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톡 217







석진오빠는 내 부탁대로 예쁜 라이언 무늬 도시락에 김밥과 과일들을 싸줬다. 무엇보다 볶음밥에 그려진 하트가 인상적이었다. 말이 도시락이지 뷔페나 다름이 없다. 오늘은 학력평가가 있어서 다른 날보다 일찍 학교를 마치고 도시락을 손에 들고 교문으로 달려나왔다. 어느때처럼 보검오빠는 교문에 기대어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라보고 있다.
"보검오빠!"
"ㅇㅇ이다."
나를 돌아보는 보검오빠의 입가에 티없이 맑은 미소가 그러졌다. 보검오빠는 참 포카리스웨트같은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저렇게 청순해도 되는 걸까.
"오빠, 혹시 점심 드셨어요?"
"아니. 아직."
"그럼 우리 도시락 먹어요."
아직 점심을 먹기전이라는 보검오빠의 손을 붙잡고 작은 공터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보검오빠는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눈빛이 벚꽃잎에 가려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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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걸 다 ㅇㅇ이가 만들었어?"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실은 석진오빠한테 부탁했어요. 저는 석진오빠랑 다르게 요리를 잘 못해서요. 내가 의기소침해 하자 보검오빠가 내 머리 위에 자신의 커다란 손을 올리며 눈을 맞췄다.
"ㅇㅇ이는 그런 거 못해도 돼."
오빠가 잘 하거든. 요리. 우와 어떡하면 좋아. 보검오빠의 자상한 말에 나는 얼굴이 토마토 같이 붉어졌고 나는 도시락이 완전히 비워질 때까지 괜히 바닥으로 떨어지는 벚꽃잎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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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많이 흐려졌다. 비가 온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요근처에는 편의점도 없는데 큰일이네."
보검오빠는 두 손바닥으로 내 머리 위를 가려주며 미안한 얼굴이 됐다.
"괜찮아요. 집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근데 이대로라면 벚꽃잎이 다 떨어져 버리겠다."
보검오빠의 말에 벚꽃나무를 바라보니 확실히 얼마 남지 않은 벚꽃잎이 빗방울에 흩날리고 있었다.
"아가!"
"윤기오빠?"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도 오늘 모의고사구나. 윤기오빠는 나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기 위해 보검오빠와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윤기오빠의 올곧은 눈동자가 언제 보검오빠에게로 향할지 모른다.
"보검오빠, 윤기오빠가."
내가 보검오빠에게 빨리 피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보검오빠는 하늘 위로 손을 뻗어 빗방울에 의해 떨어지는 분홍빛 꽃잎을 손으로 받아냈다. 평소와 달리 꽃잎은 빗방울에 젖어 시들어가고 있었다.
"보검오빠?"
"아가. 뭘 보고 서 있어. 빨리 이리와."
내가 윤기오빠의 손에 이끌려 윤기오빠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자 윤기오빠가 내 시선이 향한 곳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오빠, 그게 보검오빠는."
"보검이?"
아가가 보검이를 어떻게 알아? 일년 전에 죽은 녀석을. 나를 바라보는 윤기오빠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