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옆에 있는 유정이 생각은 안 해? ”
“ 내가 걔 생각을 왜 해야 하는데? ”
할 말 있다며 손목을 낚아채 가던 건 언제고
내 손목을 잡은 그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더니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마냥 유치한 단어들로 버럭 화부터 냈다
“ 진우가 그렇게 마음에 들더나?
초면에 막 따라갈 정도로? ”
“ 어, 아주 마음에 들더라
그리고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인데?
따라가면 뭐 어때서? 그래봤자 니 친구잖아 “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말싸움은 극에 달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눈 채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겨 댔다
한마디 한마디가 따갑고 날카로웠다
“ 너 요즘 진짜 이상해, 알아?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 “
날 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맞닿았다
짙은 술 냄새가 숨결을 타고 밀려들었다
갑작스레 맞닿은 입술에 눈이 크게 뜨였다
밀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몸을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민호가 뺨을 움켜쥐고 입술을 벌리자
뜨거운 혀가 불쑥 입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혀를 섞다
천천히 입술을 뗐다

“ 너는 내가 왜 이러는지 진짜 모르겠냐? “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입가를 슥 닦아냈다
민호는 잠시 고개를 툭 떨구더니 얕은 한숨을 내뱉었다
“ 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었어 “
울음을 삼키는 듯 몇 번 입술을 깨물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너 하나 잃기 싫어서 몇 년을 숨겼어,
등신같이 좋아한단 말도 못 하고 친구인 척 했다고 “
알 수 없는 감정이 사무쳤다
실수로 하룻밤을 보낸 그날의 민호는
나와 다른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서서히 얼굴이 찌푸려졌다
닦았던 입술을 다시 쓸어냈다
“ .. 나가 ”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던 너에게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
“ 나가라고!!!! ”
민호가 돌아갔다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핀 담배가 벌써 세 대째였다
목이 슬슬 매워지기 시작했다
칼칼한 목을 다듬으며 방으로 들어와
책상 위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살포시 올려두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붉어진 그 눈망울이 아른거렸다
미칠 지경이었다
몇 년을 통으로 속은 것만 같은 기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민호 성격상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했다는 건
다시는 나를 못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걸
각오했다는 뜻이었을 테니
그 아이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탓에
더더욱 눈물이 차올랐다
지금쯤 민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뱉은 말을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몇 년동안 쌓인 마음을 털어내 후련해할까
집으로 돌아가는 민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 그려져 있을지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