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ve Herty] Trò chơi đáng xấu hổ

Tập 2. Đến lượt bạn rồi!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예준이었다. 예준은 연습실 한가운데 마주 앉아 있는 은호와 밤비를 보고 잠깐 멈칫했다. “뭐야, 너희 아직도 여기 있었어?” 은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병 뚜껑을 닫았다. “그냥 쉬고 있었어.” 밤비도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쉬는 중.” 너무 동시에 대답해서 오히려 더 이상했다. 예준은 둘을 번갈아 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둘이 뭐 했는데?” “아무것도.” 이번에도 둘의 대답이 겹쳤다. 짧은 침묵이 흘렀고, 예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 치고는 너무 수상한데.”

 

 

 

 

은호는 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고 했어.” “그래, 가자. 다들 기다려.” 예준은 별다른 말 없이 다시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밤비도 천천히 일어났다. 바닥에 놓인 후드집업을 주워 입는 동안, 은호는 자꾸만 아까 밤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색해. 근데 싫은 건 아니야. 그 말이 이상하게 귓가에 남았다. 별거 아닌 말이었다. 그냥 단둘이 있을 때 어색하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싫지 않다는 말이 붙는 순간, 그게 더 이상 평범하게 들리지 않았다.

 

 

연습실을 나서는 동안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준이 앞에서 오늘 연습이 어땠는지, 내일 스케줄이 몇 시인지 혼자 이것저것 말했지만, 은호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밤비도 평소보다 조용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은호는 거울처럼 비치는 문에 비친 밤비를 봤다. 밤비는 휴대폰을 보는 척하고 있었지만, 화면은 꺼져 있었다. 은호는 그걸 보고 괜히 웃음이 나올 뻔했다가 참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 자신만 못하는 줄 알았는데, 밤비도 생각보다 서툴렀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분위기는 묘했다. 다른 멤버들은 배고프다며 야식을 고르고 있었고, 누군가는 씻으러 들어갔고, 누군가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밤이었다. 그런데 은호는 자꾸 밤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게 됐다. 밤비가 주방 쪽으로 가면 시선이 따라갔고, 밤비가 웃으면 무슨 말에 웃었는지 신경이 쓰였다. 문제는 밤비도 가끔 은호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눈이 마주치면 둘 다 먼저 피했다. 그러면서도 또 다시 봤다.

 

 

 

 

“너희 싸웠어?” 하민이 과자를 들고 둘 사이를 지나가며 물었다. 은호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아니?” 밤비도 뒤늦게 대답했다. “안 싸웠는데?” 하민은 과자를 씹으며 둘을 번갈아 봤다. “그럼 왜 둘이 오늘따라 조용해?” “피곤해서.” 은호가 말했다. 밤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피곤해서.” 하민은 잠깐 생각하더니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하지. 오늘 연습 빡셌어.” 다행히 하민은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은호는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상하게 더 민망해졌다. 싸운 것도 아닌데, 들키면 안 되는 걸 들킨 기분이었다.

 

 

그날 밤 은호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도 자꾸 손이 갔다. 밤비에게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이 먼저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괜히 확인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본 메시지는 멤버들 단톡방에 올라온 야식 사진이었다. 밤비가 보낸 사진이었다. 별다른 말 없이 떡볶이 사진 하나. 은호는 그 사진을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다 곧바로 표정이 굳었다. 왜 웃지. 왜 이걸 보고 웃고 있지. 은호는 휴대폰을 다시 엎어놓았다.

