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57화. 작별 인사

sophie97
2026.07.15Lượt xem 22
눈을 떴을 때,
온통 하얀 천장만 눈에 들어왔다.
그 하얀 배경 너머로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 헛게 보이나봐..
훈지씨가...보여.."
그리고, 의식이 다시 흐려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옆에 김대표가 서 있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를 둘러 보니 병원 같았다.
"열이 이제 좀 내렸네.
너희 집에 갔을 때
아무리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더라고..
훈지는 비밀 번호 알고 있을 거 같길래
물어봐서 문 열고 들어갔었어.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겁고,
정신을 못 차리길래 응급실로 데려왔어."
"아..."
대답할 기운이 없어
김대표가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요며칠 사이,
나의 보호자 역할을 해 준 김대표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링거를 다 맞은 후에,
김대표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가 있었다.
'김대표가 훈지씨와 통화를 했으니
분명히 내가 병원에 간 걸 알테고
그럼 집으로 찾아 올 거 같은데...
아니지...
이제 끝난 사이인데 뭘...'
"어제, 오늘 나 때문에
태형씨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미안하고 고마워..."
"그러게...어제는 엉망인 상태를 보여 주더니,
오늘은 병원으로 업고 뛰게 만들어서
힘쓰게 하더라..ㅎ"
"미안해...정말..
그리고 고마워..진심으로
태형씨 위로가 큰 힘이 됐어.
우리 시간 맞춰 같이 저녁 먹자...
감사함의 표시로 내가 밥 살께..
출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도 하고..."
그가 번뜩 생각난 듯이 물었다.
"언제 출국하는데?
너 이 컨디션으로 가도 되는 거야?"
"딱 일주일 남았어.
그동안 회복하면 돼.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뭐...
거기도 병원도 있고, 약국고 있고...다 있어"
"어디로 가는데?
말 안 해 줬잖아?"
"말 안 해 줄꺼야..
그게 서로 편해."
꼬박 이틀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컨디션을 회복하려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훈지씨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렸지만
그에게는 전화도, 메시지도 없었다.
'나에게 그렇게까지 이야기한 걸 보면
훈지씨도 끝내기로 마음 먹은 거겠지...
아픈 걸 알면서 오지도 않고..
아니지..
내가 지금 뭘 기대하는 거야.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아파트에서 짐을 모두 빼고,
나는 출국하기 전까지
며칠 동안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사이, 수연이도 만나 인사를 하고,
오늘은 김대표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김대표가 나보고 저녁 메뉴를 정하라고 해서,
한동안 먹지 못해 가장 그리울 것 같은
갈비를 먹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나는
식당의 룸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맥주를 주문하여 먼저 마시고 있었다.
빈 속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문이 열리고,
김대표가 들어 오면서 깜짝 놀라 말했다.
"뭐야? 너 또 열 나?"
"아니야.ㅎ 맥주 마셔서 그래.."
"아..깜짝이야..나 트라우마 생겼잖아.."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처음 인터뷰 보던 날 서로에 대한 첫인상,
일본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
두 번이나 태형씨 앞에서 울고 불고 한 날들...
짧은 시간 안에
꽤나 많았던 추억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한 너와
많이 달랐던 부분이 있었어.
네가 훈지와 만나기로 한 이상
끝까지 가볼거라고 생각했었어.
사실 그래서 내가 빨리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한 부분도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나한테 스캔들이 나면
망설임도 없이 끊으라고 했잖아
그때는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했어."
"만약에 내가 태형씨와 만나면서
넘지 못할 장애물이 생겼다면
끝까지 가봤을지도 몰라..
나중에라도 가보지 못한 걸 후회하기 싫어서라도.."
나는 잠시 말을 끊었다.
훈지씨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아직은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훈지씨는 뭐랄까...
아직 피지 않은 꽃 같은 느낌이랄까..
그 꽃이 다 필 때까지 지켜 주고 싶은 마음.
나 때문에 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
그런 게 많았던 것 같아.
그래서, 훈지씨를 지켜 주면서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어.
전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 보고 싶어."
"아...
나는 이미 한 물 가서 선택을 못 받은 거구만..."
"무슨 소리야..ㅎ
서로 매력이 다른 거지.
훈지씨는 순수하고 맑잖아.
자신을 숨길 줄 모르고...
솔직한 게 매력이지."
"그럼 나는?"
"태형씨는 성숙하고, 노련하지.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여유도 있고,
더 세련되고 능숙해..
그게 태형씨 매력이야.
됐어? 만족해? ㅎ"
김대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래도 이젠 많이 괜찮아 보인다."
"사실....아직은 괜찮은 척 하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 괜찮은 척 하다 보면..
언젠가 정말 괜찮아지잖아.
....원래 이별이란 게 하기 전엔 두렵고,
하면 죽을 듯이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아물게 마련이니까."
"훈지는 어떤지 안 궁금해?"
나는 맥주잔을 만지작 거렸다.
"안 궁금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그런데 안 듣고, 안 보고 하다 보면
덜 궁금해지다가
또 언젠가는 생각이 안 나는 날도 있을꺼야"
김대표는 내 잔에 맥주를 따라 주면서
말을 이었다.
"요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웃지도 않고,
장난도 안 치고...그냥 일만 하는 거 같더라.
다들 연기에 진지하다고 칭찬하는데
나는 왠지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고...
훈지도 극복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서
지금은 그냥 지켜보고 있어."
"그래... 잘 이겨낼 거야..
오늘 태형씨랑 같이 저녁 안 먹었으면
이런 시간도 없었을텐데...
너무 기분 좋다. 고마워."
나는 가방에서 그의 선물을 꺼내어
건네 주었다.
"이게 뭐야? 나한테 주는 선물이야?"
"응.."
"와...너무 감동인데?
풀어봐도 돼?"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와...이거 내 이름이네?
너무 근사하다.
이렇게 내 이름이 각인 된 만년필 선물은 처음이야."
"나는 각인된 선물이 뭔가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구.
앞으로 이 만년필로 태형씨 이름 걸고
계약도 많이 하고,
더 승승장구하길 바랄께. 진심으로...
내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한 번 안아줘도 돼?"
그의 제안에
나는 두 팔을 벌려 그를 안았다.
"내 선택까지 뭐라 하지 말아요." <58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