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전쟁 시즌1
![]()
004.
![]()
"이제 전학 수속은 끝났고- 초이스 반은 학교 내부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도록 되어있어. 학교 밖을 나갈 수 있는 날은 학교의 허락이 떨어진 경우고 그 경우도 담임교사가 동행을 해야 돼."
정말 이대로 학교에서 한발자국도 못 나가는 신세가 되는 건가.. 어쩐지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풀이 죽어있자 그런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하는 대현.
"너무 힘 빠지지 마. 이곳에서 삼년동안 훈련을 하고 어느 정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면 사회생활에 나가서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도 해."
"그렇단 말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거에요?"
"아무래도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호르몬을 가진 사람이나 자신의 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 안전과 보호차원에서 호르몬 대학교로 재학시키지. 졸업유예가 되거나."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호르몬.."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은 전정국과 김명수. 대현 말대로라면 정국이는 자유란 게 없는 건가..? 그렇다면 명수라는 그 사람도 사회에 나가면 안 되는 인물 아닌가..?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들었지만 그런 내가 이해가 가지만 아직 모든 걸 다 이야기해줄 수 없다는 듯 살짝 웃으면서 말하는 대현.
"이 곳에서 지내다보면 지금 궁금하다고 느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
뭔가 저 말을 하는 대현 선생님의 얼굴이 슬퍼보였던 건 내 느낌일 뿐이 였을까? 그런 대현에게 더 질문하기는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의자에서 일어나 출석부를 챙기면서 말하는 대현.
"그럼 이제 가볼까?"
"네!“
처음 만난 인물들이 호박에 절벽이라고 돌직구를 날려대던 전정국에, 뜬금없이 덥석덥석 안아대는 태형인데 대체.. 얼마나 더한 사람들이 초이스 반에 존재하는 걸까..?근데.. 나 누구하나 빼먹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대현의 뒤를 따랐다.
![]()
'드르륵- '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뭔가 소란스러운 교실 안의 분위기에 내가 대현을 올려다보지만 대현은 평소와 다를 게 없다는 듯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교실 문을 연다. 교실 안의 상황은 대충 이러했다. 흰 가운을 입은 한 남자가 다소 센 인상의 남자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남자들이 극도의 공포에 질려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놔줘."
"흐억... 무서워... 남준이 형..."
"선생님! 남준이 형한테 빨리 주사 좀 놔줘요.. 이러다가 무서워서 학교 못 다닐 것 같다고요-"
남준이라는 남자가 한 팔을 선생님이라는 키 큰 남자에게 내밀며 한 마디 내 뱉었을 뿐인데 교실 안은 공포감으로 가득 찬다. 그런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건 나뿐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교실 안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남준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하던 흰 가운의 선생님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남준을 보더니 생긴 것과는 다르게 가느다란 미성으로 말한다.
"... 반말."
흰 가운의 남자의 말에 흰 가운 남자를 다소 무서운 눈으로 보면서 말하는 남준.
"빨리 놔줘요."
"으헉- 무서워... 빨리 놔줘요래.."
분명히 남준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태형은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듯 양팔을 감싸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남준의 온순한 태도에 흰 가운의 선생님이 지체 없이 주사를 놓아주고 주사가 아픈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남준.
"안 아프게 놓을 순 없는 거에요?“
남준이 주사 맞은 팔을 슥슥 문지르며 투덜투덜 말하는데도 그런 건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물건들을 정리하는 흰가운의 선생님. 남준이 주사를 맞고 나자 겁에 질린 듯 벌벌 떨던 교실 안의 사람들이 잠잠해졌다. 뭐지.. 대체 무슨 호르몬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이 벌벌 떤 거지? 그리고 저 주사를 맞는 이유는 뭘까? 또 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질문거리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이제야 우리가 교실 문 앞에 서있다는 걸 눈치챈 것인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흰 가운의 선생님.
"택운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대현의 인사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택운. 내가 택운을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택운.
"이번에 새로 온 학생이에요. 선생님과 저와 같은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학생입니다."