 

 

그때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은호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밤비였다. 메시지는 짧았다. “안 자?” 은호는 한참 동안 그 두 글자를 바라봤다. 그냥 대답하면 되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답장을 쓰는 손이 이상하게 느렸다. “왜.” 보내고 나서도 너무 딱딱했나 싶었다. 곧바로 밤비의 답장이 왔다. “아니 그냥.” 은호는 화면을 보다가 입술을 눌렀다. 그냥. 오늘 밤비는 자꾸 그냥이라는 말을 썼다. 그냥 웃었다. 그냥 물었다. 그냥 연락했다. 그런데 은호에게는 하나도 그냥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은호는 결국 답장을 보냈다. “아까 하던 게임 때문이야?”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후회했다. 너무 직접적이었다. 하지만 이미 메시지는 보내졌고, 밤비는 바로 읽었다. 한참 동안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은호는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천장을 바라봤다. 괜히 보냈나. 그냥 모른 척할 걸. 그렇게 생각하는데 화면이 다시 켜졌다. “내일 이어서 할래?” 은호는 몸을 살짝 일으켰다. 이어서. 게임을. 그 말이 이상하게 가볍지 않았다. 은호는 짧게 답했다. “네가 먼저 도망간 거잖아.” 그러자 밤비의 답장이 왔다. “안 도망갔어. 문이 열린 거지.” 은호는 결국 웃었다.

 

 

다음 날 연습은 생각보다 평범하게 흘러갔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음악이 나오면 몸이 먼저 움직였고, 동선이 맞으면 서로를 봐야 했다. 문제는 마주 보는 파트였다.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그 짧은 구간이 오늘은 이상하게 길었다. 은호는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집중했다. 그런데 밤비가 눈앞에 서자, 어제 했던 말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귀여우니까. 어색해. 근데 싫은 건 아니야. 은호는 순간 발끝에 힘을 주었다. 이번엔 틀리지 않았다. 대신 표정이 너무 굳었다.

 

 

음악이 끝나자 밤비가 먼저 웃었다. “오늘은 안 틀렸네.” 은호는 숨을 고르며 밤비를 봤다. “너 때문에 틀린 거 아니거든.” “내가 뭐 했는데?” “웃었잖아.” “오늘은 안 웃었어.” “웃을 뻔했잖아.” 밤비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웃을 뻔한 것도 잡아?” “잡아.” “되게 예민하네.” 은호는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예민한 건 맞았다. 밤비 앞에서만 이상하게 더 예민해졌다. 말투도, 표정도, 숨 쉬는 타이밍도 다 신경 쓰였다. 밤비는 그런 은호를 보다가 아주 작게 말했다. “진짜 티 난다.”

 

 

은호는 바로 밤비를 봤다. “뭐가.” 밤비는 대답 대신 물을 마셨다. 일부러 피하는 게 분명했다. 은호는 더 묻고 싶었지만 주변에 멤버들이 있어서 참았다. 괜히 둘만 아는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은호는 더 이상해졌다. 둘만 아는 이야기.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생겨버렸다. 쪽팔려게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의 게임 하나 때문에, 둘 사이에 이상한 비밀이 생긴 것 같았다.

 

 

연습이 끝나고 멤버들이 하나둘 씻으러 나갔다. 은호는 일부러 천천히 짐을 챙겼다. 밤비도 이상하게 느렸다.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둘 다 그걸 알고 있다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문이 닫히자 연습실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 밤비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대충 정리했다. 은호는 가방 지퍼를 닫는 척하면서 그를 봤다. 먼저 말하면 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면 더 이상했다. 결국 밤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할 거야?”

 

 

은호는 모르는 척했다. “뭘.” 밤비가 거울을 통해 은호를 바라봤다. “쪽팔려게임.” 은호는 헛웃음을 쳤다. “너 되게 하고 싶어 보인다.” “네가 대답해야 하잖아.” “내가 뭘.” “어제 내가 대답했으니까.” 밤비는 천천히 몸을 돌려 은호를 봤다. 장난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오늘은 네 차례야.” 은호는 가방 끈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그 말 하나에 어제의 마지막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문이 열리기 직전, 밤비가 작게 속삭였던 말. 다음엔 네가 대답해.

 

 

둘은 다시 연습실 한가운데 마주 앉았다. 어제와 같은 자리였다. 이상하게 그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밤비는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고, 은호는 한쪽 다리를 세운 채 앉았다. 어제보다 가까웠다. 가까워진 걸 둘 다 알았지만, 아무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밤비가 먼저 손가락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첫 질문.” “바로 해?” “응. 어제 이어서 하는 거니까.” “알겠어.” 은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목이 조금 말랐다.

