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ộc chiến hormone: Trường trung học siêu năng lực

호르몬 전쟁 시즌1

 

012. 보이지 않아도 통하는.






 지민 오빠를 따라 교문을 빠져나가니 꽤나 익숙한 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 길을 걸었고 학교에 들어갔다가 내가 초이스란 걸 알고 나온 뒤에 다시 뛰어나왔다가 의문의 잘생긴 어둠의 초이스도 만나고 그리고..


 '하여간- 호박인데다가 귀찮기까지 하다니.'


 위기에 빠졌을 때 전정국이 구해주기도 했었지.. 그러고 보니 요즘엔 호박이라고만 하지만 그 때는 호박에 절벽이었지.. 내가 호박과 절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리자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다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 지민.


"ㅇㅇ아,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네?"


"그냥 표정이 너무 안 좋기에..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아! 아니에요! 잠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떠올라서요."


 내 말에 그제야 긴장감 어린 표정을 풀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지민.


"다행이다. 어떤 안 좋은 일인데? 누가 괴롭히고 그러는 거면 오빠한테 말해! 오빠가 혼내줄 테니까."


 전정국 좀 혼내주라고 말하고 싶지만. 호박, 절벽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서 지민 오빠한테 말하기가 부끄럽다.. 그냥 이건 영원히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는 걸로 하자..


"그것보다 지민 오빠 집은 어디에요?"


 내 물음에 고소한 냄새가 나는 빵집을 가리키며 말하는 지민.


"저기. 부모님이 빵집을 하시거든. 5살 이후에 처음 찾아가는 거라 내 얼굴을 본다고 해서 알아볼지.."


 다섯 살 이후에 처음 찾아간다고...? 아니 어떻게 학교랑 이렇게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곳에 집이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못 올 수가..


 '내가 호르몬 억제 주사의 힘없이 가족들을 만나러 갔을 때... 가족들이 나의 존재를 완전히 없는 사람으로 인식할까봐.. 내가 뻔히 그 가족들 앞에 서있어도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 시선하나 주지 않고 지나쳐 버릴까봐.. 그런걸 보게 될까봐.. 그게 너무.. 겁이나..'


 하긴... 나도 지민오빠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피하고 싶었을지도 몰라. 난 분명히 존재하는데.. 날 낳아준 부모님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앞에서 바라만 봐야한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일 것 같아. 어쩌면 나 지민오빠한테 있어서 너무 어렵고 피하고 싶은 일을 시키고 있는 걸지도 몰라.



"지민 오빠네 부모님은 분명히 지민 오빠를 알아볼 거에요."


 내가 빵집 앞에 다다르자 지민 쪽을 돌아보며 지민을 응원하듯 말했다. 그런 내 행동에 쓸쓸함이 가득담긴 눈으로 나를 보며 웃어 보이는 지민.


"고맙다- 응원해줘서."


 지민이 유리로 된 빵집의 내부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 지민의 시선을 따라 가자 지민과 닮은 얼굴의 아저씨와 아줌마가 보인다.


"그럼, 다녀올게."


"지민오빠, 화이팅!"


 지민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마지막 까지 응원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나와 같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더니 빵집 입구 앞까지 걸어간다. 입구 앞에선 지민의 걸음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지민이 뭔가를 다짐하듯 숨을 크게 들이쉰다. 지민의 손이 문을 열고'딸랑-'하는 종소리와 함께 빵집 안으로 들어선다. 종소리에 지민의 아버지와 지민의 어머니의 시선이 지민에게로 향한다.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지민의 아버지의 시선이 지민의 얼굴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민 또한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다. 지민의 어머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이 있는 입구 쪽으로 다가간다. 지민의 바로 앞에선 지민의 어머네가 유리문을 통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는 아닌데- 문이 다 흔들리네."


 지민의 어머니의 말에 지민의 표정이 굳어버린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면..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고 와서 부모님을 만나는 게 맞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은 자신은.. 진짜 박지민이 아니니까. 진짜 박지민을.. 어머니 아버지가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크나큰 욕심을 부린 것은 자신이니까 그에 대한 대가로 돌아오는 고통은.. 당연한 것인데...


