執着男
執着男:32


김 여주
"끝내고..-"


황 민현
"그만해."

김 여주
"..응?"



황 민현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아까까지만 해도 좋았잖아."

김 여주
"그런게 아니라, 오빠 지금 오해하고 있는 거야. 나는..-"


황 민현
"무슨 오해? 네가 네 입으로 말하고 오해라는 거야?"

김 여주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황 민현
"됐어, 변명하는거 듣기 싫다. 구질구질하게 안 굴게, 그럼 그만하자."

김 여주
"..오빠는 나 이렇게 쉽게 보낼 사람이었구나-"


황 민현
"네가 그만하자면서 내 탓해? 나 지금 엄청 심란해. 구질구질한 전남친되기 싫어서, 좋은 추억만 간직하게 해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김 여주
"..후회하지나 마라."

뒤로 돌아, 무작정 걸었다. 거센 비가 떨어지듯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뒤로 하고, 계속해 걸었다.

김 여주
"나쁜 놈..-"


민현오빠가 도착하기 전에 내 물건을 가지고 나가려, 그들의 집에 왔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 물건을 챙기고 있다.

김 여주
"흑끅.. 흐윽, 끅..-"


김 재환
"..김여주?"

신경도 안 쓰던 눈물을 급히 닦았다. 하지만 닦아봤자 계속해 흐르는 눈물에, 포기한 채 고개를 떨궜다.



김 재환
"..울어?"

내가 운다는 걸 깨닫고, 곧 바로 달려와 쪼그려 앉고는 흐느껴 우는 나의 등을 토닥여줬다.


김 재환
"내가 보는 앞에서만 울래, 자꾸?"

김 여주
"흑끅.. 흐윽, 김재환.. 끅..-"


김 재환
"울 거면 그냥 편히 울어. 자꾸 눈물 삼켜내면서 참지 말고."

김 여주
"흐윽, 김재환.. 진짜 나, 어흑흑.."


김 재환
"진정해, 뚝. 진정하고 말해, 그래야 왜 이러는지 알지."

김재환의 한 마디에, 점차 진정하며 이내 훌쩍거림도 멈춰갔다.


김 재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서럽게 울었어-"

김 여주
"..."


김 재환
"..프러포즈 실패했어?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김 여주
"연애 끝내고 이제 결혼하자고 하려 했는데, 연애 끝내자는 말만 듣고 바로 헤어지자고 해서..-"


김 재환
"..오해한 거면, 금방 풀 수 있을 거야. 넌 잘못한 거 없는 거, 너도 잘 알지?"

김 여주
"연애 끝내자는 말을 아예 안 할걸 그랬어..-"


김 재환
"떽, 네 탓하지 마. 넌 잘못없다니까-"

김 여주
"알았어."


김 재환
"..안 되겠다, 나 따라와."


김 여주
"흐윽, 약속해요.. 잊지 않겠다고..-"


김 재환
"아, 선곡 뭐야. 왜 슬픈 노래를 골라? 울면서 노래부르면 좋아?"

김 여주
"..치, 안 울 거거든."


김 재환
"그래그래. 나 부른다-"

김 여주
"그러던가..-"



김 재환
"자꾸 너만 보여-"

노래를 잘 불러서 놀라기도 했지만, 날 보며 노래를 부르는 김재환에 당황스러움이 더 크다.



김 재환
"예뻐 보여-"

노래가 끝날 때까지 멍하니 김재환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내 얼굴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하는 김재환이다.


김 재환
"노래 끝났는데, 계속 보고 있을 거냐?"

김 여주
"아.. 아니야, 하하-"


김 재환
"뭐야, 지금 내 얼굴보고 웃었냐?"

김 여주
"찔려서 또 지 혼자 저러네. 됐으니까 노래나 불러, 이것아."



노래를 열심히 불러대다가 시간이 10분쯤 남았을 때, 과자 쓰레기와 음료수를 내가 치우고 있었다.

김 여주
"이 새끼가 진짜, 너는 안 치우냐?"


김 재환
"아, 졸리다~."

김 여주
"닥쳐, 치워라."


김 재환
"댁춰, 치워랭~."

김 여주
"이씨, 따라하지 마!"


김 재환
"네네. 됐고 얼른 가자, 늦었다."



김 재환
"집 바래다줄게, 가자."

김 여주
"응, 가자."



김 재환
"벌써 거의 다 와가네. 참, 그래서 민현형이랑은 어떻게 풀 거야?"

김 여주
"몰라, 민현오빠가 먼저 이별하자고 해서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어."


황 민현
"뭐야, 너네가 왜 여기에 있어? 끅, 내가 먼저 이별을 하자고 해? 어이가 없네에-"

살짝 취한 듯한 민현오빠의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 얼굴을 보니 살짝 취한게 아닌 듯하다.


황 민현
"우으, 너네 둘이 바람피냐? 아, 김여주 이젠 내 여친 아니구나. 흐으, 못됐다."

김 여주
"..가자, 재환아."

저런 모습을 보니까 더 화나서, 애써 못 본 척하며 다시 내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


황 민현
"여주야."

평소처럼 내 이름을 부르는 민현오빠에, 앞으로 나가려던 내 발은 이내 멈춰버렸다.

김 여주
"..."


황 민현
"왜 그랬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난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휘청거리며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던 민현오빠가, 내 뒷목을 살짝 잡는 바람에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김 여주
"미리 말하는데, 지금 하려는 거 하지 마."


황 민현
"왜-"

김 여주
"..."

민현오빠가 술에 취했던 날, 내게 강제로 키스해 내 목숨을 포기할 뻔 했던 날이 내 머리를 스쳤다. 끔찍히도 선명한 기억에, 애써 소리쳐버렸다.

김 여주
"싫으니까 하지 말라고!"


김 재환
"형, 하지 말래잖아."


황 민현
"딸끅, 넌 꺼져. 우리 여주한테 손대지 마, 나쁜 자식..-"

가까이서 얘기하는지라, 민현오빠에게선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김 여주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황 민현
"너 때문이야. 너무 잡고 싶은데, 나 때문에 또 겁낼까 봐 아무 것도 못 했는데-"

민현오빠의 속마음을 알게 되니, 미안하기도 하다. 솔직히 돌이켜보면, 연애를 끝내자니 나라도 오해할 법했다.

김 여주
"..오늘은 오빠 너무 많이 취했어, 김재환이랑 가봐. 우리끼리는, 다음에 얘기하자."


김 재환
"음, 안 바래다줘도 혼자 갈 수 있지? 잘 들어가고, 울지 말고 내일 형한테나 나한테나 연락해."

김 여주
"알았어, 잘 들어가."

빨리 내일이 와, 민현오빠와 얘기하며 다시 화기애애한 사이가 되고 싶었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좋았으니, 우리는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해 하나로 틀어질 별 거 아닌 사이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