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ệ sĩ trung học

Ep. 8

Gravatar

고딩 경호원










Copyright 2022 몬트 All rights reserved














그날 보건실에서 들었던 말 덕분에 주말이 오기까지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내 사물함에 쓰레기가 왕창 넣어져 있다든지, 내 책상에 커터칼로 긁은 자국들이 있다든지, 가끔 체육복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다든지. 작고 작은 문제들은 있었지만 그 마저도 전정국이 내가 보기 전에 치워버리곤 했다.

자기만 힘들 게 뭘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나였지만 전정국이 저렇게까지 하면서 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거니까 모른척했다. 소문이라는 게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거라 언제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들려왔지만 모른척 외면했다.





“아, 좋다-. 드디어 주말이네?”

“그러게.”





그렇게 매일을 모른척하고 지내다 보니 어느새 우리에게는 주말이라는 자유가 찾아왔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불금이라며 신난 나였다. 전정국은 그런 나를 방문 밖에서 슬쩍 바라보고는 비웃음 아닌 비웃음을 피식 웃고 지나갔다. 뭐야, 저 기분 나쁜 웃음은. 오늘만큼은 쪼잔해지고 싶은 마음에 후다닥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전정국 방문을 벌컥 열었다.





“야, 아까 그 웃음 뭐ㄴ, 꺄아악!!”





이건 예상치 못한 루트였다. 내가 계획한 것 안에는 전정국이 나에게 변명이나 늘어놓는 것만 있었지 전정국이 웃통을 까고 있는 건 없었단 말이다. 전정국 역시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있었던 건지 선명하게 보이는 전정국의 복근과 팔 근육에 소리를 지르고 만 나였다.





“아, 시끄러워. 귀청 떨어지겠네.”





내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표정을 찡그리며 침대 위에 놓여있던 반팔티를 태연하게 주워입은 전정국이었다. 나는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어버버 거렸지만 놀란 탓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전정국은 뭔 일이 있었냐는 듯 안 들어올 거냐고 물었다.





“거기 계속 서있을 거냐?”

“ㅇ,아니…”





나는 전정국 방문을 조심히 닫으며 전정국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와서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주춤거리던 나였고 전정국은 그런 나를 보고 로봇 같다며 큭큭 웃었다. 그리고 전정국은 자기가 앉아있는 침대 옆을 손으로 툭 치며 와서 앉으라고 했고 나는 어색하게 쪼르르 가 전정국 옆에 앉았다.





“왜 이래, 김여주 답지 않게?”

“ㅇ,어? 그게…”

“처음이지?”





ㅁ,뭐가. ㅁ,뭘 처음인데! 말을 더듬는 것도 모자라 처음이냐는 전정국의 말에 괜히 찔려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잠깐의 정적이 흐르더니 푸흡 하는 전정국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야, 뭘 웃어… 짜증나니까 웃지 마. 내 무서운 경고에도 계속 피식거리는 전정국이었다.





“처음이네, 완벽하게 처음이야.”

“아니거든?! 나 너 말고 다른 남자들 몸 많이 봤거든!”

“거짓말. 아까 네 반응, 누가봐도 남자 몸 처음 본 사람이었어.”

“글쎄 아니래도…”





전정국은 날 놀리는 게 재밌는 건지, 내 반응이 웃긴 건지 계속 키득거리며 짜증나게 만들었다. 전정국, 네가 한 번 생각해 봐. 방문을 딱 열었는데 누가 웃통을 까고 있어. 상식적으로 놀라겠어, 안 놀라겠어? 따지듯 전정국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남의 방에서 웃통을 까고 있었으면 이해가 충분히 가겠는데, 난 내 방에서 멀쩡히 옷 잘 갈아입고 있었거든?”

“아…?”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연 건 내가 아니라 너였어요, 이 변태 아가씨야-.”





… 반박불가였다. 전정국은 맞는 말로 괜히 내가 찔리게 만들었고 전정국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뜨끔한 나였다. 남의 방에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어재낀 건 내가 맞았으니 전정국이 나를 변태라 칭할 만도 했다. …미안. 내가 잘못했네.





“뭘 사과까지. 아, 오늘 회장님 늦게 들어오신다던데 들었어?”

“아빠가?”

“응, 새벽 늦게 들어오신다고 하더라.”





난 들은 게 없는데…? 우리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걸 알고보니 나 빼고 다 알고 있었다. 약간의 배신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아니, 아빠는 왜 항상 딸인 나한테 먼저 얘기를 안 하고 집사님이랑 전정국한테 얘기를 해? 내가 그렇게 못 미덥나 싶기도 했지만 아빠가 말해봤자 금방 까먹었을 거라 수긍하며 넘겼다. 헐, 전정국. 그럼 우리 집사님이랑 다 퇴근하면 거실에서 놀까?





Gravatar
“미쳤냐. 발 닦고 곱게 잠이나 주무세요, 아가씨-.”

“아아-, 아빠가 한동안 집에만 있어서 못 놀았단 말이야. 응? 전정구욱-.”





