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23화. 전쟁의 서막


훈지씨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그는 운전을 하고,

나는 창 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해야 했는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중간쯤 갔을 때,

무릎 위에 올려 놓은 내 손등 위로

그가 말없이 자신의 손을 포갰다.





나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여 방향을 바꾸고 

깍지를 끼었다.





"우와...기술 점수 10점 만점에 10점.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요!!"



그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진심을 이렇게 받는다고?"





우리는 그제야 조금 웃을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단지 앞에 내려 주고 나는 바로 출발할께요."





"아니요. 우리 집으로 들어가요."





"집으로?"





"네. 집으로 가요. 

 할 일이 있어요."







"무슨 일이요? 

 대표님한테 아까 사무실에서 뵙자고 했잖아요."





"내 말대로 해줘요. 

 주차하고 나랑 같이 올라가요."





"알았어요.."





잠시 후에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는 그를 집으로 안내했다.





사무실로 가면 분명히 

서로의 감정이 극으로 달할테고,

그건 훈지씨나 김대표,

누구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매니저님께 내일 스케줄을 확인했고

오전에 광고 촬영이 있다고 들었다.





그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촬영장에 갈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집안으로 들어선 훈지씨는 쭈볏 거리면서 

앉지도 못 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우선, 거실에 있는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해요.

 클렌징이랑 수건, 칫솔 챙겨 놓을 테니까..


 그리고, 게스트룸 가서 한 숨 자고 있어요.

 침대 위해 티셔츠랑 반바지 준비해 놓을테니 

 그거 입고 자요."





"어...왜 이러는 거에요?"





"나는 오피스텔 가서 작업할 게 있어서 

 그거 좀 하다가 올 테니까,

 그 전까지 훈지씨는 여기서

 내가 말한 대로 씻고, 좀 자고 있어요.

 내가 이따 들어와서 깨워 줄께요. 알았죠?"





"참, 대표님한테는 내가 내일 훈지씨 촬영하고, 

 좀 더 편한 시간에 보자고 했어요."





그가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나 매니저 해도 잘 하겠다 그쵸?"



"나는 이제 나가 볼께요.

 훈지씨 집처럼 편히 쉬어요.

 생수랑 컵도 식탁에 챙겨 놓을테니까 

 샤워하고 나와서 마셔요. 

 기초 화장품도 식탁에 같이 올려 놓을께요."





멍하니 있는 그를 뒤로 하고, 

나는 준비할 것들을 빨리 셋팅하고,

그를 욕실로 들여 보낸 뒤,

오피스텔로 향했다.





좀 전에 대표의 차가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들어왔다는 

알림 메시지가 떴다.





대표에게 비번을 알려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오피스텔 1층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서 내렸다.





비번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오피스텔 안을 둘러 보면서 말했다.




"내가 수업을 하러 

 이곳에 처음으로 왔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뭐 마실래? 이리 와서 앉아.."





"여기 보니까 정말 네 공간 같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여기만 봐도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말에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그가 둘러 보기를 끝내고 자리로 오기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늦은 시간이라 차로 준비했어..

 캐모마일이야.

 피곤할텐데 이리로 와 달라고 해서 미안해."





"내가 오면서 어떤 생각 했는지 알아?

 니가 이렇게 용감해지기 전에 

 개입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널 정확하게 봤어."





그는 차를 내려 놓으면서 말했다. 





 "니 감정이 뭔지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관망하지만,

 이후에 니 감정에 확신이 서면 

 용감해지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거라는 거.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역시..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니야..

 적을 만들기보다는 우리 편에 서게 해야 돼.'



나는 그의 눈을 보며 다짐했다.




"태형씨...

 자기는 대표로서 훈지씨를 지켜야 할 테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 사람을 지키고 싶어.

 결국에 우리는 역할이 다르더라도 같은 사람을 

 지키고 싶은 거잖아.

 그래서, 나는 태형씨가 우리를 좀 이해하고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거잖아. 지금..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태형씨 도움이 필요한 건데..

 자기는 훈지씨 커리어를 지켜주고 싶은 거 아니야?"





"니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게 있어.

 훈지가 좋아하는 사람이 네가 아니라면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너는...

 지금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는 거 같다?"





'아...'



순간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것 같았다.

대표는 말을 이었다.



"네가 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어.

 그런데, 여기까지 올라오는 게 쉬웠던 거 아니야.

 많은 걸 희생하고, 포기하고 올라온 거야.

 그런 나도 한 사람쯤은 내 곁에 두고 싶었어..."





그의 상처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는 

내가 지켜야 할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어도 

 나는 친구로서 옆에 있을꺼야.



 그리고...

 나는 앞으로 네가 총을 쏘면 총을 맞을 거고,

 칼을 겨누면 목을 댈거야...

 그게 내가 훈지씨를 지키는 방법이 될거야."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완전 딴 사람 같애.." <24화 중에서>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