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77화. 새 휴대폰



나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꿈이라면 깨고,

현실이라면 빨리 정신을 차려야 했다.




"줄리앙. 이거 꿈이에요?"




"풉...

 꿈 아니에요. 현실이에요."





"줄리앙이 나한테 입맞춘 것도 현실이에요?"




"네. 그것도 현실이에요."




"왜요?"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요.

 만나보고 싶어요.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보고 싶어요.

 어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난 사람이

 남자친구였죠?

 그 사람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계속 힘들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루앙도 하루 일찍 온 거고요.

 내 말이 틀려요?"





"어떻게 다 알아요?

 내가 술 김에 다 얘기한 거에요?"




"아니요...
 
 당신이 얼굴 표정으로 다 말해 주고 있다니까요."





"나 좀...앉아야 겠어요.

 너무 어지러워서...힘들어요."





그는 나를 데리고 호텔 정원으로 가서,

벤치에 앉게 해 줬다.




나는 벤치에 앉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나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이 생각나요.

 그래도 괜찮다면...

 우리 만나봐요.

 줄리앙 말대로 어떤 사람인지 서로 알아봐요."





"정말로요?

 거절할 줄 알았어요.

 진짜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앙 말이 다 맞아요.

 그 사람 때문에 행복했고, 그리고 힘들었어요.

 이제 그 사람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나 때문에 그 사람이 힘든 것도 너무 싫어요.

 서로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놓아줘야 할 것 같아요.

 다 잊으려고 온 건데

 다시 힘들어지는 것도 원치 않아요."




"당신이 덜 힘들게 해 줄께요.

 약속해요."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췄고,

그의 입술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의 부축을 받아,

내 방으로 올라왔다.




그는 방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 앞에서 인사를 건넸다.




"당신도 당신의 여행을 즐겨야 하니까

 이제부터는 놓아줄께요.

 내일 체크아웃 하면서 컨시어지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해요.

 아니면 내가 와서 역까지 데려다 주는 건 어때요?"





"택시를 부를께요.

 줄리앙도 휴가를 즐겨야죠.

 고마워요. 조심히 가요."




"잠깐만...

 그런데 당신한테 어떻게 연락할 수 있어요?

 휴대폰도 없고, SNS도 없고...ㅎ"





"아.... 정말 그러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스페인에 돌아가면 휴대폰을 만들께요.

 그리고, 당신한테 메일을 보낼께요.

 그러면 되죠?

 이메일 주소나 SNS를 알려줘요."




그의 이메일 주소를 받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가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고,

그도 몇 번이나 뒤돌아 손을 흔들었다.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만들었다.




집에도, 수연이에게도 오래 간만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망설이다가

김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받기 전까지

몇 번이나 끊을까 망설였다.




"여보세요?"




"태형씨...나야..정아..

 잘 지냈어?"




"어!! 정아야!!

 이게 얼마 만이야...

 잘 지내고 있어?

 휴대폰 만든 거야? 이게 네 번호야?

 네 목소리 들으니까 이제야 안심이 된다"




그는 꽤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태형씨는...잘... 못 지낸 거 들었어...

 나만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온 거 같아 미안해..."




"어디서 무슨 얘길 들었는데?

 그런 거 없어.

 나는 내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부담 느낄 필요도 없고,

 힘들어 하지도 말고."





"고마워...그렇게 얘기해 줘서...

 사실은 파리에서 훈지씨를 만났어."




"어..얘기 들었어..

 그런데 마지막 날 왜 말도 없이 떠났어?

 혹시 무슨 얘기 듣고 그랬던 거야?"





"사실은 파리에서 좀 흔들렸는데...

 그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어."





"....훈지가 파리 갔다와서 많이 힘들어 했어."





"그래서 말인데...

 나 여기서 남자 친구가 생겼어.

 이제 훈지씨랑 완전히 끝났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대신 좀 전해줬으면 해서..."





"뭐?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진짜야...

 파리 떠나고 다음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잠깐이지만, 같이 시간 보내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어졌어.

 좋은 사람 같아서 만나보려고 해."





"정아야...

 너 그렇게 섣불리 다른 사람 믿고 그러면 안 돼.

 그것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을 뭘 믿고..

 훈지 단념하게 하려고 그러면 안 돼 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께.

 어쨋든 태형씨한테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하고 싶어서 전화한거야.

 이만 끊을께. 잘 지내."





전화를 끊고,

하기 싫어서 미뤄 뒀던 과제 하나를
 
끝낸 것 같이 후련했다.




그리고, 줄리앙에게 메일을 보냈다.

새 전화번호를 담아서...




"나는...당신이 한 말 안 믿어요."  <78화 중에서>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