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다.
카페 <온도>는
처음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테이블은 늘었고,
메뉴판은 바뀌었고,
손님도… 꽤 많아졌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네~!”
여주는 이제
더 이상 허둥대지 않았다.
조금은 능숙하게,
조금은 여유 있게
카페를 움직이고 있었다.
한태산은 바 뒤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많이 늘었네.”
“네?”
“아니에요.”
여주는 웃었다.
“사장님, 저 이제 거의 반 전문가죠?”
“반도 안 돼요.”
“아 진짜!”
—
손님이 빠진 오후.
둘은 잠깐 숨을 돌렸다.
“사장님.”
“네.”
“우리… 망할 뻔했었죠?”
“…응.”
“지금은요?”
태산은 카페를 한번 둘러봤다.
따뜻한 햇빛,
조용한 음악,
익숙한 커피 향.
“…안 망해요.”
여주는 피식 웃었다.
“다행이다.”
“왜요.”
“저 여기 너무 좋아서요.”
“…카페요?”
“…그것도 있고요.”
잠깐.
눈이 마주쳤다.
둘 다 웃음을 참았다.
“사장님.”
“네.”
“…우리 아직도 비밀이에요?”
“…응.”
“언제까지요?”
태산은 잠깐 생각했다.
“…조금만 더.”
“왜요?”
“…지금이 좋아서.”
여주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저도요.”
그날 마감 후.
카페 안에는 둘만 남았다.
불을 하나씩 끄고,
마지막 조명만 남았다.
“…오늘도 끝났네요.”
“…응.”
여주는 가방을 들다가 멈췄다.
“…사장님.”
“…네.”
“…이제 밖에서도 손 잡아도 되죠?”
태산이 잠깐 웃었다.
“…그건 아직.”
“…와 너무해.”
“대신—”
태산이 손을 내밀었다.
“…지금은 가능.”
여주는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았다.
이번엔 더 자연스럽게.
더 익숙하게.
“…처음보다 덜 떨려요.”
“…나는 더 떨리는데.”
“…진짜요?”
“응.”
“…왜요.”
“…이제 놓치기 싫어서.”
여주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대신—
손을 더 꽉 잡았다.
카페 문 앞.
둘은 나란히 섰다.
“잘 가요.”
“네. 사장님도요.”
문을 나가기 전,
여주가 돌아봤다.
“…한태산.”
“…응.”
“…저 알바 잘한 거 같죠?”
태산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응.”
“…진짜요?”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채용이에요.”
여주는 웃었다.
“그럼 저 계속 다닐게요.”
“…마음대로 해요.”
“…평생 다닐 수도 있는데요?”
“…월급 올려야겠네.”
“아 진짜!”
문이 열리고—
봄 공기가 들어왔다.
따뜻한 바람.
부드러운 햇살.
둘은 나란히 걸었다.
아직 손은 잡지 않았다.
근데—
굳이 잡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가까웠다.
카메라가 천천히 멀어지듯,
카페 <온도> 간판이 보인다.
불이 켜져 있고,
사람이 있고,
따뜻하다.
커피는 혼자 내릴 수 있지만,
온도는 혼자 만들 수 없다.
—
[에필로그]
1년 후.
카페 <온도>는 여전히 바빴다.
“여주야, 주문 들어왔어.”
“알았어, 오빠.”
익숙한 말투.
익숙한 거리.
손님이 빠진 오후.
여주는 컵을 정리하다가 물었다.
“오빠.”
“응.”
“우리 1년 된 거 알아?”
“…벌써 그렇게 됐어?”
“그러게.”
잠깐 웃음이 났다.
“안 질려?”
“…뭐가.”
“나.”
태산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안 질려.”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두 사람은 다시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변한 건 말투뿐이었고,
변하지 않은 건—
여전히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는 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