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만났다고?”
2주만에 보는 강다니엘이었다.
난 깜짝놀라 할 말을 잃었다. 윤하에게는 다시 전화를 한다고 하고 전화까지 끊었다.
“... 언제 왔어요...?”
“누굴만나?”
“...그게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한지아, 너...”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만나지 마. 다시는.”
“왜... 그래야 하는데요..? 왜 당신은 말도 없이 나타나고 내 말은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막 사라지고.. 또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래라 저래라. 단 한번도 이유는 말해 준적이 없죠.”
“그건..”
“설명하려 하지 말아요. 어차피 못할 거라는 거 알아.”
“...”
“이제 당신이 비밀스런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요. 어차피 말 해주지도 못할거, 대충 둘러대지 말라구요..”
“....한지아..”
“...당신이 궁금했어요. 초면이어도 믿음이 가고, 당신만 보면 마음이 놓였어요. 난 그게 내가 알지 못하는 내 과거랑 연관이라도 있을까봐, 한참은 당신 생각만 했구요,”
“...”
“근데 이제 알겠어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
“다시는 보지 말죠, 우리.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난데.. 또 비밀이라니.. 지긋지긋해..”
나의 말에 그 남자 역시 할 말을 잃었다. 강다니엘이라는 사람은 잘 못 한게 없다. 내가, 내 기억들이 흩어져 버려서.. 그래서 어쩔 수 없는거다.
“맞아. 난 너에게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어. 근데.. 그걸로 널 속이진 않아.”
“...”
“한지아..”
그가 나를 부르는 데, 난 순간적으로 꿈 속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목소리...
“잠깐.. 다시 한번 불러봐요.”
“..어..?”
“내 이름..”
“한.. 지아.”
그 남자다. 꿈 속 목소리. 난 확신했다. 그 목소리와 같다고..
“우리.. 원래 아는 사이였네요..”
“...”
“맞죠..?”
그 남자는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렸다. 맞네.. 맞으면.. 안돼는데...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우리 이제 볼 일 없으니까..”
머릿속에서 외운듯한 말들이 내 입으로 흘러나왔다. 전혀 마음이 시키는 게 아닌, 꼭 조종당하는 듯한 나의 머릿속 대본들.
어쩌면 그를 밀어낼 마지막 방법이었을 것이다.
“좋아. 가지.”
“...”
“그런데 한지아. 다시는 나에대해 그렇게 깊히 생각하지마.”
그의 목소리가 작게 떨리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미안해..”
진심어린 사과였다.
하지만 난 그의 사과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왜 나에게 사과했을까..
*****
“또왔네요. 성우씨..”
“아메리카노 한 잔 줄래요?”
성우씨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어제 난, 강다니엘이라는 사람을 내가 과거에 만난적이 있다고 생각했고, 윤하는 무슨 이유인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혹시, 강다니엘이라는 사람.. 알아요? 그 사람은 성우씨를 아는 것 같던데.”
“...만났어요..?”
“아시나보네요. 솔직히 말해줘요, 내가 잃은 기억들.”
“아무도 말해주지 않죠?”
“그래서 성우씨한테 묻는 거에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이유.. 뭘까요?”
사실 모든 기억을 되찾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윤하가 굳이 전해주지 않은 기억이라면, 나도 되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이 내가 잊은 것들로부터 불안했다.
“안좋은 기억이라.. 그렇겠죠.”
“지아씨가 아플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다면, 말해줄 수도 있어요. 내가 말해줄 수 있는 선에서.”
“... 말해줘요.”
성우씨가 본격적으로 말을 하려는지, 테이블에 두 팔을 올렸다.
“그 사람.. 물론 당신이 아는 사람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