率直でない記者
| 18話


띠띠띠, 띠리릭-

가게를 도망치듯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김태형의 그 눈빛. 내 눈에 아른거렸다.

진짜로 내가 연서라면, 김태형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였다면.

그 기억을 혼자 기억하고 있는 걸텐데, 말을 너무 심하게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여주
몰라... 몰라...

김여주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불을 뒤집어 쓰니 자연스레 눈이 감겼다.

자면 안돼는데.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김여주
으음...

휴대폰의 진동소리에 눈이 떠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건지 밖은 완전히 어둑어둑해졌고, 난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했다.

'전정국 매니저님.'

나에게 전화를 걸은 사람은 매니저님이었다.

아까 그렇게 가버려서 혼자 일하셨을텐데, 교대도 못하고.

김여주
"여보세요?"


전정국
"......"

김여주
"매니저님?"

전화를 바로 받았는데 매니저님은 한동안 아무말이 없으셨다.

잘못걸었나, 생각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전정국
"어디에요?"

나지막한 매니저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여주
"아... 저 집이요."

김여주
"오늘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김여주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ㄱ-"


전정국
"괜찮아요?"

김여주
"...네...?"


전정국
"여주씨 괜찮냐구요."

김여주
"아... 네... 저야 당연히..."


전정국
"사실 여주씨 보다 먼저 알았어요."


전정국
"미리 말 못해줘서 미안해요."

김여주
"...매니저님이 죄송해하실 건 없ㅈ-"


전정국
"술 한 잔 할까요? 나올래요?"


전정국
"난 항상 혼자라서 여주씨 말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는데."

김여주
"..."

김여주
"좋아요."


전정국
여주씨 나오고 나온 남자는 누구에요?


전정국
그 남자도 이 일에 관련 있는거에요?

김여주
아... 네...


전정국
내가 도울 건 없어요?

김여주
네...

김여주
이렇게 제 이야기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ㅎ


전정국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전정국
내일 바로 출근인데.

김여주
...저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어요.

김여주
여기 알바비가 겨우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인데.

김여주
그렇다고 해도...

김여주
날 버린 엄마 밑에서 일하는 건 무리겠죠?


전정국
버려요...?


전정국
누가요. 사장님이 여주씨를요?

김여주
모르셨군요..

김여주
사장님 저 캐나다에 버렸으면서,

김여주
이제와서 그리운 척 하는 거예요.


전정국
음...


전정국
내가 막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전정국
그거는 여주씨 오해인 것 같아요.

김여주
......


전정국
사장님 여주씨 정말 많이 그리워하셨어요.


전정국
딸기 스무디도 여주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면서요.


전정국
카페를 차린 이유도 다 여주씨 찾으려고 하신거고,


전정국
여주씨는 캐나다에서 실종된거예요.

김여주
매니저님도 똑같아요.

김여주
그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거짓말 했다는거예요?


전정국
여주씨.


전정국
여주씨 지금 엄청 감정적이에요.


전정국
조금만 진정해요.

김여주
...됐어요.

김여주
알바 구해질 때까지 출근하겠습니다.

여주씨는 화가 난 채 가게를 나가버렸다.


전정국
...하아...

전정국 진짜 철 없다.

위로해주려고 부른거면서 그 상황에서 사장님 편을 들다니.

김여주
왜...

김여주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못 믿는거야.

김여주
나한테는 갑자기 나타난 엄마보다,

김여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훨씬 좋은데...

이해되지 않았다.

날 그토록 아껴주시던, 사랑해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그 사장이겠지.

김태형도 모잘라서 매니저님까지 사장님의 말을 믿으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김여주
하아-...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돌린 건 작은 상자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든 추억이 들어있는 상자.

그 상자를 오랜만에 꺼내 열었다.

같이 찍은 사진들이 보였다. 눈물이 차올랐다.

김여주
하읍... 끄흐흐으윽... 끄흡... 흐으...

울면서 사진들을 만지작 거렸다.

김여주
...어...?

맨 밑에 깔려있는 네모난 딱딱한 무언가.

녹음기였다.

문득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한국에 들어가서 누군가 너를 찾는다면, 네 인생에 어떤 변수가 찾아오게 된다면 그때 그 녹음기를 틀어.'

난 조심스럽게

녹음기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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