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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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 ”


소파에 기대 잠든 태희를 보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밥만 먹으면 자는 저 아이가 마냥 신기했다

더부룩하지도 않은지
요상한 자세로 엎드려 잠든 그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 야 ”


몸이 살짝 흔들리기만 할 뿐 아무 미동도 없었다

새근새근 잠든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이내 마음을 먹고 태희를 안아 들었다

끙 소리를 내며 안방 침대에 눕혀도,
말캉한 볼을 수차례 찔러 봐도
감긴 두 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투박한 손길에도 곤히 잠든 얼굴은
마치 아기처럼 보였다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손끝에 닿은 피부는 마냥 보송하고 매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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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가 원래 이렇게 부드러웠던가 ”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뺨을 어루만졌다

빼곡한 속눈썹, 작고 오똑한 코
빨갛고 조그마한 입술

시선을 천천히 옮겼다

잠든 태희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깜짝 놀라 움찔거렸지만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샴푸 향기에 곧장 정신이 몽롱해졌다

조그마한 손을 톡 건드렸다

다 큰 성인 손이 이렇게나 작다니

신기한 마음에 작은 손을 살짝 감싸잡으니
손아귀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였다

나도 모르게 나온 얕은 웃음이
잠든 태희를 깨울까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다리까지 내려간 이불을 끌어와
다시 몸을 덮어 주었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 탓인지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태희를 친구로서 아끼는 건지,
아니면 좋아하는 건지

미칠 지경이었다

한 번 되뇌이기 시작하니 자꾸만 생각이 번져갔다

태희가 잔뜩 술에 취한 날
몸을 섞었던 장면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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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게 몸을 내어 준 건지
잠에 들 무렵 나를 왜 껴안은 건지

궁금한 것들 투성이었지만
술에 취해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할 이 아이에게
쉽사리 물어볼 수가 없었다

혹여나 나와 같은 마음인 건 아닐까

너도 나처럼 사랑과 우정을 혼돈하고 있진 않을까

정말 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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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바라본 너의 얼굴은
나와 달리 매우 편안해 보였다

왠지 모를 얄미움에 이마에 딱콩을 놔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다시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노란 조명이 어두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잠에서 깬 너에게 내 마음을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알기에
이 복잡한 생각들을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경멸하는 눈으로 나를 밀어내는 널
아직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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