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207







여동생은 수면제가 들어간 약을 먹고 얼마 못가 잠에 들었다. 여동생이 깨어있는 동안만은 평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집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하, 우리 몰랑이까지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지민의 첫마디에 의해 태형은 이를 악물며 윤기의 멱살을 잡았다. 태형의 분노에 찬 눈동자는 윤기가 형이라는 자각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어린 애였어. 다 형 탓이야. 어린 애가 부모님까지 잃고 형이 자살을 지도한 모습까지 봤어. 근데 어떻게 정상적일 수 있어? 어떻게 밝을 수가 있어? 자기보다 형을 생각한 애야. 이게 다 형 탓이야. 형이 해결해. 형이.."
태형의 발악에도 윤기는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 남준과 호석이 태형을 말려 방으로 데리고 간 뒤 석진은 조용히 윤기를 불렀다.
석진은 냉장고에서 소주한 병과 김치를 꺼냈다. 잔은 윤기 앞에 한 개, 석진의 앞에 한 개가 놓여졌다.
"나 미성년자 거든."
"오늘만 봐준다."
석진이 윤기의 잔에 술을 채워넣는다. 윤기는 지체 없이 술을 한입에 털어 넣는다. 알코올의 쓴 맛도 느껴지지 않는지 윤기는 또 다시 빈 잔을 채운다.
"애들이 다 속상해서 하는 말이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이럴 수록 우리가 더 힘내고 중심 잡아야하는 거니까."
"형."
틀린 말 아니잖아. 석진을 올려다보는 윤기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이토록 약한 윤기의 모습은 석진에게도 낯선 모습이었다.
"내가 아가한테 악영향 준 거 맞잖아. 내가 원인이잖아. 내가.."
"윤기야. 네가 다시 약해지면 안 돼. 네 말대로 꼬맹이, 그 어린 나이에도 널 웃게 하기위해서 노력했어."
이제는 네가 나설 차례야. 윤기는 공허한 눈동자로 자리에서 일어나 과도를 들었다. 석진이 다급하게 윤기의 손을 제압했다. 과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같은 오빠, 없는 게 낫지 않아?"
때마침 거실로 걸어들어오던 태형이 바닥에 떨어진 과도를 발견하고 표정을 굳히고는 윤기에게 그대로 주먹을 날린다. 윤기의 입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왜? 또 죽으려고? 또 상처만 주고 가려고?"
그래, 그럼 죽어. 개새끼야. 내가 죽여줄게. 너 같은 거 이제 나도 형으로 못 봐.
태형이 윤기를 죽일기세로 덤벼들지만 윤기는 그 어떤 반항도 하지 않는다. 태형의 주먹질이 무뎌져 갔다.
"살아. 살란 말이야. 살아서.. 웃잔 말이야. 다시 행복하자는 말이야."
우리가 일어나야. 그 애가 웃는 말이야.
태형의 말에 윤기의 눈 앞에 환하게 웃는 여동생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작은 손으로 절망에 빠진 자신을 구원해주었던 어린 여동생의 천사 같은 얼굴이.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 안에 고인 피를 싱크대에 뱉어냈다.
"새끼, 주먹질만 늘었네."
윤기의 한결 풀린 목소리에 이번에는 태형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미안하다. 약한 모습 보여서."
어느새 아이같이 윤기의 품에 매달려 있는 태형을 듬직하게 다독여주는 윤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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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았으면 모두 잠에서 깨지 않았을 새벽 7시, 부산스러운 발자국소리들이 거실을 울린다.
"야, 돼지!"
"아, 뭐야. 아침부터."
"일어나. 기상할 시간이란 말이야."
정국오빠의 손에 질질 끌려 강제로 기상한 나는 지민오빠의 손길에 의해 강제로 겉옷을 착용하고 세수도 안한 상태로 밖으로 끌려나왔다. 현관에는 이미 준비를 마친 운동복차림의 오빠들이 모여 있었다.
"이게 뭐야. 뭔데."
"자, 주인공이 납시었으니 출발해볼까."
"아니, 이거 뭐냐고!"
"가자! 가자! 가자가자가자!"
아침부터 흥이오른 태형오빠의 손에 등 떠밀려 어디론가로 걸어나가는 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