 

 

밤비는 한참 은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는 나랑 단둘이 있으면 어색해?” 은호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듣자 대답이 막혔다. 어제 자신이 했던 질문이었다. 밤비는 그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은호는 일부러 웃었다. “그걸 다시 물어?” “응.” “치사한데.” “네가 먼저 물었잖아.” 밤비는 물러서지 않았다. 은호는 시선을 피했다. 어색하냐고 묻는다면, 어색했다. 그런데 그 어색함이 싫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게 더 문제였다. 조용해지면 밤비가 신경 쓰이고, 가까이 앉으면 숨을 고르게 되고, 눈이 마주치면 괜히 툴툴거리게 됐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어색해.” 은호가 결국 말했다. 밤비의 손끝이 살짝 멈췄다. 은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근데 나도 싫은 건 아니야.” 밤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입술을 꾹 눌렀다. 웃으려는 건지, 당황한 건지 구분이 안 됐다. 은호는 그 얼굴을 보고 괜히 덧붙였다. “어제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따라 한 거야?” “아니.” “그럼?” 은호는 잠깐 숨을 들이켰다. “나도 진짜 그렇다고.” 밤비는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귀 끝이 살짝 붉어진 것 같았다. 은호는 그걸 보고 괜히 시선을 돌렸다.

 

 

 

 

“다음은 내 질문.” 은호가 말했다. 밤비는 고개를 들었다. “해.” 은호는 조금 전보다 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 어제 왜 나한테 연락했어?” 밤비의 눈이 흔들렸다. “그냥.” “또 그냥?” “그럼 뭐라고 해.” “그냥 아닌 것 같으니까 묻잖아.” 밤비는 대답하지 못했다. 연습실 안에는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밤비는 손끝으로 바닥을 문지르다가 작게 말했다. “네가 신경 쓰여서.” 은호는 순간 말을 잃었다. 밤비는 급하게 덧붙였다. “아니, 이상한 뜻은 아니고. 네가 아까부터 좀 이상했잖아.” “내가?” “응.” “어떻게 이상했는데.” 밤비는 은호를 보다가 다시 시선을 피했다. “나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피하려고 한 건 맞았다. 그런데 피하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있어서 문제였다. 밤비가 가까이 있으면 이상해졌고, 멀어지면 또 신경 쓰였다. 은호는 이 감정을 장난으로 넘기고 싶었지만, 게임이 시작된 뒤로는 그게 잘 안 됐다. 밤비가 먼저 작게 웃었다. “벌칙 받을래?” “뭐?” “대답하기 싫으면 벌칙이잖아.” 은호는 밤비를 바라봤다. 어제는 이 벌칙이 유치하고 웃겼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도망칠 수 있는 구멍처럼 느껴졌다. 은호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안 받아.” 밤비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은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피한 거 맞아.” 밤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은호는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내려놓았다. “근데 싫어서 피한 건 아니야.” “그럼 왜?” 밤비의 목소리는 작았다. 은호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말로 꺼내는 순간 진짜가 될까 봐 무서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장난이었다. 귀엽다, 어색하다, 싫지는 않다. 그런 말들은 애매하게 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질문은 숨을 곳이 없었다. 은호는 결국 아주 작게 말했다. “내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밤비가 고개를 들었다. “뭐가?” 은호는 답답하다는 듯 웃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이상해진다며.” “그러니까 모르겠다고.” 은호는 말하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 괜히 투박하게 나갔다. 하지만 밤비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웃었다. “진짜 티 난다.” “그 말 하지 마.” “왜.” “쪽팔려.” 밤비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웃음에 은호도 어쩔 수 없이 웃었다. 긴장으로 팽팽하던 공기가 조금 느슨해졌다. 하지만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둘 다 알고 있었다. 이 게임은 이제 예전처럼 마냥 유치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밤비가 손을 들었다. “그럼 벌칙.” 은호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봤다. “나 대답했잖아.” “대답이 애매했어.” “또 네 마음대로야?” “응. 내가 만든 게임이니까.” 은호는 헛웃음을 쳤다. “뭔데.” 밤비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 칭찬해.” 은호의 표정이 굳었다. “뭐?” “어제 너 자기 칭찬했잖아. 오늘은 나 칭찬해.” “그게 왜 벌칙인데.” “너한테는 벌칙일 것 같아서.” 밤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은호는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 반박하지 못했다.

