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탁은 평소처럼 조용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화.
가벼운 웃음.
그리고 휴대폰 진동.
✉️ 오늘 오후, 선택한 사람과 단둘이 만나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다른 출연자에게는 알리지 마세요.
심장이 순간 빨라졌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나는 물컵을 들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재현과 눈이 잠깐 마주쳤다.
그도 문자를 받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누구와 나가는지는 모른다.
오후.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어디 가요?”
“근처 산책 좀 하려고요.”
재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현관을 나섰다.
골목 끝,
이미 차가 서 있었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갔다.
“타요.”
한태산.
오늘은 더 편한 얼굴이었다.
차 문이 닫히는 순간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몰래 나오는 거, 재밌지 않아요?”
태산이 웃었다.
“약간 공범 느낌.”
“들키면 어떡해요.”
“안 들키면 되죠.”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리는 근처 작은 카페 대신
사람 적은 강변 쪽으로 향했다.
말이 많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여주 씨.”
“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솔직해 보여요.”
“뭐가요?”
“눈.”
나는 괜히 웃었다.
“무슨 눈이요.”
“아직 마음 정리 안 된 사람 눈.”
심장이 잠깐 멎었다.
태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저 그거 알고도 나왔어요.”
그 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 인터뷰룸 – 여주
Q. 몰래 나가는 데이트, 어땠나요?
솔직히… 좋았어요.
숨기고 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조용히 둘만 있는 느낌이라서.
근데 자꾸 비교하게 돼요.
이 사람은 편한데,
왜 다른 사람이 더 신경 쓰일까.
숙소.
나는 먼저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소파에 앉았다.
몇 분 뒤,
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잠깐 나갔다 올게요.”
심장이 이상하게 철렁했다.
‘누구랑?’
묻지 못했다.
묻는 순간,
티가 나버릴 것 같아서.
그가 나가고
나는 휴대폰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이상하게 느리게 흘렀다.
저녁.
재현이 돌아왔다.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잘 다녀왔어요?”
내가 먼저 물었다.
그는 잠깐 멈칫했다.
“…네.”
“좋았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는 나를 잠깐 바라보다가 말했다.
“괜찮았어요.”
짧은 대답.
그런데 그 말이
오늘 제일 오래 남았다.
괜찮았다.
누구랑이든.
밤.
불이 꺼지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뒤.
진동.
✉️ 오늘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오래 고민했다.
태산은 솔직했고,
편했고,
나를 흔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태산의 이름을 눌렀다.
전송.
잠시 후, 진동.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숨이 천천히 빠져나왔다.
이번에도,
그는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또 한 번 진동이 울렸다.
익명 메시지였다.
✉️ 오늘 하루, 같이 있어서 좋았어요.
짧은 문장.
나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같이 있어서 좋았다는 사람은 있었고,
끝까지 나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 차이가,
오늘은 이상하게 더 선명했다.
그리고 그 선명함 속에서
자꾸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나를 밀어내는 사람.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