".. 엄마, 아빠... 생각한 것 보다..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슬픈 것 같아요.."


 지민이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지민의 어머니 아버지를 향해 말하지만 그 말이 들릴 리 없다. 지민이 도저히 이 상황에 놓이는 것을 견딜 자신이 없다는 듯 주먹을 꽉 쥔채로 뒤돌아서서 빵집을 나온다. '딸랑-'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울리고 지민의 어머네가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정말 이상한 일이네. 바람도 안부는 데 문이 자기 혼자.."


 지민의 어머네가 문에 문제가 생겼나 하고 확인을 하는 동안에도 지민의 아버지의 시선은 문에서 떠날 줄 모르고 있다.



"여보, 근데 말이야... 방금 전에 바람에 문이 열렸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무슨 생각을 하셨는데요?"



"혹시.. 지민이가.. 우리 지민이가.. 문득 우리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게 아닐까하고.."


"여보."


 지민의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지민이라는 이름에 지민의 어머니도 금방 슬픔에 잠긴 얼굴이 된다.



"애비, 애미라는 사람들이.. 자기 아들 얼굴 하나.. 못 보는데요... 못난 부모가... 보고 싶기나 할까요..? 우리한테 부모자격이 있긴 한 걸까요..? 아직도 우리 지민이 5살 때 호르몬 학교로 가면서 무서워하던 얼굴이 생각나요... 엄마랑 있고 싶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대성통곡을 하는 지민이 보고도... 데려오지 못한... 무능한 엄마에요.. 나는.."


".... 염치가 없어서.. 얼굴이 보고 싶어도 이게 벌을 받는 거다.. 늘 생각하지."


"그래도.. 우리 지민이는 행복해야 할 텐데요.. 항상 웃으면서.. 건강하게 지내야 할 텐데요.."


 기어코 지민의 어머니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직도 어린 지민의 얼굴이 어제 본 것처럼 아른 거린다.


"지민아... 흐...지민아.."


 새어나오는 울음을 손으로 꾹꾹 막아내며 눈물을 흘리는 지민의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던 지민의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 어머니의 어깨를 토닥인다. 지민의 아버지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이상하다..? 방금 전에 지민의 어머네가 지민오빠를 못보고 그냥 지나친 것 같은데... 거기다가.. 지민오빠를 계속 못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지민 오빠 호르몬 억제 주사도 안 맞고.. 여기까지 온 거야?


 '내가 호르몬 억제 주사의 힘없이 가족들을 만나러 갔을 때... 가족들이 나의 존재를 완전히 없는 사람으로 인식할까봐.. 내가 뻔히 그 가족들 앞에 서있어도 마치 내가 없는 사람처럼 시선하나 주지 않고 지나쳐 버릴까봐.. 그런걸 보게 될까봐.. 그게 너무.. 겁이나..'


 겁이 나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존재감이 없는 호르몬이 흐르는 몸이 지민 오빠의 진짜 몸이니까.. 진짜 지민오빠의 모습을 부모님이라도 알아주길 바랐던 걸까... 그렇지만 그런 건 논초이스 부모님들이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바보 지민오빠.... 진짜 바보.. 결국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기대해버린 거다... 그래도 몸속에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겠냐고 생각해버린걸 것이다.  분명 이 곳에서는 지민오빠의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데.. 지민이 상처 입고 있다는 게 너무 잘 보였다.. 든든해 보이던 넓은 어깨가 힘없이 떨리는 것이.. 평소와 다르게 지민 오빠가 너무 작아져버린 것 같았다. 지민오빠가 도망치듯 빵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잠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지민오빠! 잠깐만요."


 내가 지민 오빠를 불러보지만 지민은 그런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하다. 결국 내가 있는 힘껏 지민의 뒤를 쫓아 달리다가'벌러덩-'하고 길 한복판에 엎어져 버렸다.


"아.. 아파.."


 눈물이 찔끔 새어나올 정도의 고통이 양쪽 무릎에서 느껴지는 듯 했지만 다시 일어났다.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에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을 지민 오빠는 느끼고 있을 테니까..


