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03화. 의식을 찾은 훈지

sophie97
2026.10.19Lượt xem 34
훈지 씨가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새벽이 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훈지 씨의 부모님이 병원으로 오셨다.
뉴스를 본 언니와, 수연이,
그리고 원희오빠도 내게 연락해 왔다.
나는 훈지 씨 가족들과 함께
중환자실 앞을 지켰다.
쉽게 자리도 뜨지 못한 채 그저 기다렸다.
훈지 씨의 의식이 돌아오기만을.
그의 의식이 돌아오기 전에
훈지 씨의 부모님들은 정해진 면회 시간에
잠깐 그의 얼굴을 보고 나오셨다.
수업을 들으러 갔던 태형 씨는
저녁이 되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정아야.
잠깐 집에 가서 씻고 눈 좀 붙이고 와.
너 뭐라도 먹었어? 종일 굶은 거 아니야?"
"나 괜찮아.
훈지 씨 의식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잖아."
"의식이 돌아와도
밤에는 어차피 면회가 안 되잖아.
의식 돌아오면 바로 연락해 줄께.
가서 좀 쉬고 와.
여기 훈지 가족들도 있고
내가 있다가 네게 연락해 줄게."
"훈지 씨는 의식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가서 쉬고 잠을 자..."
"내가 얘기했잖아.
우리가 버티고 있어야 한다고.
그게 훈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잖아."
나는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곳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훈지 씨가 언제 의식을 되찾을지,
며칠이나 더 누워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으니까.
"이거... 죽이야.
집에 가서 조금이라도 먹고
쉬고 나와."
"...알았어. 그렇게 할게."
나는 태형 씨가 건넨 죽이 든 가방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죽을 조금 먹었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새벽녘, 잠에서 깼다.
잠시 내가 지금 어떤 현실에 놓여 있는지 생각했다.
훈지 씨가 촬영을 하러 가서
혼자 잠들었던 건지...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훈지 씨가 사고를 당했지...
지금 병원에 누워있잖아....'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훈지 씨가 언제 의식을 되찾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훈지 씨 가족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태형 씨 혼자 중환자실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
"왜 벌써 왔어?
아침이나 되고 나서 오지..."
"태형 씨도 수업 들으러 가야 하는데
이제 들어가서 좀 쉬었다가 학교 가."
"여기서 잠깐 눈 붙였어. 괜찮아.
누님이랑 부모님도 아침 되면
다시 오신다고 하셨어."
"태형 씨...
나는 이게 현실인지 아직 실감이 안 나..."
태형 씨는 대답 대신 고개를 떨궜다.
"훈지 씨가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 있다는 게...
꿈 같기만 하고, 도무지 현실 같지가 않아..."
"정아야...
만약에 간이식을 해야 한다고 하면
넌 검사 받지마.
내가 받을게.
내가 검사받아서 맞으면 내가 이식해 줄께.
넌... 하지마..."
"누가 맞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안 할 수가 있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할거야."
"그럼 만약에 너랑 나, 둘 다 적합하다고 나오면
내가 수술할테니까 넌 하지마... 제발..."
"수술을 해도 내가 하는 게 낫지.
태형 씨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
그리고 그건 나중에 이식해야 한다고
결정되면 그때 얘기해."
그는 훈지 씨 누님이 오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정아 씨. 뭐 좀 먹었어요?"
"어제 밤에 죽 조금 먹었어요.
저는 괜찮아요."
"간 이식 해야 한다고 하면...
정말 검사받을 수 있어요?"
"네. 당연히 받아야죠."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 훈지 씨한테 프러포즈 받았어요...
저희 결혼하기로 약속했어요...
그러니까 훈지 씨는 제 가족이기도 해요."
"아... 그랬구나...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부모님을 뵀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훈지 씨 누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중환자실 문이 열렸다.
"박훈지 씨 보호자 분 계세요?"
"네. 여기요!!"
"박훈지 씨가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하아....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았다.
그제야 참아 왔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정아 씨가 누구세요?
여기 보호자 분 중에 계세요?"
"네? 전데요."
"박훈지 씨가 의식을 되찾고 나서
계속 정아 씨라는 분을 찾으세요.
이따 면회 시간에 들어가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가족분이시죠?"
훈지 씨 누님이 간호사의 말에 곧바로 대답했다.
"네. 가족이에요."
"네. 그럼 면회 가능하세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하고
중환자실로 다시 들어갔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동안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나는 서너 시간을 다시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렸다.
그 몇 시간이 그날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면회 시간이 왔다.
면회자가 착용해야 할 보호 장비를 갖추고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수십 번이나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훈지 씨를 보고 울지 말자.'
그러나 침대에 누워 있는 훈지 씨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훈지 씨...
내 말... 들려요?"
그는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감쌌다.
"훈지 씨. 많이 아프죠?
많이 무섭지는 않아요?
내가 훈지 씨 곁에... 계속 있어요.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
내 눈물이 그의 뺨 위로 떨어졌다.
"우리 세모네모는 아파도...
여전히 멋있네...
꼬질해도 귀엽고...
훈지 씨...
운동 안 하면 복근 금방 사라지는 거 알죠?
복근 사라지기 전에... 일어나야 돼요.
... 알았죠?"
잡은 그의 손이 움찔 움직였다.
그가 내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내가 훈지 씨 꼭 살려 줄게요.
다시 건강해질 때까지 내가 곁에서 도와 줄께요.
그러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나만 믿어요.
내가 훈지 씨를 믿고 기다린 것처럼..."
간호사가 다가와
면회 시간이 끝났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입술에 댄 손가락을
그의 뺨에 갖다 댔다.
"또 올게요.
우리 세모네모. 잘 견디고 있어줘요..."
나는 중환자실을 나와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울고 있는 그를 보는 게 차라리 나았다.
"간 기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10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