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賀の定石
01.初出会い



박여주
어어, 야. 거기 염색머리. 일로 와.

오늘도 여느때랑 다름없이 선도를 서고있던 날이었다.

시선강탈하는 새빨갛게 머리를 염색한 한 남학생이 머리를 털며 선도부들을 지나치며 교실로 들어가려했다.

당연히 순순히 보내줄 리 없었던 난 그를 염색머리라 칭하고는 손을 까딱까딱거리며 그를 내 앞에 서게했다.

볼펜 끝으로 그의 명찰이 달려있어야 할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박여주
명찰도 없고, 넥타이도.


권순영
아, 한번만 봐줘여.


박여주
그런거 없어. 학번 이름.


권순영
아이씨... 오늘 벌점 받으면 엄마가 반죽여놓는댔는데...

그렇게 벌점 받기가 싫었으면 똑바로 입고 왔음 됬지. 라고 생각하며 궁시렁대는 학생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제서야 알겠다며 학번이름을 말해주는 그였다.


박여주
2122 권순영. 내일 염색 풀고 와.


권순영
이거 제 트레이드 마ㅋ...


박여주
시끄럽다. 내일까지 염색 안 풀어오면 벌점 5점이다. 얼른 올라가. 지각까지 하겠다.

입술을 삐죽내밀고 진짜 너무해... 하며 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를 애써 무시한 채 등을 떠밀어 교실로 보냈다. 난 그런 눈빛에 약하단 말야...


박여주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선도일지를 이리저리 휙휙 넘겨보며 저번주보다 선도 일지에 적힌 학생들의 이름이 많다는 것을 짐작한 나였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선도일지를 덮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박여주
후...... 진짜 피곤하네....

뻐근한 어깨를 뱅뱅 돌리고 있을 때였다. 교실 앞문이 드르륵- 열리며 아침에 봤던 시선강탈 빨간머리 권순영이 두리번 거리다 날 보고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게 보였다.

당황해버린 나는 어깨에 손을 올리고 돌리던 그 모습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교실은 금방 웅성웅성해졌고, 반 아이들의 시선은 나와 권순영한테로 집중되어있다는 것을 느꼈다. 권순영은 또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권순영
아 누나아...... 한번만...응?...딱 한번마안....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다. 애써 안드로메다로 가려던 정신줄을 꽉 잡고 권순영의 눈을 회피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박여주
안되다고 했지. 교실로 돌아가. 곧 수업시작해.


권순영
....치....단호해...... 내가 뭘 하면 될까여 누나.

기운이란 기운은 다 빠진 얼굴을 하던 권순영은 갑자기 화색이 좋아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박여주
아 글쎄 안된다니까.


권순영
아...누나아.... 나 진짜 반죽어여...


박여주
내 알바 아니잖아.


권순영
헐.....그건 좀 심했다.

고개를 숙이며 힝.....이라는 삐졌다는 신호를 보내는 권순영에 내가 좀 심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절대 아니라고 확신했다.

권순영은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돌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몸을 돌려 내 쪽으로 왔다. 그리곤 책상에 고이 놓아둔 선도일지와 내 눈치를 보더니 선도일지를 덥석- 잡고는 재빠르게 교실을 나가버렸다.


박여주
어어! 야!

급히 따라나가려고 했지만 종이 치고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는 바람에 그대로 의자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박여주
아이씨..... 선생님이 말하셨던 문제아가 쟨가...

평소에도 길고긴 1시간이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1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난 종이치고 선생님께서 나가시자마자 교실을 뛰쳐나와 권순영을 찾기 시작했다.

퍽- 둔탁한 마찰음이 시끌벅적한 복도에 울려퍼지며 내가 엉덩이를 바닥에 찧으며 넘어졌다. 고통은 물론 쪽팔림까지 안겨준 사람을 보려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날 일으켜주기는 커녕 큭, 하고 비웃으며 지나가버렸다. 작게 욕을 읊조리고는 일어나려 손을 땅바닥에 짚었을때였다.


권순영
어?... 선도부 누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권순영이었다. 역시나 시선강탈 빨간머리는 내 눈의 눈길을 끄게 만들었다. 물론 지나가던 학생들의 눈길까지도.


권순영
저 새끼가 넘어뜨렸져. ㅇ..!

날 넘어뜨렸던 학생은 좀 무서워보였기에 잘못하면 찍힐수도 있겠구나 하며 권순영이 그 학생을 부르려던걸 입을 막으며 제지했다.

