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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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 올라가서 앞으로 쭉 걸어가니 침실이 보였다

소파에서 자겠다는 말에
집주인인 네가 침실에 가서 자라고 한 마디 했다가
여자애는 소파에서 자면 안된다며 된통 한소리 들었다

궁시렁거리며 올라간 침실은
예상했던 만큼이나 엄청났다

긴장으로 땀범벅이 된 몸을 얼른 씻고 싶은 마음에
바닥에 옷을 대충 벗어 던져 두고 욕실 안으로 향했다

욕실 벽에 비치된 버튼들 위에는
어떤 샤워 제품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글씨가 각인되어 있었다

샴푸 버튼을 누르니 버튼 아래에서 샴푸가 일정량 나왔다

딱 남자 한 명이 쓸 정도의 양이었다

긴 머리에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인지라
버튼을 두세 번 눌러댔다









샤워가 끝난 후 침대 위에 놓인 가운을 걸쳤다

몸에 맞지 않게 커다란 가운은
계속해서 어깨 밑으로 흘러내렸다

침대 위에 몸을 던지듯 누우니
온몸에서 파우더리한 비누향이 났다

손등 위로 덮인 가운을 코앞으로 가져다댔다


“ 아 황현진 냄새.. ”


나도 모르게 이 향을 황현진 향이라 칭하며 중얼거렸다

분명히 좋은 향기인데도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에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몸에서 다른 사람의 향기가 나는 것이 너무 낯설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몇번 꿈뻑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을 돌아보니 통유리 너머로 눈이 따가울 만큼
밝은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정원 안에 일렁이는 윤슬이 햇빛을 받아 예쁘게 반짝였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부비적대며 계단을 내려오니
아직 꿈나라에 있는 듯한 황현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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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곤히 잠든 황현진은
코를 골지도, 이를 갈지도 않고
아기처럼 얌전히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미친 듯이 밀려오는 갈증에
잠든 그의 어깨를 쿡쿡 찔러보려 가까이 다가갔지만
살짝씩 들리는 새근새근 숨소리에
세워 놨던 검지손가락을 고이 접어두었다

그 짧은 사이에 인기척을 느낀 건지
황현진은 잠시 뒤척이다 감았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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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


잔뜩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외마디를 내뱉었다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목을 몇 번 가다듬었다


“ 아니, 그.. 물 좀 마시고 싶어서 ”

“ 물…. 침실 냉장고에 있는데 못 봤구나 “


팅팅 부은 눈을 가볍게 비비고는 몸을 일으켰다

한참을 어디론가 걸어가던 황현진의 뒤를 밟으니
부엌에 놓인 정수기를 손으로 가리키고는
다시 소파로 돌아가 피곤한 듯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런 그를 힐긋 쳐다보곤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급하게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고스란히 느꼈다


“ 다 쓴 컵은 어디에 둬? ”

“ 그냥 싱크대 안에 넣어놔 “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싱크대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 싱크대를 찾다가 움푹 들어간 홈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손을 가져다대자
대리석 사이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누군가 손으로 꾹 눌러 파인 듯한 홈이
싱크대였던 것이다

홈 안에 컵을 두자 곧바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 도련님, 편히 주무셨습니까 ”

“ 꺼져.. 주말이니까 늦잠 좀 자게… ”


쿠션에 얼굴을 박고 엎드려 있던 황현진은
정장 차림의 남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짓만을 보였다

남자는 예의 없는 그 손짓 하나에
말 한마디 얹지도 않고
가볍게 목인사를 한 후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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