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여주
— 지민아, 우리 헤어지자···.
박지민
— 여주야, 잘 버텨왔잖아. 내가 더 잘할게.
박여주
— 너 힘든 거 보기 싫어··· 흑···.
박지민
— 하··· 여주야···. 이리 와. 나한테 안겨.
난 부모님 사업이 갑작스럽게 망하는 바람에 계속되는 불안함이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지민이는 나의 남자친구이다.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걸 알고도, 힘든 걸 알면서도 나와 헤어지기 싫어한다. 나는 지민이가 나 때문에 같이 힘들어지는 게 싫어서 헤어지려고 아무리 그랬지만, 지민이는 헤어질 생각을 일도 하지 않는다.
박지민
— 여주야,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 나 속상해 진짜.
박여주
— 흑흑···.
박지민
— 그만 자자. 자면 좀 괜찮아질 거야.
부모님은 사업이 쫄딱 망하고 다 큰 스무 살, 나를 책임질 자신이 그렇게도 없었는지 나 몰래 집을 나갔다. 그걸 안 내 남자친구 지민이는 나와 같이 동거를 해줬고 지금까지 같이 잘살고 있다.
박여주
— 흐···.

박지민
— 그만 울고 이제···. 눈 팅팅 붓겠네.
지민이는 내가 그만 울고 잘 수 있게 옆에서 손도 잡아주고 토닥거려 줬다. 진짜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면 이런 나를 다 감당하면서도 헤어지기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난 한참 울다가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박지민
— 잘자, 여주야. 내가 많이 사랑해···.
다음 날 아침 큰 창을 통과해서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의 빛은 내 눈을 뜨게 만들었다. 살며시 눈을 뜨고, 한참을 멍하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았다.
박여주
— 흑흑···.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슬픈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또다시 일어나자마자 눈물부터 흘렀다. 낮에도 밝지 않은 나의 밖은 언제나 늘 그랬듯 어둠으로 가득했다.

박지민
— 여주야 밥···, 아이고··· 눈 뜨자마자 울고 있구나···.
요리하고 온 건지 지민이는 앞치마를 입은 채 이런 나에 당황하지 않고 내 옆에 살며시 앉아 날 안아줬다.
박여주
— 그냥 갑자기 슬퍼.
박지민
— 슬플 때마다 나 불러. 옆에서 이렇게 같이 있어 줄게.
박여주
— 박지민은 정말 따뜻한 남자야···.
박지민
— 너한테만 이렇게 따뜻한데. 박여주라서 가능한 거야. 넌 내가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박여주
— 감동인데···?
박지민
— 그러니까 그만 울고 밥 먹을까? 밥 다 차려놨는데.
박여주
— 응···, 가자.
박지민
— 갑시다, 공주님.
그러고는 지민이는 날 공주님 안기로 그대로 들고는 식탁으로 갔다.
박여주
— 아, 나 무거운데···.
박지민
— 뭘 무거워. 먹자.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고 10월 13일, 지민이의 생일이 다가왔다. 하필이면, 정말 하필이면 지민의 생일날 우울증이 갑자기 심해진 관계로 난 그의 생일 선물을 준비할 틈도 없이 의욕이 확 가라앉고 힘이 없어져만 갔다.
박여주
— 하··· 흐··· 약 어디 있지···.
지민이는 주말인데도 내 병원비를 책임지기 위해 알바를 하러 갔다. 아마 바빠서 자기 생일인지도 모르고 있을 텐데. 그래서 내가 챙겨줘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박여주
— 약···.
온갖 불안함으로 우울증은 심해졌고, 그로 인해 약은 찾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박지민
— 제발··· 제발 여주야···.
'이건 지민이 목소리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박여주
— 박···지민···.
박지민
— 여주야!! 일어났어? 잠시만 의사 선생님 빨리 불러올게!!
그렇게 난 눈을 떴고 나를 보고 서둘러 나가는 지민이가 눈에 보였다. 난 어쩌다가 병원으로 옮겨졌고 지민이는 어떻게 알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때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지민이도 뒤따라왔다.
의사
— 어때요. 좀 괜찮아요?
박여주
— 네···.
의사
—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잠시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그만 쓰러진 거 같아요. 약도 제때 챙겨 먹어야 하고요. 조금 더 안정 취하고 봐요.
박여주
— 네··· 감사합니다···.
박지민
—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이 나가셨고, 다시 지민이와 둘이 남았다.
박여주
— 오늘··· 너 생일인데···.
박지민
— 어? 아, 나 생일이었나···?
박여주
—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몰래 파티해 주려고 했는데···.
박지민
— 파티는 무슨. 넌 지금 너 아픈 거 걱정해야지. 뭘 걱정하는 거야.
박여주
— 화···났어?

박지민
— ···화는 무슨.
박여주
— 생일 축하해, 지민아.
박지민
— 그래도 이 축하는 받을게. 앞으로 아픈데 남 생각하지 말고.
박여주
— 알았어···. 그런데 넌 남이 아니잖아. 내 남자친구인데···.
박지민
— 난 그냥 네가 내 옆에 이렇게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여주가 내 생일선물이라고.
그러고는 지민이는 나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지민이 덕분에 내가 웃을 수 있었다. 항상 밝지 못했던 나의 밖은 점점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우울증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낮에도 밝지 않았던 나의 밖은 이제 낮이든 밤이든 밝게 빛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사랑해준 내 남자친구 덕분이다.

박지민
사랑해 박여주. 내가 많이 사랑해.
박여주
나도··· 사랑해.
몇 달 만에 사랑한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항상 우울로만 가득했던 내 마음이 싹 씻겨 내려간 기분이었다. 지민이는 사랑한다고 말한 나를 보고 살짝 놀란 듯하면서도 금세 미소를 보이고 나에게 살짝 입을 맞췄다.
길고 길었던 그 어둠은 마침내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