 

 

은호는 밤비를 보다가 시선을 피했다. “너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밤비는 기대한 듯 은호를 빤히 보고 있었다. 은호는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 “춤 잘 춰.” “그건 누구나 아는 거고.” “노래도 잘하고.” “그것도 알고.” “아, 진짜.” 은호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밤비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다른 거.” 은호는 잠깐 조용해졌다. 장난스럽게 넘길 수 있는 말은 많았다. 귀엽다, 웃기다, 잘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은 그런 말들이 가볍게 느껴졌다.

 

 

“너는…” 은호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사람을 편하게 해.” 밤비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은호는 말을 꺼낸 김에 계속했다. “장난 많이 치는데, 막상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덜 불편해져. 연습 힘들 때도 네가 웃으면 좀 괜찮아지고.” 말이 길어질수록 은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급하게 덧붙였다. “아무튼 그런 거.” 밤비는 한참 동안 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물었다. “그게 칭찬이야?” “칭찬이지.” “되게…” “뭐.” “좋은데.”

 

 

그 말에 은호는 더 이상 밤비를 볼 수 없었다. 밤비도 더 장난치지 않았다. 둘 사이에 조용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그런데 이번 침묵은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어색하긴 했다. 하지만 도망가고 싶은 어색함은 아니었다. 밤비는 무릎 위에 올린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그럼 내 벌칙도 하나 할게.” 은호가 고개를 들었다. “왜? 너 벌칙 아닌데.” “그냥.” “또 그냥.” 밤비는 작게 웃었다. “이번 그냥은 진짜 그냥.”

 

 

밤비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은호를 똑바로 봤다. “나도 너랑 있으면 편해.” 은호의 눈이 커졌다. 밤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근데 요즘은 편한데 좀 불편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도 몰라.” 밤비는 어깨를 작게 으쓱였다. “좋은데, 쪽팔려.” 은호는 그 말을 듣고 웃어버렸다. 너무 이 게임의 이름과 잘 맞는 말이었다. 좋은데, 쪽팔려. 어쩌면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인지도 몰랐다.

 

 

그때 밤비의 휴대폰이 울렸다. 단톡방 알림이었다. 곧 내려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둘은 동시에 화면을 봤다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어제처럼 또 끊기는 타이밍이었다. 밤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은호는 따라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지.” 밤비는 후드집업을 챙기다가 문득 뒤돌아봤다. “근데 은호야.” “왜.” “다음 질문 정해놔.” 은호는 불안한 얼굴로 그를 봤다. “뭔데 또.” 밤비는 문 쪽으로 걸어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다음엔 진짜 쪽팔린 거 물어볼 거라서.”

 

 

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밤비는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은호는 잠깐 연습실에 혼자 남아 거울을 봤다. 거울 속 자신은 어제보다 조금 더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당황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조금 기대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은호는 손등으로 얼굴을 대충 문질렀다. “진짜 뭐 하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남아 있었다.

 

 

 

 

문밖에서 밤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와?” 은호는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 아무것도 확실해진 건 없었다. 좋아한다는 말도, 고백 같은 것도, 둘 사이를 바꿀 만한 결정적인 무언가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나는 분명했다. 이 게임이 끝나면,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은호는 문을 열고 밤비를 바라봤다.

 

 

밤비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어딘가 기대하는 얼굴로. 은호는 그 옆으로 걸어가며 작게 말했다. “다음엔 내가 먼저 물어볼 거야.” 밤비가 웃었다. “좋아. 도망가기 없기.”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나 도망가지 마.” 둘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어깨가 아주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누구도 먼저 피하지 않았다.

 

 

그 짧은 거리만큼, 게임은 조금 더 깊어지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E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