"지민 오빠 잠깐만 좀 서 봐요!"


 내가 다시금 지민을 쫓아 달리기 시작하는 데 그런 나의 손목을 잡아채는 누군가의 손. 그 손에 뒤돌아보면..


"진짜 대책 없네- 지금 그 다리로 달리고 싶냐?"


 내 양쪽 무릎에 난 상처를 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의 정국이 보인다. 정국의 얼굴을 본 그 순간 왜인지 모르겠지만 참았던 눈물이 금방이라도 터져나 올 것 같았다.


"지민이 오빠... 지민이 오빠 잡아야해.. 지금이 아니면.. 지민 오빠는 계속해서 상처받은 채로 살아가게 될 거야.."


 내가 정국에게 그 말만을 남긴 채 다시 지민에게로 달려가려고 하자 그런 나를 다시 붙잡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하는 정국.


"지민이 형은 내가 잡아와. 그러니까 넌 여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서있어."


"잠까..."


 내가 무슨 말을 더하기도 전에 정국이 지민이 달려 나간 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른 속도로 내 쪽으로 달려오는 지민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서서 내 모습을 살피는 지민 오빠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해보였다.


"미안... 미안해.. ㅇㅇ아. 내가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봐... 무릎.. 어떡해.. 많이 아프지.. 어떡하지..? 주변에 약국이.,,"


 나를 보며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지민을 빤히 바라보다가 덥석 지민의 손을 붙잡았다. 그런 나의 행동에 지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지민오빠! 가요!"


"뭐.. 어..어딜?"


"가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민오빠의 손을 꼭 잡은 채 무작정 다시 그 빵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딸랑-'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으시던 아주머니가 황급히 눈물을 닦아내셨다.


"어서오세...."


 아주머니가 눈물을 닦으며 나와 지민을 보았을 때..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민의 얼굴을 보았을 때 아주머니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 눈에는 다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민아.....? 지민이 맞지..?"


"...."


"역시... 방금 전에.. 왔다간 게.. 너였구나.."



 지민을 보고 있던 아저씨가 눈물이 고인 채로 지민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잠깐만 그렇다는 건.. 방금 전에 지민오빠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걸.. 알고 계셨다는 건가..? 아저씨의 말에 지민의 눈에서는 기어코 눈물이 흘러나오고야 만다.


"알...고 계셨..어요..?"


"그냥.. 그저.. 너를 보지 못한 그리움에서 오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민이 네가.. 나를.. 그리고 네 엄마를 미워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어린 나이에 너를 그 삭막한 곳에 보냈다는 걸.. 용서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민의 아버지가 마음이 상처투성이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어린 지민을 자신의 품으로 따듯하게 안아준다. 고등학생 지민의 속에 있던 상처받은 5살 지민이는 그런 아버지의 품에 안겨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낸다.


"알아보지 못하실 줄 알았어요... 저 같은 건.. 다 잊어버리고.. 살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도 없어도 되는 존재니까... 엄마아빠한테도.. 나는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나를 그 곳에 두고 한 번도 보러오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런 나라도 다시 한 번 더...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게 되면... 그럼 꼭 말하고 싶었어요.."


 지민이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본다.


"엄마랑...아빠는.... 저를 잊지 말아달라고요... 제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그래도... 엄마 아빠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내가 항상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잊지 말아주세요.."


"미안하다.. 지민아.. 정말 미안하다.."


 지민의 말에 그동안 지민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을 지를 생각하던 지민의 아버지와 어머네가 지민을 감싸 안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도 나고 지민오빠가 가족들끼리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지민 오빠 손을 놓아버리면 지민오빠의 모습이 아저씨 아줌마에게는 보이지 않을 거니까.. 빠지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뭐, 이대로 이 아름다운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ㅇㅇ이 지민과 지민의 부모님의 상봉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ㅇㅇ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ㅇㅇ의 무릎에 나있는 상처를 보며 다시 인상이 찌푸려지는 정국.

​"저 녀석.. 지민이 형 아픈 건 알고 자기 아픈 건 못 느끼는 건가.. 하여간 멍청한 호박."



