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혼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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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나 내가 성인이 될 동안 그를 향한 내 마음은 변해갔다. 분명 처음엔 동경의 대상으로서 마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어쩔 줄 몰라하고 그에게 특별한 인간으로서 기억에 남고 싶어 했지만,
성인식을 앞두게 되자 그와 함께하는 걸 넘어서 옆에 앉아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좀 더 가까워지길 원했고 인간이 아닌 한 여자로서 그의 기억에 남고 싶어 했다.
_수인아, 너도 이제 혼인해야 할 나이잖니.
마을의 수장인 아버지가 날 다그쳐도, 마을 어르신들이 혼인을 부추겨도 할 생각이 없었다. 2년 사이에 훌쩍 자란 나는 그를 찾아가는 날이 잦아졌고 그런 날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는 그였다. 그가 거절하더라도 언젠가 그를 향한 내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하루하루를 지내온 내게 어느날,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_수인아, 바다 건너편 마을에서 너와 혼인을 하겠다는
사내가 나타났어!
_듣기로는 그 마을에서 돈도 제일 많고 성격도 좋대.
그동안 분명히 혼인에 관심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고 의사를 밝혀왔기에 갑작스러웠다. 난 바로 싫다고 얘기했지만 되돌아오는 말은,
_이미 결정 돼서 어쩔 수 없어. 다 널 위한거야.
_두 말 하지 말고 혼인하렴. 그동안 기다려줬잖니.
라는, 내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무책임한 말들 뿐이었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난 바로 마을을 뛰쳐나와 계곡으로 향했다. 숨이 차도 멈추지 않고 겨우겨우 올라가 수풀을 해쳤을 때 웃으며 오늘도 왔냐는 인사를 건내려던 그는 눈물을 툭 흘린 나를 보자마자 진지한 얼굴로 물을 건너 다가와 주었다.

정국) 무슨 일이야.
수인) ….
정국) 항상 나만 보면 웃어주고 얼굴을 붉히던 너야. 네가 우는 이유를 알아야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진지한 어투로 달래주는 그가 너무 좋았다. 그 이유가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라는 존재를 그가 아껴주고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날 조심스레 안아준 그의 품에서 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수인) 바다 건넛마을로 가서 살아야해요….
정국) 왜?
수인) 저도 모르는 사이에 혼인 얘기가 주고받아 졌나봐요...
정국) 아… 그래? 축하해.
그 한 마디에 나오던 눈물이 들어갔던 것 같다. 그의 품에서 나와 그를 똑바로 쳐다봤을 때 아주 살짝은 당황한듯한 그가 보였다.
수인) 전 가기 싫어요. 여기서 평생 살고 싶고 지금은 그 누구와도 혼인하고 싶지 않다고요! 이 계곡에 찾아와 당신과 시간을 보내는게 제 삶의 일부가 됐는데 바다를 건너면, 전 이제 당신을 볼 수 없잖아요….

정국) 날 못 보는게 그렇게 슬프다면, 내가 찾아가면 되잖아.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니.
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나를 보러와주겠다는 그의 말을 들은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그를 보지 못한다는 것에 슬퍼했기 때문에 그가 날 찾아와준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찾아온다고 해도 내가 당신을 찾아온 빈도보다 훨씬 적을 것이고 이런 당신이 떠나갈까봐 좋아한다고 내 마음을 전할 수 없는 나였기에 눈물을 멈출수는 없었다.
수인) 정말이죠…? 약속하신 거예요?
정국) 응. 네가 날 찾아와준 만큼 나도 널 찾아갈게.
수인) …저 진짜 기다릴거예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온 힘을 다해 웃었다. 내가 기뻐해야 이 결정을 내린 그도 조금은 기뻐할 테니까. 생각해보면 신이 인간을 보기 위해 직접 움직인다는게 얼마나 큰 영광인가. 난 그의 말이 진심이든, 진심이 아니든 그 언제까지라도 그를 기다릴 자신이 있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오래 계곡에 머물렀다. 해가 떨어지자 이제는 그만 가보라는 그의 말에 싫다고 앙탈부리기도 했고 한번만 안아달라며 어리광 부리기도 했다.
그 행복한 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신의 혼약자
과거회상 02
마을에 도착했을 때, 짐과 바다 건넛마을로 갈 배가 준비되어있었고 난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마을을 떠났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낯선 곳에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무엇보다 다른 인간과 살아가는 나를 볼 그를 생각하니
괜시리 억울해졌다. 아마 내가 직접 얘기하지 않는 한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평생 모를것이다.
그렇게 바다를 건너 마을에 도착하고 몇시간 뒤에 약속한대로 날 찾아온 그를 볼 수 있었다.
정국) 수인아…?
바다를 건너온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크게 일렁였고 덕분에 내가 있는 곳까지 물이 밀려 들어왔다. 그는 바닷가에 쓰러져있는 날 조심스레 자신의 품에 안았다.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축제 분위기로 어수선해야 할 마을은 불바다가 되어있고 웃으며 자신을 반겨야 할 내가 피투성이로 바닷가에 쓰러져 있었으니.
정국) 너, 왜…
그에게 전부 말하고 싶었다. 애초에 혼인 자체가 사기였다고. 우리 마을을 점령해서 자신들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장의 딸이었던 나를 인질로 잡으려 했던 것이라고.
내가 피투성이가 된것도, 마을이 난장판이 된 것도 이들의 소행 탓이 있지만,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고 몸부림 쳤던 내 탓이 더 크다고.
하지만,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나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수인) 사랑,해요….
힘겹게 말한 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온기가 식어가는 걸 느낀 그는 가장 큰 상처 부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아마 치료할 생각이었겠지만 소용없었다.
정국) 수, 수인아…!!
그의 손은 덜덜 떨며 허공을 돌았다. 그렇게 당황한 듯한 그의 표정이 흐려지며 의식이 저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난 25번째 생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의 TMI
1. 정국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정국은 수인이를
친한 인간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2. Q. 정국이 수인이를 살릴 수 없었던 이유는?
A. 인간이 운명을 다하면 그 영혼은 죽음의 신 관할
구역인 저승으로 천천히 넘어가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다른 이의 개입(치료)이 불가능해집니다.
3. 변화가 거의 없고 죽어도 저승에 가있다가 다시 부활하는 신이다보니 자신이 아꼈던 인간의 죽음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정국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큰 서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조금의
평화로움과 사담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곧 태풍의 눈을 벗어나 바람속에서 휘날릴테니 지루
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여주의 전생을 하나만 더 언급한 뒤에 여러분이
기다리시는 파트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작을 봐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고, 응원
해주시는 모두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댓글, 응원 해주시는 분들 언급을 안했더라고요
저에게 힘을 주시는 늘 고마운 분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