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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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분명 태희와 다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날이 보름이나 더 된 일이라는 게 안 믿겼다

차라리 좋아한다고나 하지 말 걸 그랬나

괜히 일을 키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어딜 가나 태희와 마주치는 바람에
곤란한 상황들이 꽤나 많이 일어났다

겹지인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어쩌다 태희를 마주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당연히 나와 태희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를 친구들은
이런 나의 행동들을 의아해 했지만

불편한 상황을 겪을 바에는
혼자만의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 백배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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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그냥 제가 발표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


교양 수업 조별과제 회의를 시작했다

초반부터 조원 모두가
PPT를 만들지 않으려 서로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

애써 언짢은 기분을 뒤로 하고 역할 분담에 집중을 했지만
조원들은 조별 과제에 그닥 관심이 없는 듯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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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 좀 해 주세요~
개인별 과제 아니고 조별 과제인 거 다들 아시죠? “


누르고 또 눌렀다

억지로 띤 미소 때문에 얼굴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내 말을 들은 조원들은
하나둘 휴대폰을 내려놓기 시작했지만
굳게 다문 입을 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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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공평하게 사다리 타기 게임으로 정하겠습니다 “









드디어 빌어먹을 회의가 끝났다

매점에서 사온 피크닉을 하나 꺼내 먹으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혔다

버스만 타려는 조원들이 5명이나 모이니
개판이 따로 없었다

교수님은 왜 나와 이 사람들을
같은 조로 묶어놨는지 이해가 안 갔다

PPT와 대본 작성은 내가 맡기로 했고
발표는 가위바위보에서 진 두 명이 하기로 했다

발표날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왜 벌써 불안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대본이 있으니 괜찮으려나


“ 민호! 여기서 뭐 해? “

” 아잇, 깜짝아.. “

“ 이 새끼 왜 또 똥 씹은 표정이야? ”


갑작스레 마주친 재형이는 의아한 듯 말했다

묻는 말에 대답하려 입술을 살짝 벌렸지만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로 꿀꺽 삼켰다

일일이 말하는 것도 귀찮았다


“ 오늘도 태워 주시나요? “

” 시끄러워, 얼른 타기나 해 “

” 저 이것만 피고요~ “


운전석에 앉아 차 문을 턱 닫았다

밖에서 들리는 재형이의 목소리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창문 너머로는 밝게 웃고 있는 태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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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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