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덟 번째 이야기
고깃 씀.
정국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구태여 뜨며 일어난다. 부시시한 머리를 쓸어넘기며 살짝 열린 방 문틈 사이를 응시한다. 문틈 사이로 누군가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누구일까, 정국은 잔뜩 경계하며 살금살금 문으로 다가간다. 그리곤 문틈 사이로 밖을 살펴본다. 들키지 않으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보는 탓에 잘 보이지 않는다. 대체 누구야… 정국은 문을 아주 조금만 더 열어 본다. 그러다 이내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만다.
“…엄마?”
그러자 분주히 움직이던 누군가는 멈추며 정국에게로 천천히 돌아선다. 정국은 침을 꿀꺽 삼킨다. 혹여 어머니가 아니면 어쩌지…? 그러나 그 걱정도 잠시 그 누군가의 얼굴이 완전히 보인 순간 정국은 바로 안심한다. 그 누군가가 정국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정국의 어머니는 일어난 정국을 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는다.
“일어났니? 반찬 가져다 주러 왔다가 아직 자고 있길래 점심 좀 해 주고 가려구.”
“아… 감사해요, 엄마.”
정국은 본인의 얼굴에 아직도 상처가 있단 것도 모른 채 어머니께로 다가간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어머나! 하며 놀라는 모습에 그제서야 본인의 얼굴에 상처가 있단 것을 자각한다. 그리곤 재빠르게 고개를 돌리며 상처가 난 부위를 감춰 본다. 걱정하지 말라고 애써 감춰 보지만 정국의 상처를 이미 본 어머니께서는 정국을 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 볼 뿐이다.
“너… 혹시 누구한테 맞았니?”

“…아니요. 그냥 저 혼자서 다친 거예요.”
혼자 다쳤다기엔 정국의 눈이 너무나도 서글프고 분노로 가득차 있기에 어머니께서는 그의 말을 전혀 믿지 못 한다. 게다가 그 누가 혼자서 볼과 입술에 상처를 내겠는가. 스스로 주먹을 휘둘러 내리친 게 아닌 이상 절대로 혼자 다칠 수 없는 상처다. 정국 본인도 혼자 다쳤다는 말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변명이란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변명은 되려 어머니의 걱정을 더 크게 부풀리고 만다.
“설마…… 전정우가 그랬어?”
전정우라는 이름 석 자가 들리자마자 정국은 멈칫한다. 전정우. 정국을 폭행한 사람이자 정국이의 친형이기에.
처음부터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정우는 본인을 든든한 형이라 칭하며 정국을 도와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께서 일이 바빠지시다 보니 부모님께서는 막내인 정국에게만 신경을 썼고 정우에겐 미처 신경을 쓰지 못 했다. 집안에서 본인에게만 무신경하다고 느낀 정우는 질이 나쁜 애들의 유혹을 못 이겨 결국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일진이 되고 말았다.
남들의 물품을 갈취하고 약한 애들을 타겟으로 괴롭혔다. 정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애들도 몇 몇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우는 모른체를 해 왔다. 일진이 되기 전에는 아주 성실했던 애였기에 선생님들도 정우를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우의 무리들은 머리도 좋았어서 선생님들 몰래 애들을 괴롭히고 협박까지 하며 선생님들께 말하지 못 하도록 했다.
애들을 괴롭힌 것뿐만 아니라 도둑질까지 했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닌 오직 재미를 위해서 했던 것이다. 정우는 도둑질을 하며 남들을 괴롭히며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정우는 그런 쓰레기같은 짓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우가 그런 짓거리들을 하고 다녔다는 걸 부모님 그리고 정국이 알게 되었던 때는 어떤 용기 있는 학생이 신고를 하여 정우가 경찰에 붙잡히며 부모님께 연락이 갔었을 때였다. 그때가 아마 정우가 쓰레기같은 짓을 시작한 지 8개월이나 지났을 때였을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정우가 그런 짓들을 하고 다녔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8개월 동안 눈치를 못 챈 본인들을 자책하기도 했다. 정우에게 무신경했던 본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런 짓거리들을 한 정우에게 너무나도 큰 분노가 이르렀기에 그날 바로 정우를 집에서 내쫓았다.
정우는 쫓겨난 후에도 쓰레기같은 짓거리들을 계속했다. 이미 중독이 되어버려 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쓰레기같은 짓들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 법. 정우는 사채를 쓸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만큼의 베짱은 없었기에 문득 본인보다 약한 정국을 떠올렸다. 그리곤 그 후부터 부모님 몰래 정국에게 돈을 갈취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어쩌다가 정국이 강하게 반발할 때에는 폭력을 쓰며 정국을 제압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상처가 생긴 것이다.
“…형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정국은 어머니께서 걱정하실까 봐 괜한 거짓말을 해 본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이미 눈치를 채신 듯하다. 어머니께서는 정국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리곤 한숨을 푹 내쉬시며 말하기 싫어하는 정국의 어깨를 토닥이기만 한다. 정국은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에 차오른 눈물을 구태여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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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