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화
그러다 오빠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다시 얼굴을 뒤로뺐다.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가 정신차리며 스스로 난 놀랐다.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왜 아쉬워해.
아니야, 여기서 아쉬워하면 안되는거야.
혼자 마음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는데 오빠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나에게 집으로 바래다주겠다고 얘기했다.
오빠가 차 시동을 걸고, 난 오빠의 팔을 탁 잡으며 얘기했다.
"화났어요..?"
사실 저녁얘기를 꺼내고 싶었다.
근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였다.
분명 아까까진 달달했는데..
오빠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니야..내가 지금, 컨디션이 안좋다."
"..알겠어요.."
그렇게 오빠 차를 타고 우린 집에 도착했고,
난 오빠에게 안올라가냐고 물었다.
"할게 있어서.. 좀 이따 올라갈게. 먼저 가"
"알겠어요...그 오빠!"
"그 여자 처치곤란이면 제가 도와줄테니까
꼭 얘기해요!"
그러고 난 손을 흔들고선 집으로 들어갔다.
***
(석진시점)
"하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선 핸들에 머리를 기댔다.
한숨을 푹 쉬고선 머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나도 참 미친놈이지..
그 사이에, 그 여자가 보고있었는데도
설렜다.
미친듯이 심장이 쿵쾅거렸고,
하마터면 그대로 분위기에 쏠려서 키스할뻔했어.
여주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찔려왔다.
"이젠 알겠어.."
내가
여주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
(석진의 과거)
20살,
풋풋한 새내기.
고 3때까지 공부에 몰두하며
시력이 나빠져서 평생 두꺼운 안경을 끼고 살아왔던 나는
라식을 하며 천국을 돌아다니는 듯 했다.
모든 게 신기했고, 모든게 설레었다.
하지만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야생 속 햄스터에게
야생 짬밥을 잔뜩 먹은 여우가 나타날줄은 누가 알았을까.
이제 막 야생에 들어온 햄스터는 꿈에도 몰랐을거야.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지금 무슨 함정에 걸린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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