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úng tôi quyết định không vượt quá giới hạn.
6화. 버킷 리스트

sophie97
2026.06.17Lượt xem 0
그런데, 그에게 커피를 받고 자리에 앉는 순간,
왠지 그는 싸늘해 보였다.
나의 기분 탓일 수도 있었지만,
갑자기 차가워진 온도 차에 괜히 당황스러웠다.
오늘 그는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했다.
먼저 질문을 건네지도 않았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
"지난 번 대본에서 발은 연습하라고 했었던 문장들
연습해 보셨어요?"
"네."
"지금 들어봐도 될까요?"
"네."
대답을 하면서도 그는 끝내 눈은 마주치치 않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는 발음 연습 뿐 아니라 대사까지
전부 외워 온 상태 였다.
"와~발음이 지난 번 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어요.
특히 액센트나 인토네이션,
제가 설명 드린 대로 잘 살리셔서 그런지..."
"감사합니다."
지난 번엔 칭찬 한 마디에 아이처럼 웃더니,
오늘은 짧은 대답 뿐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무거워진 그의 기분을 풀어 주고 싶었다.
"대사까지 다 외우셨으니..
제가 상대역 대사를 해 드릴까요?
그럼 훨씬 자연스러워질 거 같은데요."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해 주실 필요 없어요.
발음 연습인데요. 연기 연습이 아니니까..."
"그렇긴 하죠..."
너무 냉담한 반응이었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그런데... 혹시 오늘 수업 끝나고 시간 있으세요?"
뜻밖의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사실 오늘은 수업이 끝난 뒤 번역 작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집을 나설 때부터 랩탑이며 자료까지
짐이 한가득이었다.
"..네. 괜찮아요. 왜요?"
"대표님이 다음 작품이랑 결이 비슷한 영화가 있다고
추천해 주셨는데...
참고할 겸 보라고 하셔서요."
잠시 말을 고른 그가 덧붙였다.
"같이 봐 주실 수 있나 해서요."
"제가요?"
예상 못 한 제안에 되묻자 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된다면...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거면 해야죠."
그제야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아주 조금 풀어졌다.
"그럼 제가 셋팅할 때까지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차에 프로젝터 두고 와서 가져 올께요.
오늘 수업 끝나고, 여기서 보려고 챙겨 왔거든요."
"네, 그렇게 하세요.
제가 같이 내려갈까요? 가지고 올라올 게 많으면.."
"아니요. 많지 않아요."
잠시 망설이던 그가 덧붙였다.
"금방 다녀 올께요."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아까와 달리
어딘가 가벼워 보였다.
방금 전까지 냉랭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들뜬 아이처럼 보였다.
그가 내려간 사이, 나는 가져온 짐을 정리했다.
'오늘 할 일 많았는데...
그래, 뭐...밤 늦게까지 하면 되지.
이것도 수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돌아왔고,
능숙하게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하나씩 셋팅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터 선을 연결하던 그가 무심한 척 물었다.
"대표님이랑은... 원래 아는 사이세요?'
"네?"
"아니, 대표님이 커피 상품권을 보내셨다고 해서요.."
대수롭지 않게 묻는 말 같았지만,
이상하게 목소리가 조금 딱딱했다.
"저도 학교 선배 통해 소개 받은 거라...
대표님 처음 뵌 거에요."
"...아"
짧게 대답한 그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럼 영화 틀께요."
그리고, 마침내 영화가 시작됐다.
굳이 묻진 않았지만,
왠지 그가 맡게 될 역할과 비슷한 캐릭터일 것 같은
배우를 찾았다.
나는 영화가 흐르는 동안
발음이 까다로운 문장이나 연음이 많은 대사가 나오면
재빨리 메모장에 적어 내려갔다.
"저기 어딘지 아세요?"
"아니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스페인어를 쓰는 걸 보니 스페인 같기도 하네요."
"스페인 가 보셨어요?"
"음..배낭 여행 때요. 가우디 건축물 보러 갔었어요."
"그 때 느낌은 어땠어요?"
잠시 화면을 바라보던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페인은...
밝고, 경쾌한 플라맹코 음악 같은 곳이에요.
저한테는요."
나는 영화 속 작은 마을을 바라봤다.
"저 마을..참 예쁘네요."
저런 곳에서 몇 년 살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외롭지 않을까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날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외로움은 주변 사람이 많고 적고보다..
결국 내가 느끼는 거니까요."
나는 말을 이었다.
"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그곳에서 오롯이 나한테 집중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사귀면서...
버킷 리스트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평소처럼 웃으며 넘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오래 화면만 바라봤다.
"...그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서
나 혼자 그렇게 어딜 여행한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고, 신기해요."
"한 번 해 보면 되죠. 어려운 일도 아닌데..."
"저한텐 어려운 일이에요.
항상 스케줄도 많고,
혼자 어딜 가 본 적이 없어서 낯설기도 하고..."
"아...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앞으로 해 보면 되죠.
지금까지 못 해 본 거라면 앞으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는 내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가 생각을 끝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그가 문득 옅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저... 지금까지 못 해 본 거."
잠시 뜸을 들인 그가 들뜬 듯 말했다.
"근데 지금 해 볼 수 있는 거 생각난 게 있는데요."
"뭔데요?"
"한강 공원에서 치킨 먹는 거요."
"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풉..."
"뭐에요?"
"비웃는 거에요?"
"아니요..비웃는 게 아니라..."
웃음을 겨우 참으며 말했다.
"너무 예상 밖이라서요."
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웃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저도 그건 해 본 적 없네요."
"그럼 오늘 한 번 해 볼까요?"
너무 자연스러운 말투에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저 혼자는 힘드니까 선생님이 같이 해 주세요."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선생님 얘기가 시발점이 됐으니까
이건 같이 해 주셔야 돼요."
"아니, 뭐.. 제가 오늘 당장 하라는 건 아니었는데..."
순간 뾰루퉁해지는 그의 얼굴...
"알겠어요. 하하."
그러자 그는 정말 지금 당장 나갈 사람처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요?
그럼 지금 바로 가는 거에요!!
선생님도 빨리 준비해요."
우리는 보던 영화를 멈추고,
후다닥 짐을 챙겨 한강 공원으로 향했다.
덕분에 나는 그날 밤, 밀린 일을 새벽까지 해야 했다.
해가 뜨는 걸 보고서야 겨우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곤한데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잠들기 전까지 자꾸 웃음이 났다.
누가 알아 볼까 싶어 차 안에서
몰래 치킨을 먹던 우리 둘의 모습.
마치 수업 땡땡이를 치고,
몰래 학교를 빠져 나와 놀고 있는 아이들 같았다.
양념 묻은 손으로 허둥대던,
그런데 너무 행복해 보였던 그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오늘 그렇게 차갑던 사람이 맞나.
그런데... 왜 그랬던 거지.
"앞으로 수업 관련된 건 제 번호로 연락 주세요. 선생님." <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