생각해 보면 우리 아빠는 다른 때는 보수적이지 않으면서 은근 잘 시간에는 보수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 아빠는 항상 밤 10시가 넘으면 들어가서 자라고 했고 싫어도 꾹 참고 들어가 침대에 눕는 게 내 일상이었다. 가끔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나 출장가면 밤새 거실에서 티비 틀고 놀긴 했지만… 요근래에 그럴 일이 없었어서 오늘이 기회다 싶었다.





“회장님한테 들키면 나 잘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새벽 2시까지만! 어차피 내일 주말인데… 응? 놀자-.”

“이것도 아가씨라고…”

“뭐?!”

“집사님 퇴근 언제냐고.”





10시! 전정국이 한숨을 푹 쉬며 나를 까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랑 새벽에 놀아줄 거라 믿었기에 해맑게 열 손가락을 쫙 펴보이며 집사님 퇴근 시간을 외쳤다. 전정국은 한참 고민하더니 딱 이번 한 번만이라면서 새벽 2시까지만 놀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라고 했다. 응! 걱정하지 마!!









Gravatar









“야, 전정국…! 설마 벌써 자는 건 아니겠지?”





밤 10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집사님이 우리 집 불을 다 끈 채 퇴근하신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나는 꼴에 겁은 많아서 핸드폰 후레쉬를 키고 방문을 살짝 열어 후레쉬로 이곳저곳 확인한 뒤, 바로 옆인 전정국 방으로 향했다. 똑똑-. 이번에는 노크까지 확실히 하고 전정국을 불렀고 혹시나 자는 건 아닌지 불안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안 자니까 걱정하지 마.”

“나 좀 많이 설레!”

“이래서 회장님이 널 철부지 어쩌고 하셨구나?”

“우리 아빠가 내 욕했어?!”

“아니, 네 걱정 엄청 하시더라.”





우리 아빠 답네. 딸 걱정은 전 세계 짱 먹을 걸? 2층 계단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 내 걱정을 시도때도 없이 하는 아빠를 생각하니 계속 웃음이 나왔다. 전정국은 1층으로 내려오자 거실 쪽 불을 켰고 나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와 컵 두 잔을 가지고 거실 테이블 위에 놨다.





“이 시간에 주스도 마시게?”

“당연한 거 아니야? 이 시간에 먹는 게 제일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

“자! 네 것도 따랐지-.”





나는 컵 두 잔에 오렌지주스를 한 가득 채우고 한 잔은 전정국에게 건넸다. 전정국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컵을 받아들고 담긴 오렌지주스를 잘만 마셨다. 나 역시 오렌지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켰다. 우리 집 이번에 티비 더 큰 걸로 바꾸고 스피커도 빵빵한 거 달았다?





“어쩐지, 소리가 남다르긴 해.”

“그런 김에 플스 콜?”

“콜.”





나는 1층 창고방에서 플스 게임기를 가지고 거실로 나왔고 전정국 하나, 나 하나 잡고 어떤 테마를 할지 골랐다. 테마를 고르고 게임 시작 전, 왠지 모를 승부욕이 오른 나는 전정국에게 조건을 하나 걸었다. 전정국, 우리 내기 하나 할래?





“내기는 무슨, 네가 유치원생이냐?”

“게임은 원래 이래야 재밌는 법이라고!”

“뭔 내기.”

“내일 하루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기, 어때?”

“너 자신있나 보다?”

“당연하지-. 내가 플스 전문가야!”

“그래, 하자.”





그렇게 서로의 내일 하루를 건 게임이 시작되고 나와 전정국은 서로 말이 없어질 만큼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다. 나는 당연히 내가 더 잘할 줄 알았기에 이길 거라 생각하고 건 내기였는데 예상외로 전정국이 선방하고 있었다. 어…? 이건 예상에 없던 건데…? 내가 당황하기 시작하자 전정국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더니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어, 어! 전정국!!”

“어디 한 번 해봐, 김여주.”

“이씨, 내가 너 꼭 이길 거야…”





점점 밀리는 상황에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어느 순간부터 전정국이 밀리기 시작했다. 오케이, 너 그대로 죽었어. 내가 이기고 있다는 걸 본 나는 신이나 열심히 꼼지락 대며 전정국을 공격했고 어째서인지 전정국은 어설프게 플레이를 진행했다. 잠깐 딴데 정신이라도 팔았나. 뭐, 어쨌든 내가 이겼으니 된 거였다.





“아싸! 내가 이겼다!!”

“그래, 네가 이겼네.”

“너 내일 하루는 내 거다?”

Gravatar
“응, 내일 하루 동안 네 거할게.”





내기의 끝은 나의 승리로 끝이 났고 그 뒤로도 새벽 2시까지 여러가지 테마로 여러번 게임을 즐긴 우리였다. 가끔 혼자서 놀던 밤도 재밌었지만 오늘의 밤은 혼자가 아니라 절대 잊지 못할, 생에 가장 재밌었던 밤이었다.














다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정국이는 여주를 위해 일부러 져준 거예요. 이런 스윗한 남자…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