권순영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고는 내 손을 치워냈다. 그리곤 말했다.


권순영
아 뭐하는거예여. 사람을 쳤으면 사과하는게 당연하잖아.


박여주
난 괜찮으니까 꼭 사과안받아도 돼.

계속 복도 한 중간에 앉아있다보니 길막을 하는거 같아 얼른 일어서며 교실로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내가 원래 하려했던 일이 생각나 멈췄다.


박여주
그래서 선도일지는 어딨는데?


권순영
...? 어라?... 나 분명 들고있었는데?


박여주
........


권순영
.......

하.... 한숨을 내쉬고는 권순영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다. 그러자, 아! 왜 때려여! 하며 날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박여주
뭐, 째려보면 뭐. 지금 넌 니가 잘했다고 생각해?


권순영
아..아니여... 잘못했어여...

어떻게 해서든 선도일지를 찾아야했기에 학교를 이리저리 탐방하고있을때였다. 마침 지나가던 선생님이 날 불러세웠다.


체육선생님
어어, 여주야. 마침 잘 만났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선생님이 혼자 주인을 찾지멋해 바닥에 나뒹굴고있는 선도일지를 발견해 날 혼내려고 부른거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체육선생님
어제 말해줬던 니가 맡게 될 문제아 말이야, 그 2학년 1반에....

2학년 1반, 권순영이 2학년 1반이라지 않았나. 불안이라는 파도가 다시 나에게서 멀어져갔을때즈음 선생님의 말에 또 다시 나에게로 밀려오고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심장은 빨리 뛰었고, 동공은 가만있지를 못했다.


체육선생님
그... 권...순영이라고... 빨간머리로 염색한 애 있거든?


박여주
....네...


체육선생님
걔 벌점만 50점이 넘어, 상점은 1도 없고. 그러니까 여주니가 순영이 벌점 좀 깔수있게 도와줘. 난 여주만 믿는다?

평소 되게 좋아하던 선생님의 부탁이었다. 사실 선도부장도 체육선생님의 한 마디에 맡게 된거였다. ' 난 여주가 하면 좋을거 같은데. ' 그때의 선생님의 말이 내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결국 선도일지를 찾지도 못한채 선생님께 혼만나고 힌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 난 여주만 믿는다? '

기대에 가득찬 체육선생님의 목소리가 내 귀에서 생생하게 멤돌았다. 괜히 복잡한 마음에 바람에 조금씩 날리던 앞 머리를 흐트려트렸고, 권순영의 벌점을 남은 두 달 동안 어떻게 깔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갑지기 내 주위가 어두워졌다는 것을 느낀 나는 바로 고갤 들었고, 들자마자 아까 복도에서 날 치고갔던 학생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 학생의 무리로 보이는 학생들 몇몇이 날 둘러싸고있었고, 대략 11명 정도 되보였다. 덜컥 겁이난 마음에 동공에는 지진이 일어난지 오래였다.

날 치고갔던 학생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검지손가락으로 이마를 툭 쳤다. 고개를 푹 속이고 명찰을 확인했다. 2129전원우. 외우려고 하는 순간 내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해버리는 전원우에 깜짝놀라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전원우
니 덕분에 반성문에 벌점 5점이나 받았다.

자기가 한 말에 열이 받았는지 괜히 내 턱을 더 높이 들어올리는 전원우였다. 너무 높이 올라간 턱에 난 윽이라는 고통을 참지 못한 소리를 뱉었고, 전원우는 또 큭이라는 기분나쁜 비웃음소리를 내고는 내 턱에서 손을 뗐다.


전원우
난 하지도 않은 성추행했다고 말했다며?


박여주
뭐?... 난 그런 말 한적없는데?


전원우
시치미 떼지마. 니가 말 안했으면 누가 말해.

아, 권순영인가. 분명 괜찮다고 했는데 꼭 말을 안 들어서는...


박여주
오해야. 난 선생님께 말한 적 없어.


전원우
아니 시발, 그럼 누가했냐고.


박여주
내가 어떻게 알아.


전원우
허... 선배라서 봐주려 했는데.

전원우는 손을 무섭게 들며 날 때리려고 했고, 난 피할 틈도 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

퍽- 소리가 거리에 울렸다. 깜짝놀라 어깨를 들썩이고는 눈을 더 세게 감았고, 내 손을 잡는 따뜻한 손길에 눈을 뜨자 네 눈앞에 보이는 건 반갑지만 한편으론 다시는 엮이고 싶지않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