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yện fanfic về sự chiếm hữu của Seonghyeon] Nỗi buồn hôn nhân

Tập 5. Hôn nhân đích thực

결혼식 당일 아침, 여주는 생각보다 일찍 눈을 떴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이었다. 창밖은 아직 조금 흐렸고, 방 안에는 어제 밤새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웨딩슈즈 상자, 작은 귀걸이 케이스, 플래너가 보내준 최종 체크리스트,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까지. 여주는 침대에 앉아 그 종이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처음엔 이 계약서가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아도 되고, 상처받을 일도 없고, 끝이 정해져 있으니 오히려 덜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건, 좋아질수록 더 무서운 일이었다.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성현이었다. “일어났어요?” 여주는 화면을 보다가 작게 웃었다. 답장을 쓰기도 전에 두 번째 메시지가 왔다. “잠 못 잤을 것 같아서요.” 여주는 한참 고민하다가 짧게 보냈다. “조금요.” 그러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나도요.” 별말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성현도 잠을 못 잤다는 사실이, 혼자만 이 결혼식 앞에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여주를 조금 안심하게 했다.

 

 

메이크업샵에 도착했을 때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머리를 올리고, 베일을 고정하고,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는 동안 여주는 몇 번이나 숨을 골랐다. 직원들은 예쁘다고 웃었고, 플래너는 오늘 컨디션 괜찮냐고 물었다. 여주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정말 조금은 괜찮았다. 어제 성현이 했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나는 도망갈 생각 없습니다. 그 말이 자꾸만 마음 안쪽을 붙잡고 있었다.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자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여주는 현실과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이 결혼을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정말 진짜일지도 몰랐다. 처음은 계약이었지만, 지금 여주가 입고 있는 드레스도, 손끝의 떨림도, 성현을 기다리는 마음도 거짓은 아니었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성현이 서 있었다. 검은 턱시도를 입은 모습은 평소보다 낯설었다. 늘 단정한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더 멀리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가 여주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어제와 같았다. 조심스럽고, 진지하고, 조금은 흔들리는 눈빛. 성현은 문 앞에서 잠시 멈춘 뒤 천천히 다가왔다. “괜찮아요?” 여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현 씨는요?” “안 괜찮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여주가 눈을 깜빡였다. 성현은 낮게 웃었다. “긴장돼서요.”

 

 

여주는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성현 씨도 긴장해요?” “합니다.” “안 하는 사람처럼 생겼는데.” “지금은 티 안 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성현의 말에 여주는 이상하게 마음이 풀렸다. 완벽하게 보이던 사람이 사실은 자신처럼 긴장하고 있다는 게 좋았다. 성현은 잠시 여주를 바라보다가 품 안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식 전에 주고 싶었습니다.” 여주는 봉투를 받아 들고 물었다. “이게 뭐예요?” “읽어보면 압니다.”

 

 

봉투 안에는 접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여주는 조심스럽게 펼쳤다. 처음엔 또 계약서인 줄 알았다. 형식도 비슷했고, 맨 위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이상했다. 계약 기간, 사생활 간섭 금지, 종료 후 정리 같은 문장은 없었다. 대신 짧은 문장 하나만 적혀 있었다.

 

 

도망가고 싶을 만큼 불안한 날에도, 나는 당신 옆에 있겠습니다.

 

 

여주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글자는 선명한데 눈앞이 조금 흐려졌다. 성현은 여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말했다. “법적 효력은 없습니다.” 여주는 결국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걸 지금 설명해요?” “중요하니까요.” “진짜 성현 씨답다.” 여주는 종이를 손끝으로 꼭 쥐었다. “이건 계약서 아니네요.” “네.” “그럼 뭐예요?” 성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약속에 가깝습니다.”

 

 

여주는 고개를 숙였다. 울고 싶지는 않았는데, 눈가가 자꾸 뜨거워졌다. 성현은 당황한 듯 한 걸음 가까이 왔다가 멈췄다. “울어요?” “아니요.” “우는 것 같은데.” “아니라고요.” 여주는 괜히 웃으면서 눈가를 손끝으로 눌렀다. 성현은 그런 여주를 보다가 낮게 말했다. “아직도 무서우면 말해요.” 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무서워요.” 성현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여주는 그 얼굴을 보고 덧붙였다. “근데 도망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성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주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말했다. “처음엔 이 결혼이 끝날까 봐 무서웠어요. 아니, 정확히는 나만 진심이 될까 봐 무서웠어요. 성현 씨는 계약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혼자 자꾸 다른 걸 기대하는 것 같아서.” “여주 씨.” “근데 이제는 알아요. 내가 무서운 건 결혼이 아니라, 성현 씨를 좋아하게 된 거였어요.” 말을 끝내는 순간 방 안이 아주 조용해졌다. 바깥에서는 식 진행을 알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지만, 여주에게는 성현의 숨소리만 선명했다.

 

 

성현은 천천히 여주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드레스 자락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여주의 손을 아주 가볍게 잡았다. “나도 좋아합니다.” 짧은 말이었다. 그런데 여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이 조금씩 무너지는 걸 느꼈다. “언제부터요?” 성현은 대답이 조금 늦었다. “계약서 쓰기 전부터요.” 여주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요?” “그래서 제안했습니다. 비겁하게.” “그럼 처음부터 좋아했으면서 계약 결혼을 하자고 한 거예요?” “거절당할 것 같아서요.” 여주는 어이없다는 듯 성현을 바라보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진짜 최악이다.” “인정합니다.” “근데 왜 이제 말해요.” “놓칠까 봐 숨겼는데, 숨기니까 더 놓칠 것 같았습니다.”

