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행의 시작과 끝은 항상 ‘박지훈’이었다. 내가 행복해지려고만 하면 박지훈이라는 악마가 나타나서 내 행복을 갉아먹었다. 나는 박지훈 때문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 중 하나를 잃었다. 박지훈만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을 거다. 내가 뭐,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더 잘생긴 것 같지도 않고 내가 더 잘난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박지훈이 더 싫은 거다. ‘박지훈 반의반만 닮아봐라.’, ‘넌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래? 너랑 같은 반인 지훈이는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엄마 선물도 사준다던데…에휴.’ 내가 도대체 이런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데? 내가 박지훈을 왜 닮아야 하는데, 왜 악마를 키우려고.
“대휘야, 너는 부럽다…평범해서.”
박지훈이라는 애한테 나는 고작 ‘평범한 아이’일뿐이었다. 나는, 나는 평범하고 싶지 않은데. 나도 특별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고 싶은데…왜 세상은 모든 것을 박지훈에게만 맞추어 돌아가는 건데. 왜 저런 재수 없는 새끼한테만 좋은 세상인데, 여기는.
“대휘야…나 집 나왔어,”
“…뭐?”
“…나 이제 어떡하지?”
“다시 들어가, 미친놈아. 니가 지금 돈을 수가 있냐, 집을 살 수가 있냐?”
“…나 진짜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나 너희 집에서 당분간만 지내면 안 될까? 응? 대휘야아-”
“알겠어, 알겠어. 더러운 애교나 치워.”
“헐, 너무해.”
우진이는 매일 술만 마시고 와서 엄마를 때리는 아빠랑 그렇게 맞아서 우진이를 화풀이로 때리는 엄마랑 셋이서 살았다. 그니까, 아동폭력 피해자인 거다. 매일 괜찮은 척, 아무 일도 없는 척 살아왔다. 박우진 처음에 만났을 때는 매일 쉬는 시간에 앉아서 공부만 하고 체육시간 같은 단체 활동 시간에 못 어울리는 애였다. 불쌍해서 내가 먼저 다가갔다. 우진이는 그때도, 지금도 너무 착한 애다. 그냥 다른 애들과 같이 친구들 중에 하나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박우진만 보면 가슴이 너무 빠르게 뛴다. 이 기분, 도대체 뭘까?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만 나오던 사랑인 걸까?
‘대휘야, 진짜 미안해. 나, 너 생각하면 이러는 거 진짜 잘못된 거 아는데…그런데…나 박지훈 때문에 더는 못 살 것 같아. 박지훈이 매일 너랑 친하게 지낸다고 아는 형들 불러서 때리고 그거 찍어서 너랑 같이 다니면 올리겠다고 협박했어…진짜 미안해, 잘 지내.’
보민이 책상에 올려져 있던 쪽지였다. 뭐? 박지훈이라고? 또 걔야? 왜 걔 때문에 내 친구가 죽어야 되는데, 왜, 도대체 왜!!! 나랑 친하게 지내든지, 말든지 지가 무슨 상관이라고 보민이가 죽어야 했는데. 박지훈, 너 내가 직접 죽여버릴 거야. 개새끼가 시발, 너만 아니었으면 나는 행복했을 거야. 너만 아니었으면 보민이는 죽지 않았을 거야. 너만 아니었으면! 괴로울 사람 한 명도 없었을 거야.
“……니가 사람이야?”
“…”
“너 때문에 보민이가 죽은 거야. 니 새끼만 아니었어도, 보민이가 이렇게 될 일 없었을 거야!!!”
“대휘야. 화난 건 이해하겠는데, 그걸 왜 나한테 그래. 최보민이 멘탈 약해서 뒤진 거잖아, 스스로.”
“그걸 말이라고 해? 생긴 게 입이라고 함부로 씨불이면 그게 말이야? 시발 새끼야!!! 내가 너 죽일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나는 그 일 이후로 다짐했다. 뭐 하나라도 박지훈보다 잘나서 저 잘난 콧대 눌러버릴 거라고. 보민이 죽여놓고 뻔뻔하게 장례식까지 와서 지랄하는 저 새끼, 내가 직접 죽여버리겠다고. 내 친구의 복수는, 꼭 내가 할 거야. 나는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저 새끼 하나만 죽이고 죽을 거야. 보민이는, 내 소중한 친구니까.
그렇게 다짐하고 하루하루를 죽을 듯이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박지훈이 나한테 연락을 했다. -대휘야, 우리 만나자, 내가 선물해 줄 게 있어! 이렇게 뻔뻔한 새끼도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산다니. 나는 니만 생각하면 속이 뒤집어지는데. 사과는 못할망정, 뭐? 선물? 진짜 죽어버리고 싶은 것도 어니고 도대체 뭐야, 박지훈은? 도대체 왜 몇 년 만에 나타나서는 지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