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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여기!
이여주
— 하···.
저기 저, 내 학교 정문 앞에서 아주 튀는 노란색 스포츠카를 떡하니 세워놓고 내 이름을 부르며 크게 인사하는 저 사람은 나를 현재 꼬시려고 노력하는, 흔히 재벌 3세라고 불리는 부잣집 오빠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그냥 나를 꼬시려고 노력 중인 재벌 오빠이다.
이여주
— 내가 여기서 기다리지 말라고 했잖아.
김태형
— 우리 여주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고 눈초리 주는 건데?
이여주
— 빨리 뚜껑이나 닫지.
자칭 ‘컨버터블’이라 불리는 비싼 오픈카였기 때문에 정문에서 나오는 학생마다 모두 우리를 한 번씩 보고 지나갔다. 다 나를 보고 소곤대며 지나가기 일쑤였다. 학생인 나랑 성인으로 보이는 이 오빠랑 같이 있으니 뭐라고 생각하겠니.
김태형
— 뚜껑이라니. 내 붕붕이한테.
이여주
— 아, 오빠.
김태형
— 알았어, 알았어. 닫으면 되잖아. 어쩜 그렇게 말하는 것도 귀엽냐.
오빠는 내가 퉁명스럽게 말을 하든, 짜증을 내든, 뭐든지 귀엽다고만 받아들인다. 고작 2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어린 애 취급만 한다.
이여주
— 앞으로 차 끌고 여기에 서 있지 마.
김태형
— 왜.
이여주
— 왜긴, 싫으니까.
김태형
— 오빠가 이렇게 차 끌고 너 기다리는 게 싫어?
이여주
— 응, 싫어.
김태형
— 하여간···. 이여주 씨는 이런 말 하는 데도 귀엽다니까.
이여주
— 오빠, 나 장난으로 말하는 거 아니다. 한 번만 더 여기서 이러고 기다리면 나 차 안 타.
김태형
— 도발적인데?
이여주
— 오빠!
김태형
— 알겠어. 왜 화를 내고 그래. 기분 안 좋은 거 같은데 백화점이나 갈까?
이여주
— 됐어. 그냥 학원에 내려줘.
김태형
— 배 안 고파?
이여주
— 안 고파.
‘꼬르륵’
하필 그 타이밍에 배고프다는 신호가 들려왔다. 그 소리도 어찌나 크던지 오빠는 나를 보고 피식 웃더니 밥을 먹자고 하였다.
김태형
— VIP석 잡아서 밥 조용히 먹을까?
이여주
— 아니, 국밥 먹자.

김태형
— 국밥···?
이여주
— 응, 국밥.
김태형
— 꼭 먹고 싶어···?
이여주
— 응. 어차피 오늘 빨리 끝나기도 했고 시간 좀 있으니까 먹고 가도 돼.
김태형
— 아니···. 음···.
이여주
— 왜? 먹기 싫어?
김태형
— 어? 아니, 여주가 먹고 싶다는데 당연히 가야지.
이여주
— 여기 주변에 맛있는 데 있어.
김태형
— 응, 가자.
.
오빠는 처음에 국밥이라는 말을 듣자, 무의식적으로 살짝 찡그리는 게 보였지만, 내가 가자니까 멋쩍은 웃음을 겨우 지으며 가자고 대답했다. 국밥 흔히들 많이 먹지만, 재벌은 또 다르니 나도 오빠가 조금 싫어할 걸 알았는데도 가자고 했다. 조금 놀려보려고.
이여주
— 여기야.
김태형
— 아···.
국밥집에 들어서자 오빠는 잠깐 멈칫했다. 귀티 나게 차려입은 오렌지색 수트 차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밥집에 들어간다니 어떻게 생각하겠어.
이여주
— 안 들어와?
김태형
— 어? 들어가···.
오빠를 놀리려고 국밥집을 선택한 건 맞지만, 생각보다 더 웃긴 반응을 보여서 오빠에게 보이지 않게 속으로 실컷 웃고는 들어갔다.
직원
— 어서 오세요.
이여주
— 순대국밥 2개 주세요.
직원
— 네~
.
이여주
— 오빠ㅋㅋㅋ
결국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까 오빠의 그 텐션은 어디 가고 한껏 나 기분 안 좋다고 시무룩해 있었다.
이여주
— 먹기 싫어?
김태형
— 어? 아니.
이여주
— 나 좋아하려면 이런 곳도 와봐야지.

김태형
— 너 나 놀리는 거지.
이여주
— ㅋㅋㅋ아 웃겨.
김태형
— 네가 웃을 수 있으면 뭐든 해야지···.
이여주
— 내가 오빠 그냥 놀리려고 이런 줄 알아?
김태형
— 그럼···?
이여주
— 그냥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었어. 아직 연애는 아니지만, 그냥 남들처럼 평범한 만남.
김태형
— ···지금은 안 평범해?
이여주
— 꼭 그렇다는 건 아닌데, 그냥 오빠가 나에겐 너무 과분해. 백화점이며 VIP실이며 그냥 모두.
김태형
— 아···. 난 네가 그렇게 느낄 줄 몰랐어.
이여주
— 내가 오빠의 고백을 이미 한 번 거절한 것도 좀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김태형
— 여주야.
이여주
— 응?
김태형
— 우리 그럼 평범한 연애 하자.
이여주
— ······.
김태형
— 이거 두 번째 고백이야. 훅 들어온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연애하자, 여주야. 내가 너에게 맞출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김태형
— 여주야! 여기야 여기!
하루 뒤 오빠가 또 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왔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노란 스포츠카는 어디 가고 대신 노란 수트를 입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맞다, 어제의 오빠 고백을 결국 받아줬다. 본인이 노력한다고, 평범한 연애 하자고 그러는데 한 번 믿어보자 하고 받아주긴 했는데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나름 귀여우면서도 만족했다.
이여주
— 오늘은 차 안 끌고 왔네?
김태형
— 저쪽에 세워두고 왔어. 우리 여주 또 걸어서 저기까지 갈 생각하니 좀 속상했는데 힘들면 말해, 업어줄게.
이여주
— 아니 왜 오빠가 속상해ㅋㅋㅋ
김태형
— 그냥 여주 힘든데 또 걷게 해서.
이여주
— 내가 그래 달라고 한 건데 속상해하지 말고.
김태형
— 알았어, 노력해 볼게.
이여주
— 우리 오빠 노력하는 거 보여서 좀 귀엽다?
김태형
— 여주가 이제 나 보면 웃어줘서 많이 귀엽다?
난 그런 오빠에 피식 한 번 웃고는 오빠 팔짱을 꼈다. 그냥 평범한 연애로 갈아탄 거뿐인데 그냥 오빠가 좋아졌다. 평범한 연애가 원래 이렇게 좋았던 건가?
이여주
— 나 위해서 노력해 줘서 고마워, 오빠.
김태형
— 사랑해.
이여주
— 응?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온다고?
김태형
— 응, 사랑해. 이여주 완전 사랑해.
이여주
— ······.
김태형
— 여주는 왜 사랑한다고 안 해줘?
이여주
— 이것도 평범한 연애 방식에 속해.

김태형
— 어···? 알겠어···. 사랑한다고 안 할게.
이여주
— 어? 아니ㅋㅋㅋ 사랑해, 김태형!
김태형
— 누가 오빠한테 김태형이래.
이여주
— 사랑한다고!
김태형
— 사랑해 나도. 아 이거 평범한 연애 아니라고 했는데. 엥? 몰라 사랑해, 이여주.
***
평점 너무 없는 거 아니여?? 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