 

 

그 말에 여주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현은 여주의 손을 잡은 채 아주 낮게 말했다. “오늘 식장에 들어가기 싫으면 안 들어가도 됩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여주는 성현을 바라봤다. “진짜 괜찮아요?” “안 괜찮겠지만, 그래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얼마나요?” “필요한 만큼.” 그 대답이 너무 성현다워서, 여주는 울다가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안 기다려도 돼요.” “네?” “들어갈 거예요. 대신 계약서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요.”

 

 

성현의 얼굴에서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그는 여주의 손을 더 세게 잡지 않았다. 다만 놓지도 않았다. 잠시 뒤 플래너가 문을 두드렸다. “신부님, 이제 입장 준비하실게요.” 여주는 대답하려다 성현을 봤다. 성현은 조용히 일어나 여주의 베일을 한 번 정리해주었다. 손끝이 조심스러웠다. “예뻐요.” 여주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말했다. “오늘은 역할이에요, 진심이에요?” 성현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진심입니다.”

 

 

 

 

식장 문 앞에 섰을 때, 여주는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문 너머로 조명이 보였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성현은 옆에서 여주를 기다렸다. 이전처럼 먼저 팔을 내밀지 않았다. 여주가 선택할 수 있게 기다리는 사람처럼. 여주는 조심스럽게 그의 팔에 손을 올렸다. 성현이 아주 작게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요?”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괜찮아요.”

 

 

문이 열렸다. 버진로드 위로 조명이 쏟아졌다. 여주는 천천히 걸었다. 처음 식장 동선을 확인하던 날에는 이 길이 너무 낯설고 무서웠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옆에 성현이 있었다. 계약으로 시작한 사람, 혼자 두고 싶지 않다고 말한 사람, 도망갈 생각 없다고 약속한 사람. 여주는 그 손끝의 온기를 느끼며 걸었다.

 

 

식이 끝나고, 모든 순서가 지나간 뒤에도 여주는 한동안 현실감이 없었다. 축하 인사가 이어졌고, 사진 촬영이 끝났고, 드레스 자락이 몇 번이나 밟혔다. 성현은 그때마다 말없이 여주 옆을 지켰다. 힘들면 앉으라고 했고, 물을 챙겨줬고, 사람들이 몰려들 때마다 여주가 숨 쉴 수 있게 한 걸음씩 막아섰다. 여주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계속 이랬구나. 계약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었을 뿐, 성현은 계속 자신의 방식으로 곁에 있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늦은 밤, 두 사람은 조용한 차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여주는 무릎 위에 올려둔 부케를 바라보다가 문득 웃었다. “우리 이제 진짜 부부네요.” 성현은 잠깐 여주를 바라봤다. “이제야요?” “성현 씨한테는 언제부터였는데요?” “처음부터.” 여주는 고개를 돌려 성현을 봤다. “또 그런 말 쉽게 하죠.” “어렵게 하는 겁니다.” 성현의 대답에 여주는 작게 웃었다.

 

 

성현은 잠시 후 조수석 수납함에서 익숙한 종이를 꺼냈다. 처음 두 사람이 서명했던 계약서였다. 여주는 놀라 그를 봤다. “그걸 왜 갖고 있어요?” “오늘 끝내려고요.” 성현은 계약서를 조용히 펼쳤다.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종이. 계약 기간 1년, 종료 후 정리. 그 문장들을 보자 여주는 이상하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이제 그 종이는 두 사람을 묶는 것도, 끝을 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지나온 시작점에 가까웠다.

 

 

 

 

성현은 계약서를 반으로 접더니 천천히 찢었다. 여주는 그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종이가 찢어지는 짧은 소리가 차 안에 남았다. 성현은 찢어진 종이를 봉투에 넣은 뒤 여주를 바라봤다. “이제 이건 필요 없습니다.” 여주는 작게 물었다. “그럼 뭐가 필요한데요?” 성현은 아침에 건넸던 약속 종이를 가리켰다. 여주는 그것을 아직 가방 안에 넣어두고 있었다. “그거면 됩니다.” 여주는 괜히 웃음이 났다. “법적 효력 없다면서요.” “그래도 지킬 겁니다.”

 

 

차 안에 조용한 웃음이 번졌다. 여주는 창밖을 보다가 성현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 처음이었다. 계약 때문도, 역할 때문도 아닌 행동. 성현은 놀란 듯 잠시 굳었지만, 곧 아주 조심스럽게 여주의 손을 잡았다. 여주는 피하지 않았다. 밤거리는 조용했고, 차 안은 따뜻했다.

 

 

결혼식까지 불안했던 마음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앞으로도 흔들리는 날은 있을 것이다. 계약으로 시작한 관계였고, 너무 오래 서로를 오해한 만큼 서툰 순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주는 이제 알았다. 불안하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에도, 옆에 남아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걸어갈 수 있었다.

 

 

성현이 낮게 물었다. “피곤해요?” 여주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조금요.” “집에 가면 쉬어요.” “성현 씨는요?” “나도요.” 여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작게 말했다. “우리 이제 정리 안 해도 되죠?” 성현의 손에 힘이 아주 조금 들어갔다. “안 합니다.” “진짜요?” “네.” 성현은 여주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제 연장 말고, 평생으로 다시 합시다.” 여주는 대답 대신 성현의 손을 꼭 잡았다. 처음 계약서 위에 적었던 두 사람의 이름은 이제 찢어져 사라졌지만, 이상하게 그제야 진짜 시작 같았다.

 

 

계약서에 없던 마음.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관계. 그리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진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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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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