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번째 이야기
고깃 씀.
“…이제 그만 안아 줘도 돼.”
누군가의 앞에서 눈물을 펑펑 흘려대며 울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것인지 아님 정신을 차리고서 유성의 품에 본인이 안겨있단 것을 자각하고 그게 부끄러웠던 것인지 정국의 뺨은 한껏 상기됐다. 정국은 상기된 뺨을 가리려 고개를 돌려 본다. 그러나 감정이 없어 저절로 눈치가 없었던 유성은 정국의 두 볼을 양손으로 잡고서 본인의 두 눈과 마주치게 한다.
“다 울었어?”
정국은 아까보다 더 상기된 뺨을 숨기려 본인의 볼에 닿아있는 유성의 손을 떼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곤 작게

“…응.”
이라 대답한다. 유성은 또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를 올린다.
“그럼 나 궁금한 거 전부 다 대답해 줄 수 있어?”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대답해 줄게.”
높낮이가 뒤죽박죽이었던 유성의 목소리가 높은 음으로 통합됐다. 얼마나 좋으면…
“있잖아, 너는 왜 나랑 달리 목소리가 한 음으로만 나는 거야? 어떻게 하면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글쎄…”
정국은 저의 목에 손을 조심스레 갖다댄다. 그리곤 곰곰히 생각해 본다.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그냥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너도 태어날 때부터 그러지 않았어?”
“난 태어날 때 아무런 목소리도 갖고 태어나지 않았었어.”
정국이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짓자 누군가 뒤에서 유성의 말에 덧붙여 말한다.

“그렇지. 유성은 처음에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었어.”
유성과 정국은 동시에 뒤를 돌아본다. 정국은 그가 누군지 알지 못 했지만 유성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
“아는 사이야?”
“너도 아는 존재일걸?”
“나도 아는 존재라고…?”
“신이야.”
정국은 유성과 신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신인데 이렇게 편하게 대한다고…? 아, 하긴 유성은 나와 처음 만났을 때에도, 별님과 달님께도 반말을 쓰긴 했었지. 정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질문을 던지고 혼자 이해한다.
“네가 정국이구나.”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형체를 갖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나 평소에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 생각해 왔어서 정국은 신에게 약간의 친근함도 느끼지 못 했다. 정국에게 있어서 신은 그 어떠한 성별도 가지지 않은 존재였으며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존재였으며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으며 본인 마음대로 생명의 불씨에 불을 붙였다 껐다 할 수 있는 존재였기에.
정국은 신의 손길에 닿지 않으려 뒤로 물러난다. 그러자 신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내가 무섭니?”
“…”
“아니면 내가 싫은 걸까?”
“싫은 건… 아니에요.”
“싫은 게 아니라면 이쪽으로 오렴. 오랜만에 보는 인간이라 반가워서 그래.”
정국은 주춤거리며 신께로 다가간다. 그러자 신이 정국의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긴다. 그 탓에 정국의 머리는 금방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제서야 얼굴이 좀 잘 보이는구나. 아까 전에는 앞머리가 얼굴을 전부 뒤덮고 있어서 잘 안 보였는데.”
“제 얼굴을 왜 보고 싶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성이 처음에는 목소리가 없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은 목소리가 있잖아요. 여러가지의 목소리가 섞여서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정국은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어봤다.

“저 아이에겐 목소리는 필요하지 않았거든. 저 아이는 유성이니깐. 그저 가엾은 인간들의 소원을 이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운석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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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