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yển tập truyện ngắ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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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篇


너의 꽃이 피고.


말랑공 씀.




*본 글의 소재는 영광스럽게도 앙미 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오열음. 병실 문 옆에 적힌 환자의 이름을 속으로 읊어 본다. 이미 몇 번이나 되새겨 봤지만 볼 때마다 읊고 싶은 그녀의 이름, 오열음. 그녀는 백혈병 환자이다. 그녀는 꽃을 아주 좋아하더란다. 그치만 꽃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는 않더란다. 그래서 그녀는 꽃을 잘 알고 사랑하는 내게 항상 꽃과 꽃말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왠지 그녀의 부탁이라면 뭐든 거부할 수 없어 꽃에 대한 목록까지 만들어놓고 그녀에게 알려 준다. 그러면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내가 말한 꽃과 꽃말을 소리를 내어 되뇌인다.


  꽃과 꽃말을 되뇌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겨울처럼 차갑다가도 끝맺음을 메울 때에는 봄바람처럼 따스하다. 그럴 때면 나의 심장은 간질거리다가 가만 있지 못 하고 쿵, 쿵, 하고 큰 소리로, 빠르게 뛰어버린다. 나는 그 심장 소리를 그녀에게 들키지 않으려 구태여 진정시킨다. 오늘도 왠지 그럴 것만 같아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의 병실로 들어간다.


  “어? 석진 쌤!”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싱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나를 석진 쌤, 하고 부른다. 그녀도 20대 초반이고 나도 20대 초반이기에 내가 원하는 애칭은 따로 있고 나를 조금 더 편하게 대해 줬으면 하지만 굳이 이런 걸로 그녀에게 뭐라고 하고 싶지가 않아 이번에도 그저 미소만 짓는다. 서운한 마음을 미소로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서운함이 강했던 것인지, 그동안 서운함을 많이 쌓아둬서 그랬던 것인지 괜히 어색한 미소만이 지어진다. 마치 무언가에 불만이 있는 것처럼. 그녀는 그런 나의 표정 탓에 걱정이 되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냐며 내게 묻는다. 그 질문은 치료사인 내가 그녀에게 해야 할 것인데 말이다.


  “별일은 없었고, 그냥 오늘따라 비가 올 것 같아서 기분이 우중충하네. 열음이 너는, 오늘 좀 괜찮아? 특별히 어디 아픈 곳은 없고?”


  “네, 괜찮아요!”


  “이 질문은 친구로서가 아니라 치료사로서 묻는 거야. 정말 아픈 곳 없어?”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니까요~ 평소랑 똑같아요. 정말이지, 석진 쌤은 걱정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참, 그보다 오늘도 꽃이랑 꽃말 알려 줄 거죠?”


  “물론이지.”


  “오늘은 무슨 꽃이에요?”


  오열음, 그녀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꽃 이야기를 할 때면 나오는 반짝이는 그녀의 눈, 열정을 담은 그녀의 눈, 나는 그런 그녀의 눈이 참 좋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그 눈에 빠져들어 꽃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열정적이게 하고 만다. 그러면 그녀는 나의 열정적인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내가 꽃에 대한 열정을 쏟는 걸 좋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나의 열정은 꽃을 향한 게 아닌… 그녀를 향한 것인데 말이다.


  “오늘은 배꽃이랑 물망초야.”


  “배꽃이랑 물망초… 이름도 너무 예쁜 꽃이네요!”


  “그렇지? 이름처럼 배꽃이랑 물망초는 생긴 것도 예뻐. 배꽃은 흰색에 아름다운 분위기가 나고, 물망초는 푸른색을 띠며 단아한 분위기가 나.”


  “우와… 꽃말은 뭐예요?”


  “배꽃은 사랑하여 간절히 그리워하다, 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고,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마세요, 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둘 다 꽃말이 조금 슬프네요…”


  “그렇지……”


  아까까지만 해도 싱그러운 웃음만을 담았던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아무래도 그 꽃말에 감정이 점점 물들어져 가는 것 같다. 그녀는 걱정스런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더니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내일도 올 거죠?”


  “물론이지. 바쁜 일이 없는 이상 항상 왔었잖아.”


  “그 바쁜 일이 자주 있었다는 게 문제였죠…”


  “…내일은 꼭 올게. 응? 열음아.”


  “좋아요. 물망초 꽃말처럼! 나 잊으면 안 돼요. 나 잊어서 막 안 오고 그러면 안 돼요. 알겠죠, 석진 쌤?”


  “하하, 내가 널 왜 잊어버리겠어. 그러니까 푹 자고, 괜한 걱정하지 말고. 알겠지?”


  “응, 알겠어요. 그럼 내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