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민
— 누나 오늘 예쁜데요?
윤여주
— 그렇지? 오늘 의상이 다 너무 예뻐.
박지민
— 아니. 누나 말이에요.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윤여주
— ···나?
박지민
— 그래요, 누나.
윤여주
— 난··· 맨날 똑같지.

박지민
— 음··· 오늘따라 더 예쁜데?
지민이는 나보다 한 살 적은 패션모델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스타일리스트다. 지민이는 항상 나보고 예쁘다고 해준다. 진심인 건지, 장난인 건지 장난기도 있으면서 촬영할 땐 장난기가 싹 사라지는 참 멋있는 애다.
윤여주
— 뭐래 또. 그 소리 하는 거 이제 지겹지도 않아?
박지민
— 응. 하나도 안 지겨운데? 예쁜 걸 어떡해.
윤여주
— 됐어.
박지민
— 촬영하고 올게요.
윤여주
— 그래, 얼른 가.
박지민
— 나 왜 보내려고 해요?
윤여주
— 얼른 가. 촬영 준비 다 끝난 거 같은데.
박지민
— 치··· 알았어요. 멋있게 잘 나오고 있나 지켜봐요.
윤여주
— 알았어.

지민이가 가고 촬영은 바로 시작됐다. 셔터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댔고, 촬영 도중 지민이는 나를 쳐다봤다. 그렇지만 내가 눈을 피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완전 그윽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멋있어서 조금 떨린 건 맞다.
윤여주
— 뭐야··· 심장이 왜 떨리지.
난 빨리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의상실로 향해 정리를 했다. 정리하고 다시 나가려던 참, 같이 일하는 스타일리스트가 들어와 나를 급하게 불렀다.
G1
— 언니! 얼른 나와요.
윤여주
— 응? 왜? 무슨 일 있어?
G1
— 얼른요!
얼른 나오라는 말에 일단 난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박지민
— 이 누나랑 할게요.
사진작가
— 오케이. 딱 좋다. 오늘만 수고해 줘요.
윤여주
— 네? 잠시만요! 뭐를요?
박지민
— 커플 화보.
사진작가
— 오늘 커플 화보 여성 모델이 오는 길에 문제가 생겨서 못 오게 됐는데 갑자기 미안하지만, 한 번만 부탁할게요.
윤여주
— 아니··· 그래도 어떻게 제가···.
박지민
— 누나, 나만 믿어요. 얼른 옷 갈아입고 와요.
윤여주
— ㅇ, 아니···.
박지민
— 참··· 얼른요. 저기, 얼른 여주 누나 데리고 가서 준비 좀 해줘요.
G1
— 알겠어요. 언니, 얼른 와요.
윤여주
— 아니,
이게 정말 무슨 일인지···. 갑자기 불러서 하는 말이 모델을 대신하라니. 옷만 스타일해 볼 줄만 알았지, 누가 모델을 할 생각을 했겠어.
윤여주
— 아니, 왜 나야?
G1
— 지민 씨가 언니랑 한다고 해서요. 부럽네요, 언니.
윤여주
— 뭐가 부러워. 그럼, 네가 해.
G1
— 안 돼요. 지민 씨가 언니랑 한다고 고집부려서.
윤여주
— 아, 진짜··· 왜 나냐고···.
G1
—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와요. 얼른 옷 갈아입어요.
윤여주
— 하···.
일단 어쩔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촬영장으로 나왔다. 엉거주춤하고 있는데 지민이가 날 보자 나에게로 왔다.
박지민
— 누나, 시간 없어요. 얼른 와요.
지민이가 내 손을 잡고 세트장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면서까지 난 지민이에게 물었다.
윤여주
— 왜 나야?
박지민
— 누나가 예쁘니까 그렇죠.
윤여주
— 예쁜 사람 나 말고도 있잖아.
박지민
— 내 눈엔 누나가 제일 예쁜데?
윤여주
— 아··· 정말.
박지민
— 내가 알아서 할게요. 따라와요. 긴장 풀어요.
사진작가
— 자, 찍을게요. 여주 씨, 표정 살짝 풀고.
찍는다고 말이 들려오자, 지민이는 나에게 과감하게 다가왔다. 가슴이 미칠 듯이 빠르게 뛰었다. 모델은 역시 모델인가 지민이는 거침없이 훅 들어왔고 난 계속해서 얼어있을 뿐이었다.

박지민
— 나 봐.
계속 내가 눈을 마주치지 않자, 지민이가 자기를 보라며 짧게 말했다. 그래서 한 번 살짝 봤는데 눈이 마주쳤다. 보자마자 다시 난 눈을 피했다. 안 그래도 가까워서 떨려 죽겠는데 눈까지 마주치니 안 될 것 같았다. 너무 가까워서 숨도 제대로 못쉴 거 같았다. 그때 수고했다는 말이 들려오고 모니터링이 끝남과 동시에 커플 화보 촬영이 마무리됐다.

사진작가
— 수고했어요. 처음 맞죠? 굉장히 잘하던데. 다음에도 한 번···.
윤여주
—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다음에 한 번 더 하자는 말이 나올 거 같아서 미리 말을 끊었다. 한 번 더 하자고 해도 커플 촬영은 더는 못 할 거 같다. 그것도 박지민과는 정말 힘든 촬영이다.
박지민
— 왜.
윤여주
— ···어? 암튼! 괜찮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얼른 인사를 마치고는 의상실로 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윤여주
— 하··· 심장아 나대지 좀 마라···.

박지민
— 떨렸어?
윤여주
— 아! 깜짝이야!! 노크 좀··· 하고 들어오란 말이야!
박지민
— 의상실에 모델도 노크하고 들어오나···.
윤여주
— 아··· 그건 아니지만.
박지민
— 그러니까 잘 보라니까 왜 눈을 피해서 그래요.
윤여주
— 그럼··· 너 나 눈 피했다고 모델 시킨 거야?
박지민
— 당연하죠.
윤여주
— 야!
박지민
— 어? 모델한테 지금 화내는 거예요?
윤여주
— 하··· 됐다. 진짜.
박지민
— 누나!
윤여주
— 뭐.

박지민
— 귀여워 죽겠다고 윤여주 누나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