대현의 설명을 들은 택운의 얼굴이 순간 놀라는 듯 보였고 더욱더 유심히 내 얼굴을 보는 택운. 나..나한테 무슨 문제 있나? 나도 저 주사를 맞아야한다거나 그런 건가? 내가 택운의 행동에 겁을 먹고 대현의 뒤로 숨자 그런 나를 돌아보며 안심하라는 듯 말하는 대현.
"저 주사는 호르몬 억제 주사야. 넌 무효화 호르몬을 가졌으니까 굳이 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어."
대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택운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리자 어느 샌가 짐을 다 챙기고는 대현을 향해 가볍게 인사하고 교실을 나가버리는 택운. 나가기 직전에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는 택운의 눈빛이 따갑다. 뭐지.. 나 뭔가 크게 잘못한 걸까..?
"우와- 이쁜아~ 이제 정식으로 우리 반에 들어오는 거야?"
헤실헤실 웃는 게 아이같이 해맑은 태형이 나에게로 다가와 내 두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정국은 창가에 앉아 나와 태형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창가로 눈을 돌린다.
"여기서 또 보네- 역시 너 초이스였구나."
태형과 함께 나에게 다가오는 건 아침에 복도에서 만났던 지민. 어라 이 사람은 또 왜 이 반에 있는 거지? 이 사람도 초이스였어?
"제가 초이스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
내 물음에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지민.
"네가 날 볼 수 있었으니까."
그야.. 보는 건 눈이 달려있으면 누구나 보는 거 아닌가? 그렇게 치면 이 교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효화 초이스여야한다고.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민을 보자 그런 내가 이해가 간다는 듯 말하는 지민.
"지금은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아서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만 호르몬이 작동하고 있을 때는 내가 있다는 걸 아무도 알지 못하거든."
"맞아- 주사의 효력이 떨어지면 이 녀석이 교실에 있다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대현 선생님이랑 택운 선생님뿐이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오랜만에 날 알아봐주는 사람이 생겨서 굉장히 기뻤어."
지민이 행복하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짓는다. 뭐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볼 수 없다는 거 그거 왠지 엄청 슬프게 들리는데.. 갑자기 지민이 너무 안쓰럽다고 느껴졌다.
"박지민- 너도 ㅇㅇ이 탐내냐?"
나와 한창 분위기가 좋아보이는 지민을 번갈아지켜보던 태형이 인상을 팍- 쓰고는 지민을 향해 묻자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지민.
"탐내는 건 너다. 내가 제일 먼저 ㅇㅇ이를 만났거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아침에 교무실로 안내해 준 게 나니까- 그렇지? ㅇㅇ아?“
지민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태형.
"뭐야.. 그랬던 거야..? ㅇㅇ아, 내가 너한테 있어서 처음이 아니었던 거야..?"
왜 이야기가 그리로 흘러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상처받은 듣한 얼굴의 태형이다.
"그래- 임마, 이제 서열정리가 좀 되냐?"
그렇게 태형과 지민이 티격대는 동안, 내 시선은 교실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초이스 반이라고 해서 반 아이들이 30명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나까지 포함해서 여덟명이 다구나..
"저기.. 새로운 전학생이야...?"
나에게 말을 건내온 건 교실의 뒤편으로 밀려있는 책상 위에 어색하게 앉아있던 남자였다. 뭔가 말하는 것도 어색하게 들리기도 하고..
"네. 오늘 새로 전학 온 ㅇㅇㅇ이라고 해요."
"아.. 그렇구나... 근데 너 나랑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
"그렇진 않은데... “
내가 어색하지 않다고 말하자 표정이 환해지는 남자. 이름표에 적힌 이름을 보니'김석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난 김석진 이라고해. 여기서 제일 나이가 많고- 그리고 나랑 이야기하면 모두가 어색해지는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
아.. 어색해지는 호르몬.. 어쩐지 내 주변에 서있는 지민과 태형조차도 석진을 대하기가 어색한지 쭈뼛거리고 있다.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으면 어색해지지 않을 텐데.."
"그래도.. 난 특별히 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호르몬이라 호르몬 억제 주사 투여가 금지 되어있어. 그 주사에도 부작용이 따르거든."
"부작용이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부작용에 대해서 궁금해 하자 그건 말해 줄 수 없다는 듯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는 석진.
"윤기야- 잠만 자지 말고 좀 일어나봐- 전학생이 왔다고."
