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무대 위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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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언제나 저의 우상이자 사랑이었습니다.


말랑공 씀.




 이슬같은 목소리, 천사가 내린 목소리, 괴물같은 가창력, 엄청난 라이브, 항상 밝은 에너지, 청순함. 전부 내게 붙었던 수식어들이었다. 정말 영광스러운 수식어들이지만 가끔 내게 부담감을 안겨 주며 무대 위에 설 때마다 극도의 긴장감을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남들이 만들어낸 수식어에 나를 맞춰가며, 조금만 삐끗하기만 해도 긴장하고 불안감이 밀려오고. 그럼에도 내가 가수를 그만둘 수 없었던 건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 그리고 지민 선배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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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민 선배와 나는 같은 소속사이다. 나의 우상이자 사랑인 지민 선배를 내가 따라갔던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지민 선배는 항상 나를 스쳐갈 때마다 어? 하며 다시 뒤를 돌아보셨고, 나를 불러 안부 인사를 건넸다. 제 팬이라고 하셨던 이연주 님 맞죠? 지민 선배는 내 이름까지 기억하고 계셨다. 네, 맞아요.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지민 선배는 예쁜 눈웃음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되게 자주 뵈는 것 같네요. 저번주에도 이렇게 마주쳤었죠?”


 “네!”


 “우리 번호 교환할래요? 연주 씨랑 오래오래 연락하고 지내고 싶어서.”


 “너무 영광이에요, 선배…!”


 “저야말로 영광이죠.”


 그 후로 지민 선배와 많은 연락을 주고받곤 했다. 스케쥴에 대한 얘기를 하며 서로 힘듦을 털어놓기도 했고, 고민도 털어놓으며 서로 해결책을 찾아주거나 위로를 해 주기도 했다. 가끔 밥도 먹고 술을 같이 마시기도 했다. 물론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지민 선배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 할수록 지민 선배를 향한 마음이 당연하게도 점점 커져갔다. 우상이라는 탈을 쓴 사랑이.


 연예인은 연애만 해도 질타를 받는 직업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물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열 개의 선플보다 한 개의 악플이 더 신경쓰이는 법. 나는 소수의 사람들의 질타를 받는 게 너무 두렵다. 지민 선배에 대한 마음을 들켜서 혹시라도 질타를 받게 될까 봐, 지민 선배와 멀어지게 될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 목이 조여져 오는 것만 같다. 누군가 밧줄로 내 목을, 내 심장을, 내 숨통을 조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대로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 숨 쉬기가 너무 힘들고 괴롭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핸드폰에서 짧은 진동 소리가 울렸다. 아마 문자인 것 같았다. 나는 불안정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문자를 확인했다. 지민 선배였다. 이번 콘서트에 와 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내용과 관계없이 지민 선배의 이름을 보니, 지민 선배가 보낸 문자를 보니 갑자기 불안정했던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나의 멎어가는 숨통을 살려 준 것이다.


 나는 콘서트에 와 줄 수 있냐는 지민 선배의 물음에 안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물론 정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일반인도 아니고 연예인이니… 갔다가 열애설이라도 터지면 정말 큰일이었다. 그것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지민 선배는 당연히 연주 씨는 특별한 좌석에서 볼 수 있죠, 그러니 들킬 일은 없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그 말에도 나는 약간의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걱정보다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가겠다고, 너무 고맙다고 대답했다.


 불안했던 마음은 어디 가고 내 마음속엔 설렘만으로 가득찼다. 내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지민 선배의 콘서트… 심지어 지민 선배가 먼저 초대를 해 주시다니…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렘 가득한 밤을 보내고, 드디어 지민 선배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 다가왔다. 나는 누구보다 일찍 콘서트장에 도착해 있었고, 그 뒤로 지민 선배가 도착했다. 지민 선배는 한껏 웃으며 되게 일찍 왔네요, 연주 씨, 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너무 설레서 일찍 와버렸어요, 라고 대답할 순 없어 멋쩍은 웃음만 지어 보였다.


 지민 선배는 리허설도 절대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집중해 가며, 의견도 내면서, 열심히 하셨다. 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언제쯤이면 콘서트가 시작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팬들이 입장했고 지민 선배의 화려하고도 웅장한 콘서트가 시작됐다.


 지민 선배의 우아하고도 화려한 춤. 무용을 전공했던 사람이라 역시 춤선이 너무 아름다웠다. 몇 곡의 댄스곡이 지나가고, 지민 선배는 여리고 예쁜 목소리로 여러가지의 발라드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랑이란 주제를 담은 곡을 부를 때마다 자꾸 나와 눈이 마주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곳을 보았는데도 내가 착각했던 걸 수도 있지만 말이다.


 “너무 아쉽지만 이번이 마지막 곡이네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아, 하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럼 마지막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지민 선배가 마지막으로 부른 곡은 Serendipity였다. 이상하게도 가끔 마주쳤던 눈이 이 곡을 부르는 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인지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한 곳만을 응시하며 노래를 읊조리듯 불렀다. 마치 누군가에게 말하듯. 지민 선배는 그날 나에게 그 가사를 전하기 위해, 그 곡을 들려 주기 위해 나를 부른 것이었을까? 아님 그저 나의 착각이었을까.


우주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모든 건 정해진 거였어
그냥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무대 위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그대_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