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의 콤플렉스

4화. 내 목표는 김여주

*도훈 시점*

 

 

"...괜찮아."

그 말은.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

 

 

"김도훈."

담임 선생님이 교무실로 나를 불렀다.

"이번 모의고사도 잘 봤더라."

"...감사합니다."

"요즘 공부 많이 했나 봐."

나는 작게 웃었다.

많이 한 정도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뒤부터는 하루가 공부였다.

새벽까지 문제집을 풀고.

등교 전에 영어 단어를 외우고.

점심시간에도 자습실에 들어갔다.

친구들은 말했다.

"너 원래도 잘했잖아."

아니.

원래 잘했던 게 아니다.

따라가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

 

 

"야."

고등학교 1학년.

시험지를 받아 든 나는 제일 먼저 뒤를 돌아봤다.

"여주."

"...왜."

"몇 점."

"왜."

"그냥."

여주는 시험지를 내밀었고.

나는 점수를 확인한 뒤 괜히 웃었다.

"...역시."

또 졌다.

여주는 항상 나보다 앞에 있었다.

시험도.

발표도.

수행평가도.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늘 자신감이 있었다.

난 늘 여주를 따라가야 했다.

대학까지 따라가야만 했다.

 

 

-

 

 

고2가 되면서 더 악착같이 공부했다.

문제를 틀리면 같은 유형을 열 번씩 다시 풀었다.

오답노트도 매일 썼다.

친구들이 놀러 가자고 하면 핑계를 대고 도서관으로 갔다.

딱 하나.

다음 시험에서는.

여주보다 잘 보고 싶었다.

그게 전교 1등이든.

전교 10등이든.

상관없었다.

내 목표는 언제나

김여주였다.

 

 

-

 

 

"도훈아!"

친구들이 복도에서 나를 붙잡았다.

"야, 전교 1등이다!"

"축하한다!"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웃기만 했다.

그 순간에도.

내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뿐이었다.

'여주는 몇 등이지.'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여주 자리를 봤다.

비어 있었다.

'어디 갔지.'

친구에게 물었다.

"여주 어디 갔냐."

"교무실."

"...왜?"

"상담."

괜히 마음이 쓰였다.

무슨 일 있나.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왔나.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교무실 앞으로 향했다.

 

 

-

 

 

복도 끝.

여주가 창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평소 같으면.

먼저 웃으면서 장난쳤을 텐데.

오늘은 표정이 이상했다.

그래도.

모른 척 지나칠 수는 없었다.

"여주."

천천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

"...끝났어?"

"...응."

대답은 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때 문득 생각났다.

사진부 과제.

이걸 핑계로 말을 이어가고 싶었다.

"잘됐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보였다.

"사진 한 장만 찍어줄래?"

"...싫어."

평소에도 귀찮아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단호한 적은 없었다.

"금방 끝나."

"오늘은 싫어."

"...왜?"

정말 이유를 몰랐다.

기분이 안 좋은 건 알겠는데.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한 장만."

한 걸음 다가간 순간.

"싫다고 했잖아!"

퍽.

팔이 밀렸다.

손에서 카메라가 빠져나갔다.

철컥.

렌즈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카메라를 주워 상태를 확인했다.

렌즈가 깨졌다.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여주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안."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여주가.

오늘 하루 종일 참다가 터졌다는 걸.

"...괜찮아."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하면.

여주가 더 힘들 것 같았다.

"수리하면 돼."

거짓말이었다.

수리비가 꽤 나올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주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는 게 더 싫었다.

 

 

-

 

 

그날 이후.

여주는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나도.

괜히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미안해서인지.

불편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날 싫어하게 된 건지.

끝내 이유는 묻지 못했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같은 반이었지만.

졸업식도.

입학식도.

우린 소꿉친구답지 않게 인사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

 

 

-

 

 

"...김도훈."

엄마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너도 왜 이렇게 말이 없어?"

"..."

"둘이 대학 와서도 싸웠어?"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작게 웃었다.

"아니."

싸운 적은 없다.

그날도.

오늘도.

난 아직도 모르니까.

김여주가 왜 나를 그렇게 미워하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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