 말은 그렇게 툴툴 대듯 하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ㅇㅇ을 보는 정국이다.




"이거.. 나만 빼놓고.. 너무 서운한데?"



'초이스 관리실'이라고 써진 표지판이 달려있는 공간. 그 공간 안에서 상당히 서운하다는 듯한 말투의 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를 따라 관리실의 안으로 들어가보면 평소의 밝고 귀여운 분위기의 태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태형의 모습이 보인다.


"김태형. 호르몬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관리실 안에는 태형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남자의 모습도 보인다. 노란 머리카락의 그 남자의 목에는'이홍빈'이라는 글씨가 적힌 사원증 같은 것이 걸려있었고 그 남자의 손끝에는 정국과 지민, 그리고 ㅇㅇ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태형을 향해 뭔가를 충고하듯 말하려는 홍빈의 뺨을 감싸 자신의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는 태형. 홍빈을 보는 태형의 얼굴에 매력적인 미소가 그려진다. 그와 동시에 태형을 보고 있는 홍빈의 눈이 태형에게 홀린 듯 탁해진다.



"잔소리는 됐고- ㅇㅇ이가 어디 있는 지나 말해."


 태형의 말에 홍빈이 ㅇㅇ의 사진에 손끝을 가져다댄다. 홍빈의 눈앞에'방탄 빵집'이라는 간판이 스쳐지나가고 지민과 함께 있는 ㅇㅇ의 모습이 보인다.



"박지민의 부모님이 계신 방탄 빵집.. 지민과 함께..."


"그거면 됐어. 그럼- 수고"



 뭔가에 홀린 듯 태형에게 ㅇㅇ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홍빈에게 태형이 평소의 어린 아이 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 뒤 빠르게 관리실을 빠져나간다.




 때마침 초이스 관리실을 빠져나오는 태형과 마주친 택운 선생님. 택운과 맞부딪친 태형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환한 얼굴로 돌아온다.


"택운 쌤, 어디가요?"


"그러는 너는 왜 관리실에서 나와?"


"아- 그냥 잠시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서-"



"반에 정국이랑 ㅇㅇ이도 없던데 다 어딜 간거야?"


"그걸 제가 알 리 없잖아요-"



 태형의 말에 택운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태형을 본다.


"그래? 그럼 넌 이제 어딜 갈 생각인데?"



 택운이 이미 뭔가 눈치 챘다는 걸 알아챈 태형이 웃고 있던 걸 멈추고 택운의 눈을 마주본다.

​"당신이 무효화 호르몬이 아니었다면 좀 더 편했을 텐데- 택운 쌤은 늘 너무 귀찮아."


 태형이 택운은 피하고 싶다는 듯 재빨리 택운을 지나친다. 택운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이스 관리실로 발을 들이자 멍- 한 상태에 있는 홍빈의 모습이 보이고 홍빈의 앞에 널브러진 정국과 지민, ㅇㅇ의 사진이 보인다.


"김태형.. 대체 또 뭐가 그 아이를 깨어나게 하고 있는 거지...?"



 택운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ㅇㅇ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택운이 책상 위에 놓여진 ㅇㅇ의 사진을 집어 든다.


"손나은.. 당신과 정말 닮은 아이가 나타났어. ㅇㅇㅇ이란 아이가 조용히 지내고 있는 초이스 반에 나타나서 그 아이들을 흩뜨려 놓기 시작했어. 마치 그때의 당신처럼.."


 택운의 손에 잡힌 ㅇㅇ의 사진이 힘없이 구겨진다.





"ㅇㅇㅇ 이라고 했나? 우리가 지민이를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이건 초이스반 친구들이랑 먹으라고 준비해봤어요."


"아,,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지민의 부모님들이 챙겨주신 빵 보따리를 받아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민오빠도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엄마, 아빠."


"그래, ㅇㅇ이도 자주 놀러와요-"


"네! 그렇게 할게요. 아주머니!"


"아유- 아주 싹싹한 게 며느리 삼고 싶네-"


 지민의 어머니 말씀에 지민오빠가 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으아.. 갑자기 부끄러워지잖아.