"귀찮아-"
석진의 옆 책상에서 자고 있던 윤기가 귀찮다고 말하면서도 몸을 내 쪽으로 돌려 눕는다. 그리고 잠시 눈을 떠서 나를 한동안 빤히 보는 윤기. 오늘 아주 제 얼굴이 뚫어지겠습니다요.
"윤기오빠라고 불러라-"
"아.. 네!"
"말도 편하게 하고-"
뭐지- 분명히 관심 없다는 듯 말하긴 했는데 왠지 엄청 다정한 느낌이랄까.
"윤기형- 또 슈가 포텐 터지네- 녹는다 녹아~"
윤기의 행동에 지민과 태형이 녹는 것 같다면서 몸을 흐느적거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희망찬 표정의 남자가 태형과 지민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들어오면서 말한다.
"뭐야- 여기 왜 이렇게 재미있어 보여? 새로운 전학생이 귀여운 여자애라서 그런 거야?"
호석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보며 말하고 태형은 더 이상 라이벌을 만들지 않겠다는 듯 호석을 밀어내며 말한다.
"호석이 형은 저기 가서 남준이형하고 놀아요!"
태형의 말에 호석이 좋은 수가 있다는 듯 태형의 양 손을 잡고 태형을 보며 말한다.
"넌 내가 ㅇㅇ이랑 친하게 지내도 ㅇㅇ이를 독차지 할 수 있을 거야- 넌 매력 있는 남자니까!"
호석의 말에 태형의 눈빛이 희망에 가득 차 빛난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그렇지- 그러니까 나도 ㅇㅇ이랑 좀 친해져 보자!"
희망이 넘쳐나서 눈이 반짝이고 있는 태형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던 지민이 혀를 쯧쯧찬다.
"김태형. 당했군. 당했어-"
"난 호석이 오빠고~ 내가 무슨 말을 하던 희망을 주는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
"우와 되게 좋은 호르몬이네요."
내 말에 호석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가 다시 원래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딱히.. 좋지만은 않아-"
"...아."
"그것보다- 우리 남준이 형하고도 인사하지 않을래?"
"방금 전에 그 무서운..."
"아아~ 확실히 논초이스들한테는 무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긴 한데- 그건 호르몬 때문이지 본성은 엄청 좋은 사람이야."
"남준이 형~ 이리와 봐- ㅇㅇ이랑 인사해보라고!"
"가면 뭐하냐? 겁 먹을 게 뻔한데-"
뭐야 그럼 교실 구석에 혼자 앉아있었던 건 내가 겁먹을까봐 그랬던 건가? 남준의 기죽은 태도에 호석이 남준에게로 다가가 남준의 등을 밀며 말한다.
"형- ㅇㅇ이는 무효화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서 남준이형을 겁내지 않는다고~ 거기다가 호르몬 억제 주사도 맞았잖아-"
호석의 말에 희망을 얻은 남준이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김남준. 이라고 한다. 다크한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던 그게 상대방한테 무섭게 들려-"
"그렇구나- 확실히 조금 무서운 느낌도 있지만.."
내 말에 남준의 얼굴에 한순간 실망이 어렸다.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남준오빠라고 부르면 되는 거죠?"
내 말에 실망감이 어렸던 남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얼마든지."
나와 남준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지켜보던 호석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안 돼! 안 돼! 더 이상 ㅇㅇ이한테 접근하지마라고!"
![]()
그렇게 ㅇㅇ이 초이스 반 친구들과 하나하나 친해져갈수록 태형은 울상이 되어간다. 그런 태형의 반응이 재밌는지 지민 실실 웃기에 바쁘고 어느새 한층 더 시끌벅적해진 분위기의 교실에 창가를 내다보던 정국도 교실 안의 친구들 쪽으로 눈을 돌린다.
"윽..."
순간 정국이 가슴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한다.
"전정국! 거기서 너 혼자 뭐해? 너도 이리와!"
태형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정국.
"호박에 절벽한테는 관심 없어.“
태형이 그런 정국을 못 말린다는 눈빛으로 보며 웃어넘기고 ㅇㅇ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다시금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정국. 창가에 비춰진 정국의 표정이 고통스러움에 일그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