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없을 줄 알았어

03. 신경전… 일 것 같아

오늘은 밴드부 첫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일정이 전부 끝난 뒤에 무거운 몸을 의자에서 억지로 일으켰다.

“하암…”

하품이 절로 나오는 날이었다. 어제 일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이 귀중한 수업 시간도 날려 먹은 것만 같았다. 그렇게 무거운 가방을 들려는데 누군가 내 가방을 먼저 집었다.

“어??”

나는 당황하며 내 가방을 집어간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 선배! 선배도 이 수업 들으세요? 강의 엄청 좋다해서 운좋게 신청한 건데 선배도 되셨나봐요!“

내 가방을 가져 간 사람은 다름 아닌 은호 선배였다. 선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도 너 만큼 운이 좋았나보다. 근데, 이 키링 귀엽다. 너랑 잘 어울려. 고양이 좋아하나봐. 까만 고양이네.”

나는 내 가방에 달린 키링을 바라보았다.

“네? 아… 예전에 지인이 사준 건데 때는 걸 잊었네요. 별건 아닌데. 잘 어울린다니 감사합니다.”

예전에 유하민이 사준 키링이었다. 가방에 달고 다녔다는게 때는 걸 잊고 지금까지 가지고 다닌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귀찮아서 아직 집에 유하민이랑 찍은 사진이랑 받은 선물들 안치웠다. 오늘 치워야 겠다.’

선배는 말 없이 내 생각하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뭐 생각해? 엄청 열심히 생각하네.”

선배는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당황하며 말했다.

“네?!?! 아… 그냥 별 필요 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요..”

내 말에 선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늦겠다. 이제 슬슬 형들이랑 하민이한테 가자. 마지막 강의가 같으니까 매일 같이 가도 되겠다!”

나는 은호 선배의 말에 당황했지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나와 선배는 나란히 걸었다. 아직 약간의 꽃샘 추위가 있어서 그런지 괜히 더 추웠다. 내가 추워하는 걸 느꼈는지 은호 선배는 말 없이 나를 힐끔 거렸다. 

“추워?”

은호 선배는 나를 내려다 보다 물었다.

“네?? 아.. 조금이요. 아직 따뜻하지는 않네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선배는 겉옷을 슬쩍 벗어 나에게 걸쳐 주며 말했다.

“그러게. 아직 좀 쌀쌀하네. 근데, 나는 추위 잘 안타.”

나는 선배의 겉옷을 얼떨결에 받아들며 말했다.

“선배도 추우실텐데… 괜찮아요?”

그러면서도 나는 선배의 겉옷을 자연스럽게 입었다. 집업 후드여서 입기 편했다. 팔이 좀 느쓴하게 내려오자 나는 소매 쪽을 펄럭였다. 그러자 은호 선배는 자지러지게 웃으며 말했다.

“ㅋㅋㅋㅋ 뭐하는 거야?”

나는 선배의 반응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옷이 너무 커요. 선배 사이즈 크시네요. 저는 좀 작은 편이라. 오버핏 입은 것 같아요.”

내 말에 선배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너한테 잘 어울린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싱긋 웃어버렸다. 선배도 나를 바라보다 같이 웃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우리는 선배들과 하민이를 마주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웃으며 들어오자 유하민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찔한게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저 또 뭐가 마음에 안드나 보지 하고 지나쳤다. 예준이 선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녕! 다 온거지? 왜 이렇게 늦었어?”

예준이 선배의 말이 끝나자마자 노아 선배가 바톤을 받아 말을 이었다.

“도은호, 너는 신입생 모시고 오면 좀 빨랑빨랑 모셔왔어야지 뭐하니??”

나는 선배들의 장난에 웃어버렸다. 은호 선배도 내가 웃자 따라 웃으며 나에게 가방을 넘겨주었다.

“여기. 좀 무겁더라. 너무 무거우면 어깨 아파. 걱정된다.”

걱정 된다는 말에 노아 선배는 은호 선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둘이 뭐하고 왔어? 은호 옷을 왜 플리가 입고 있을까?”

노아 선배의 장난에 무심한 척 앉아 장비를 관찰하는 듯 하던 유하민이 매서운 눈초리로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무언의 신호었다. 나와 유하민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하민이가 은근히 불편할 때만 나오는 무언의 신호. 나는 그러나 무시했다. 

’뭐 어쩌라고? 니가 나 버리고 오랜만에 마주하는 인간과의 정인데.’

하민은 우리를 그렇게 한동안 바라보다 고개를 떨궜다. 말 없이 몇 초 동안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봉구 선배는 분위기를 약간 인지했는지 나를 쳐다보다가 유하민에게 향했다. 아무 말 없이 하민이에게 무엇인가 속삭이더니 이내 유하민과 나 사이의 시선을 차단하며 앉았다. 그렇게 동아리의 몇 분이 흘렀다. 우리는 슬슬 인사와 장난을 정리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 새 친해졌는지 하민이와 봉구 선배는 둘이 딱 붙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너네는 또 왜그래?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노아 선배는 또 웃으며 봉구 선배 옆에 앉았다.

“봉구 형. 나도 좀 챙겨줘요. 그래도 나 대학교 2년차 밖에 안됐는뎅..”

은호 선배의 말에 봉구 선배는 뭔가 잘못 본 사람처럼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와… 나 방금 뭐 본거나? 실명..”

그 말에 우리는 다시 자지러지게 웃었다. 봉구 선배가 웃는 모습은 오늘, 처음 보는 거 같았다. 무뚝뚝한 분홍 햄스터인 줄만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거 같았다. 봉구 선배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웃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이내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도 약간 미소로 보답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후 몇 초 동안 봉구 선배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더 자기 쪽을 봐주기 원하는 듯. 그러나 나는 냉정했다. 나는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조금 봉구 선배한테 의지하는 듯해 보이는 유하민이 거슬렀다. 유하민은 힘든지 봉구 선배의 어깨에 살짝 기댄채로 대화를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오늘 동아리 미팅은 대충 밴드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벤트는 얼마나 있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들을 하는지 그리고 MT 일정 소개 같은 오리엔테이션 같은 거였다. 미팅이 끝나자 선배들은 일어나며 말했다.

“다음에는 우리 술 좀 마셔볼까? 혹시 여기서 술 약한 사람 있어?”

말이 끝나자마자 선배들은 일제히 봉구 선배를 바라보았다. 꼭 야, 채봉구. 얼른 양심 것 손들어. 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봉구 형은 약간 찔리는지 옷 소매를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선배들은 모두 키득거리며 그냥 넘어갔다.

“그럼 다음은 만나서 외식 미팅 한다. 그럼 안녕.”

그렇게 헤어지는 줄 알았는데…

“야. 나랑 말 좀해. 내가 대려다 줄게.”

“플리는 내가 대려다 줄게. 나도 할말 좀 있어서.”

하민과 은호 선배는 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불편한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오늘은 내가 데려다 줄게. 하민이는 오늘 몸도 안좋아 보이던데 먼저 들어가.”

그러나 유하민도 지지 않고 말했다.

“아니예요. 플리 집은 제가 제일 잘 압니다. 예전부터 친해서 좀 대려다 줬어요. 가자.”

나는 둘의 팽팽한 신경전 속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유하민… 왜 그래? 우리 서로 학교 생활 건들지 말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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