"아줌마- 그건 안 된다구요- ㅇㅇ이는 제가 찜했거든요."


 응..? 나의 어깨에 둘러지는 누군가의 손에 고개를 돌려보니 전혀 이곳에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태형의 얼굴이 떡하니 눈에 들어온다.



"태형 오빠? 집에 간 거 아니였어요?"


"내가 우리 ㅇㅇ이를 두고 어딜 가. 내가 없는 사이에 누가 채가면 어쩌려고-"


 태형의 행동을 지켜보던 지민의 어머네가 지민을 향해 응원하듯 두주먹을 불끈쥐고 말한다.



"지민아- 엄마는 널 응원한단다."


"엄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민이 엄마에게 뭔가 들켜버린 것이 민망한 듯 뒤돌아선다.


"가볼게요. 그럼-"


 지민의 부모님이 나와 지민, 태형, 정국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신다.


"근데- 김태형 너는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쫓아 오냐? 전정국 너도."


"그러게 언제부터 쫓아온 거야?"


 지민과 내 물음에 뭔가 떠올랐다는 듯 심각해지는 정국의 얼굴.


"아. 맞다... 대현 쌤한테 이야기 안하고 나왔잖아... 아. 또 난리 났겠네."


"잠깐만.. 나도 이야기 안하고 나왔는데.."



 내가 정국의 말에 함께 심각해지며 말하자 태형이 여전히 나의 어깨를 감싸안은채로 말한다.

​"걱정하지 마- ㅇㅇ아. 아마 택운 쌤은 알고 계실 테니까-"


"택운 쌤이 어떻게요?"


 내 말에 태형은 별다른 말없이 나를 향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응? 택운쌤이 어떻게 우리가 여기에 함께 있단 걸 안다는 거지? 뭐... 어차피 이대로 가면 다 같이 혼나는 거니까 상관없나- 오늘은 복잡한 일은 지민의 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으익? 근데 ㅇㅇ이 다리 왜이래- 누가 이렇게 만들어놨어?"


 태형이 뒤늦게 내 무릎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아.. 그냥 좀 뛰어가다 넘어졌어요."


 내가 뛰어가다 넘어졌다고 말했지만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지민 때문에 태형이 그 원인이 누구인지 눈치 채 버린 것 같다. 태형이 내 앞에 몸을 낮추고 앉으며 말한다.



"업혀-"



"아.. 지금은 안 아파요. 업힐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태형이 형, 걔 업었다가는 허리 나가- 지금이라도 일어나."


 정국이 심각한 목소리로 태형을 향해 말한다. 우씨- 내가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 정국의 말에 괜한 오기가 생겨서 태형의 등에 업히자 태형이 별 힘들이지 않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별로- 업은 것 같지도 않구만- ㅇㅇ이는 좀 더 많이많이 먹어야 겠다-"


 들었냐? 전정국?


"형, 얼굴 빨개지는 거 다 보이거든? 거짓말 하지 마. 호박이 진짠 줄 안단 말이야."


"야!!!! 전정국!!!!!"


 그렇게 호르몬 고등학교로 돌아가는 내내 우리들 사이에서는 소란스러운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소란스러움과 같이 또 하나 끊이지 않는 것이 있었다면 처음의 어두웠던 얼굴과 달리 지금의 우리에게는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 웃음이 끊이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박지민이랑 같이 다니니까 다치고 그러는 거야-"


 "야.. 내가 뭐..뭘 했다고.."


 "그러니까 나랑만 다니는 거야~ 알았지?"



 은근히 지민을 디스하며 ㅇㅇ에게 말하는 태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정국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진다. 자신은 학교에서부터 ㅇㅇ과 지민을 보고 따라왔다지만 태형은 그게 아닌게 분명했고 ㅇㅇ과 지민,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낼만한 방법이라면 한정되어있다.


 "아니겠지.."



 정국이 그럴 리 없다는 듯 자신을 달래고 시끌벅적한 지민과 태형, ㅇㅇ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드디어.. 시즌 1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