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ㅣ쌓이고 쌓이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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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님 방에 실수로 노크를 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때문인지 내가 본 장면은 꽤나 충격이었다. 새로 온 레지던트 3년차 진세린과 교수 님은 서로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어 이런 감정은 또 처음이었다. 교수 님은 당황한 듯 바로 세린 씨의 손을 놓았고, 나는 고이는 눈물에 교수 님 방을 뛰쳐 나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지만 그저 무시하고 달렸다. 병원 밖으로 나오자 맑은 공기가 나를 반겼다. 하지만 맑은 공기와 상반되게 내 눈에서 나오는 건 눈물 뿐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그저 바닥을 보며 걷다 한 남자와 부딪혔다. 불행 중 다행히 다친 팔꿈치가 아닌 반대쪽 어깨가 부딪혔고, 그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가방이 떨어지며 가방 안에 있던 물건들이 전부 쏟아져 나왔다.
“아… 죄송해요.”
“괜찮아요, 팔 아프신 것 같은데 제가 주울게요.”
“… 감사합니다.”
“아, 오지랖 좀 버려야 하는데… 혹시 왜 울어요?”
“그냥… 오늘 운이 안 좋은 날인가 봐요.”
“감사해요, 덕분에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다행이네요, 아… 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어요?”
“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 하는 건 좀 그런데, 계속 연락 하고 싶어서요.”
“제 이상형이시기도 하고…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술 친구 해드리고 싶어요.”
“… 좋아요.”
원래는 번호를 주면 안 되고, 평소에는 거절하지만 오늘은 왠지 받고 싶었다. 내가 힘들 때 옆에서 격려도 잘 해줄 것 같았고, 진심이 느껴졌다. 교수 님이 괘씸해서 충동적으로 한 행동 같긴 하지만.
“감사해요, 밤에 연락 할게요!”
“힘든 일 있거나 술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 말 해요, 제가 언제든 나와서 들어줄게요.”
“… 감사해요.”
나는 그 남자를 향해 웃어주었고, 나에게 돌아온 것 또한 그 남자의 환한 미소였다. 이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자니 슬픈 생각이 들지 않아 눈물도 나지 않았고, 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순간 교수 님의 모습이 보였다.
착각이겠지 싶어 별 생각 없이 뒤를 돌아 가려고 했지만,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차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윤서아!!”
“…”
“저 남자 누구야, 뭔데 웃어?”
“… 교수 님이 신경 쓸 일 아니에요.”
“내가 신경 쓸 일 아니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나 네 남자친구야, 신경 써야 돼 이런 건.”
“… 다른 여자랑 손 잡고 있는 게 무슨 남자친구예요?”
“남자친구 자격이 없지.”
“뭐라고?”
“… 됐어요, 더 할 말 없으니 갈게요.”
“교수 님 수술 있는 거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요.”
나는 그대로 그 자리를 떴고, 교수 님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다 수술이 있다는 걸 인지 했는지 병원으로 급히 뛰어들어갔다. 다시금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나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원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