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나랑 내기할래요?

아홉. 생각보다 괜찮지 않아 (너)

***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바닥만을 응시한 채 걷기만 했다

이어폰에서는 사랑노래가 들려왔고

무언가에 홀린듯 걷기만 할 때 쯤, 누군가와 어깨가 조금 세게 부딪혔다

아-!

나와 부딪힌 사람이 순간적으로 아프다는 듯이 째려보았다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였지만 이미 그 사람은 뒤돌아 욕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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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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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정신 차려 !

괜히 피곤한 듯, 나른하기도 해서 두 뺨을 양손으로 세게 때린 후 감싸보았다

얼얼하기만 할 뿐, 변화는 없었지만

몽롱한 건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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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다녀왔습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난 후, 그보다 더 크게 외쳐보았지만 이상한 구조의 집 때문인지 내 말이 되돌아오기만 할 뿐 누구의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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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근인가

솔직히 익숙했지만 허전한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전화를 걸려다가 오늘이 바쁜 날이겠거니 하고서는 주방으로 가서 라면봉지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렇게 몇분동안 열심히 끓인 라면을 그릇에 옮긴 후, 잠시 핸드폰을 켜보았다

카톡에 들어가보자 ' 새 친구 ' 에 여주쌤이라고 저장해놓은 것이 떠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프사를 꾹 눌러보자, 마치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머리띠를 하고서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은 것이 보였다

그 일곱 여덟 명 쯤 되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선생님이 떡하니 보였고

무의식적으로 선생님의 얼굴 쪽을 두번 터치하자, 더 확대되어서 보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는

이미 라면이 다 불은 후 였고.

알 수 없는 감정에 머리를 부여잡자 고개가 푹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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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진짜 오늘 왜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