 믿기지가 않아 그를 빤히 쳐다 보았다.







"혹시 일부러 따라 온 거야?"







"어..너 혼자 보내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불편하면 같이 안 다녀도 돼.

 그냥 멀리서 없는 사람처럼 다닐께.

 신경쓰지마.."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회사일은 어쩌고 날 따라와.."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회사 일은 미리 다 정리해 놨어..

 며칠 쯤은 비워도 괜찮아. 

 휴가라고 생각하면 되지.

 호텔로 먼저 갈거지?"







나는 이 난처하고도, 당황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리고,

지난 번 처럼 영상통화로 같이 있는 걸 본다면

휴대폰을 하나 더 사 놔야 할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미 일은 벌어졌고, 

수습은 내 몫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함께 다니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스쳤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먼저 향했다.





"그런데 태형씨도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따라 올 생각을 했어?

 진짜 상상도 못 했어."







"나도 누굴 이렇게 여행까지 따라와 본 건 처음이야.

 너무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줘..."







"그러게 나를 대체 왜 따라와...

 누가 알면 진짜 미쳤다고 하겠다."







여행 첫 날을 보내보니,

시즈오카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라,  

혼자였으면 오히려 더 심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함께 다니면서, 

가끔씩 커플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어떤 한 노부부가 사진을 찍어 주면서 말했다.



"두 분이 잘 어울리세요."





그리고, 여행 내내 나를 많이 배려해 준 덕분에 

불편하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다행히 훈지씨와의 영상 통화는 주로 밤에, 

호텔에 혼자 있을 때여서 

들키지 않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일본 여행을 다녀 온 그 주말에,

훈지씨도 자카르타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공항에서 매니저님께 짐을 부탁하고,

우리 집으로 바로 왔다.





함께 저녁을 먹고, 

나는 간단한 후식을 준비하려고 주방에 있었다.





"어? 내 휴대폰이 어디 있지? 

 잠깐 나한테 전화 좀 걸어 줄 수 있어요?"





"나 지금 손이 젖어서,

 비번 누르고 그냥 열어요. 

 현관문이랑 같아요."





"알겠어요~"



"나 사진첩 좀 구경해도 돼요?"







"별거 없는데...보고 싶으면 봐요."





아무 생각 없이 과일을 깎고 있던 나는 

순간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잠깐...사진...'





일본 여행 사진이 떠오른 순간,

뒤를 돌아 그를 봤다.






그가 가만히 사진을 하나씩 넘기고 있었다.





"훈지씨..잠깐 나 휴대폰 좀...

 이리 줘봐요."





"왜요? 사진 지우고 주려구요?"





'하...이미 봐 버렸네...어떡해....'





"한 마디도 더 하지마..." <32화 중에서>






パク・ジフンのファンに人気のストーリ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