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친이 다녀간 다음 날.
카페 <온도>는 평소처럼 열렸다.
문도 열렸고, 커피도 내려지고, 손님도 왔다.
…근데.
“사장님, 아메리카노 나왔어요.”
“네.”
이상하게—
둘 다 눈을 안 본다.
김여주는 컵을 정리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제 뭐야 진짜…"
전여친 앞에서
“연애 안 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한태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숨기기로 했으니까.
근데—
기분은 왜 이렇게 별로야.
“김여주.”
“…네.”
“우유 떨어졌어요.”
“…네, 채워둘게요.”
짧다.
너무 짧다.
점심시간.
손님이 빠지고 카페가 잠깐 조용해졌다.
여주는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사장님.”
“…네.”
“우리… 사귀는 거 맞죠?”
태산이 멈췄다.
“…맞죠.”
“근데 왜—”
여주는 말을 고르다가, 그냥 뱉었다.
“…왜 저렇게 말했어요 어제.”
정적.
태산은 한숨처럼 말했다.
“…김여주.”
“…네.”
“거기서 ‘연애해요’라고 말하면 뭐 돼요?”
“…그건 아니죠.”
“그럼요.”
논리적으로는 맞았다.
근데—
“그래도…”
“…응.”
“…기분 나빠요.”
태산이 고개를 들었다.
여주를 본다.
“…질투예요?”
“…아니거든요.”
“맞네.”
“…아니라고요.”
잠깐의 정적.
그리고 태산이 낮게 말했다.
“…나 그 사람 끝났어요.”
“…네?”
“이미 오래 전에.”
여주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지금은 너만 신경 쓰여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런 말은—”
“…응.”
“사람 없을 때만 해요.”
“…네.”
그때.
딩동.
손님 입장.
둘 동시에 시선 분리.
“주문 도와드릴게요!”
“아메리카노 하나요.”
완벽한 거리.
완벽한 톤.
근데—
컵 건네줄 때,
손이 스쳤다.
0.5초.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마감 후.
카페에 둘만 남았다.
여주는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오늘 진짜 이상했어요.”
“…나도요.”
“…사귀는 거 맞는데, 하나도 안 같아요.”
태산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러게요.”
“…이거 정상이에요?”
“…아마요.”
잠깐.
둘 사이 거리.
가까워진다.
근데—
이번엔 닿지 않는다.
“…김여주.”
“…네.”
“밖에서는 못 하니까.”
“…뭐를요.”
“…이런 거.”
태산이 손을 뻗었다.
여주의 손을 잡았다.
조용히.
단단하게.
여주는 숨을 멈췄다.
“…이거.”
“…응.”
“…이거 하나로 다 이해되네요.”
태산이 작게 웃었다.
“…그럼 됐죠.”
여주는 손을 꽉 잡았다.
“…사장님.”
“…네.”
“…아까 말.”
“…응.”
“…다시 해줘요.”
“…뭐요.”
“…저만 신경 쓰인다고 했던 거.”
태산은 잠깐 멈췄다가—
“…김여주.”
“…네.”
“…나 너 좋아해요.”
여주는 고개를 숙였다가,
작게 웃었다.
“…이거 들으려고 하루 버텼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