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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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보니 옆자리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살짝 구겨진 옆자리 이불 위에 손을 얹자
아직 남아 있는 온기가 느껴졌다

침대 밑으로 널부러진 슬리퍼 한 쌍에 발을 밀어 넣고
거실로 향했다

질질 끌리는 슬리퍼 소리가 집 안에 울려퍼졌다

황현진은 이를 들은 듯 고개를 들어 계단을 바라보았다

퉁퉁 부은 얼굴과 헝크러진 머리카락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음을 알렸다

대리석 식탁 위에는 소박한 양의 다과와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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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 일어났네 ”


그는 잠이 덜 깬 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를 홀짝였다

자연스레 그 앞에 자리하고
다과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니

어제 내 잠꼬대 때문에 잠을 설쳤다며
눈을 부비는 얼굴에다
잔뜩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 너 코도 장난 아니게 골던데 “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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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이야, 의외로 잠버릇 없더라 ”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던지고는 씩 웃어보였다

누가 농담을 그런 얼굴로 하냐며 투덜거리자
과자 하나를 입 안으로 찔러 넣으며 입을 막고는
장난기 가득한 눈웃음을 지었다


“ 시끄럽다는 거지? ”

“ 아냐 아냐 ”


하는 말들이 족족 재수없게 느껴졌지만
이를 능글맞게 넘어가는 모습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점심 메뉴는 일식이었다

이 가게는 황현진 아빠가 애용하는 곳이었다

허름한 나무로 된 벽 위에는
휘갈겨 쓴 싸인과 황강원이라는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이 걸려 있었다

전에 방문했던 오마카세 가게와는 달리
북적이는 분위기에 친근함이 느껴졌다

가게 밖으로 웨이팅 줄이 길게 보였지만
나와 황현진은 줄을 서지 않고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직원은 황현진을 마주하자마자 깜짝 놀라 허리를 숙였다


“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


황현진은 늘 그렇듯 이를 끄덕임으로 받았다

룸 형태의 테이블로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여러 메뉴들이 나열되어 있는 메뉴판이
테이블 위에 붙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라멘 양에 불룩해진 배를 어루만졌다

황현진은 배를 쓰다듬는 내 옆에서
담배 연기를 뿜으며 휴대폰을 주시하고 있었다

입에 문 담배를 마지막으로 깊게 빨고는
가게 입구 옆에 놓인 재떨이에 비벼 껐다


“ 내가 이런 것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


10초도 채 되지 않아 끊난 전화에
그는 화가 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곧바로 앞에 멈춰선 카니발 안에서는
집사님이 여럿 나와 황현진 얼굴 앞에 허리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회장님 호출이 있는 바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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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네 내 담당 아니야? 정신 놨네? ”


차가워진 분위기 속에서 탑승한 카니발은
날카로운 정적 뿐이었다

하차 후 늘 앞장서서 현관문을 열던 황현진은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손가락으로 현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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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다 되어 있으니까 혼자서 열어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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